- 사회적경제 탐구와 생활 By 김춘광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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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AI의 기능과 역할
최근까지도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주로 책상 위의 도구로 경험해 왔습니다. AI에게 자료를 검색하게 하거나 회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최근에는 여러 업무를 스스로 나누어 계획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트 AI(Agentic AI)’도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AI의 활동 범위가 디지털 공간을 넘어 현실 세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애플경제의 기사 「‘에이전트AI’에서 ‘피지컬AI’ 시대로 전환」은 이러한 변화를 “디지털 공간 속의 AI를 넘어 실제 물리 세계로 확장되는 첨단 AI 기술”이라고 설명합니다. 피지컬 AI(Physical AI)는 카메라와 센서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한 뒤, 로봇이나 자율주행 장치 등을 통해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AI입니다. 생성형 AI가 글과 이미지를 만들고, 에이전트 AI가 업무의 프로세스(process)를 계획한다면, 피지컬 AI는 판단의 결과를 현실 공간에서 실행합니다.
CES 2025에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다음은 피지컬 AI 시대가 될 것”이라고 선언한 것도 이러한 흐름을 보여줍니다. 엔비디아는 로봇과 자율주행차가 현실과 유사한 가상환경에서 학습하고 시험할 수 있도록 ‘코스모스(Cosmos)’라는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AI가 언어만 학습하는 데서 나아가 공간, 움직임, 물리적 인과관계를 이해하도록 하려는 시도입니다.
업무 현장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피지컬 AI라고 하면 사람과 비슷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무실을 돌아다니는 장면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현장의 변화는 그보다 조용하고 점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문서와 정보를 처리하는 에이전트 AI가 센서, 통신기기, 스마트 공간, 이동형 로봇 등과 연결되면서 업무의 흐름 자체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기관에서는 상담 내용을 정리해 사례기록 초안을 작성하고, 지원 자격과 제출서류를 확인하며, 다음 상담 일정을 안내하는 업무가 연속적으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현장 방문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동 경로와 일정을 조정하고, 음성 기록과 사진 자료를 기관 시스템에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사무실에서는 물품을 운반하는 이동형 로봇이나 스마트 보관함이 활용되고, 돌봄 현장에서는 낙상이나 위험 상황을 감지한 센서가 담당자에게 즉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로봇이 직원을 대신하기보다는 여러 종류의 AI와 장비가 연결되어 기관의 업무를 보조하는 모습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정책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가 2025년 발표한 국가 AI 대전환 선도 프로젝트에는 개인별 복지·고용 서비스를 자동으로 안내하고, 24시간 온라인 민원과 신청·접수를 지원하는 ‘AI 복지·고용’ 과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피지컬 AI가 제조업과 물류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공서비스와 사회복지의 업무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임을 보여줍니다.
사라지지 않고, 달라지는 업무
AI의 발전을 일자리의 소멸과 연결하기도 하지만, ‘사라지기보다는 단지 달라진다.’고 보는 관점도 존재합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2025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세계 근로자 네 명 중 한 명은 생성형 AI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사무·행정직의 노출 수준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러나 ILO는 직업 전체가 대체되기보다는 직업을 구성하는 일부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일의 내용이 변화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사회복지사와 사회적경제 활동가들은 어떨까요? 상담기록 작성, 자료 입력, 일정 조정, 반복적인 안내와 같은 업무는 AI의 도움을 받아서 보다 수월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반면, 당사자의 말에 담긴 맥락을 이해하고, 복합적인 사정을 고려해 판단하며,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필요한 자원을 연결하고, 권리를 옹호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책임으로 남습니다. 기술이 기록에 사용하는 시간을 줄여 줄 수 있다면, 남은 시간에 사람을 더 깊이 만나고, 지역사회의 관계를 회복하거나 구축하는데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변화에 따른 변화
사회복지기관이나 사회적경제 조직이 고가의 로봇이나 피지컬 AI를 섣불리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반복적이고 규칙이 분명한 업무, AI가 보조할 수 있지만 사람의 확인이 필요한 업무, 반드시 사람이 수행해야 하는 업무를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준비가 필요한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작은 범위에서 기술을 시험하면서 시간 절감뿐 아니라 오류, 이용자 만족도, 종사자의 피로도, 정보 접근성까지 함께 살펴보면서 현실적인 대비를 시작하는 겁니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와 책임의 문제도 중요합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다루는 상담기록과 생활정보는 매우 민감하며, 피지컬 AI가 수행할 업무에서 오류가 발생된다면, 단지 문서상의 실수를 넘어 현실의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당사자의 동의, 수집 정보의 범위, AI 판단의 검토 절차, 오류 발생 시 책임, 서비스를 거부하거나 다른 방법을 선택할 권리를 사전에 마련해야 합니다. 종사자뿐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당사자도 기술의 설계와 평가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지컬 AI 시대의 현장은 서류와 반복 업무에 쓰이던 시간을 줄이고 더 중요한 판단과 관계에 집중하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사회적경제와 사회복지는 효율성만을 앞세우기보다 사람의 존엄, 참여, 신뢰라는 기준을 기술에 반영해 온 영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지컬 AI를 인간 중심적으로 활용하는 방식도 이 현장에서 먼저 제시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AI가 나의 일을 대신할 것인가”가 아니라 “AI가 덜어 준 시간과 역량을 누구를 위해, 어떤 일에 다시 사용할 것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피지컬 AI 시대의 업무 현장을 바꿔놓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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