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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정신건강이야기18 - 가족은 있는데, 마음 둘 곳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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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혼자 사는 사람을 보면 외롭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독거 여부와 가족관계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그런데 가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에게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최근 일본에서는 가족과 함께 살면서도 대화와 교류가 거의 없는 이른바 ‘가정 내 고립’에 관한 연구 결과가 소개되었습니다. 일본의 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므로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혼자 사는 것만을 고립의 기준으로 바라봐도 되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가족과 함께 살고 직장에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정작 “요즘 힘들다”고 말할 사람이 없다면 어떨까요. 저는 이런 상태를 이 글에서 ‘정서적 빈곤’이라는 말로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나눌 관계와 기회가 부족한 상태를 말합니다.


특히 중장년기는 이 문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책임이 커지고, 가정에서는 자녀와 부모를 함께 걱정하며, 퇴직과 소득의 변화, 부모 돌봄, 자신의 건강 문제까지 여러 변화가 겹칩니다. 겉으로는 직장도 있고 가족도 있어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정작 자신의 어려움을 말하지 못한 채 버티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시간이 노년기로 이어지면 관계의 모습도 달라집니다. 퇴직하면서 직장 관계가 줄어들고 자녀와의 생활이 달라지며, 배우자나 친구와 헤어지는 경험도 생깁니다. 그래서 이제 사회복지 현장에서 “누구와 함께 사세요?”라는 질문에 하나를 더 보태면 어떨까 합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누구와 이야기하세요?”


최근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이 증가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심리상담 지원제도 등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원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전문적인 치료와 상담체계가 있다는 것과 마음이 힘들어지기 시작한 사람이 실제로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우울이나 불안이 심각해진 뒤에야 찾아가는 곳뿐 아니라, 아직 무엇이 문제인지 설명하기 어려울 때도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곳이 필요합니다.


복지관, 주민센터, 보건소 등 중장년과 노인이 일상에서 만나는 지역사회의 공간이 모두 전문 상담기관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사회복지사가 정신건강 전문가의 역할을 대신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처음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려움을 살펴보고, 필요할 때 전문적인 상담이나 치료로 이어주는 접점은 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생성형 AI(GPT)>


가족이 있다고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고, 사람을 많이 만난다고 마음을 나누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앞으로 지역사회 정신건강을 이야기할 때는 가족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서 조금 더 나아갔으면 합니다.


우리 동네에는 마음이 힘들다고 말해도 되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요.


중장년에서 노년까지, 위기가 찾아온 뒤에야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조금 버거워지기 시작했을 때 편하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사람과 공간이 가까이에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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