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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나는 일이 버거워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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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힘들고, 전화를 받기 전부터 마음이 무거워지고, 다가오는 사람의 표정만 보아도 긴장될 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까, 어떤 감정을 감당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먼저 올라오기 때문이죠.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는 복지사분들도 같은 마음을 경험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사람을 만나는 일이 가장 지치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이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사람을 싫어해서도 아니고, 사명감이 부족해서도 아닙니다. 

어쩌면 너무 오래, 너무 가까이, 너무 많은 사람의 무너진 마음 곁에 서 있었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신호일 수 있습니다.

 

복지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개 평온한 마음의 상태가 아닙니다. 

생계의 어려움, 돌봄의 부담, 몸의 아픔, 가족과의 갈등, 외로움, 제도에 대한 불신, 여러 번 거절당한 기억을 안고 옵니다. 

어떤 사람은 울면서 말하고, 어떤 사람은 화를 내며 말하고, 어떤 사람은 같은 질문을 반복합니다. 

어떤 사람은 고맙다는 말보다 불평을 먼저 꺼내고, 어떤 사람은 도움을 받으러 왔으면서도 방어적인 태도로 자신을 지킵니다.

   

그 모든 말을 매일 듣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도 자리를 지키고, 도와주고 싶지만 도울 수 없는 한계를 설명해야 하는 일입니다. 

복지현장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에는 더욱 마음의 에너지가 듭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는 일이 버거워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마음이 약해서도 아니고, 사명감이 부족해서도 아닙니다. 어쩌면 그것은 너무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어려움 곁에 서 있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사람을 돕는 일에는 보이지 않는 피로가 쌓입니다. 하루가 끝나도 마음에 남아 있는 얼굴들이 있습니다. 퇴근했는데도 자꾸 떠오르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혹시 내가 더 잘 설명했어야 했나, 조금 더 알아봐 줄 수 있었나, 너무 차갑게 말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뒤늦게 따라옵니다. 

분명 최선을 다했는데도 마음 한쪽에는 미안함이 남습니다.  복지사의 피로는 단지 일이 많아서 생기는 피로만은 아닙니다. 

사람을 충분히 돕고 싶지만 충분히 도울 수 없을 때 생기는 피로가 있습니다. 상대의 어려움은 큰데 내가 가진 자원은 작을 때 생기는 피로가 있습니다. 

계속 친절해야 하지만 나 역시 지쳐 있을 때 생기는 피로가 있습니다.그 피로가 오래 쌓이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두려워집니다. 

누군가의 사정이 들리기 전에 먼저 방어하고 싶어집니다. “또 시작이구나” 하는 마음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빨리 처리하고 싶고, 깊이 듣기보다 필요한 내용만 확인하고 싶어집니다. 이것은 마음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마음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조심해야 할 지점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힘들어진 마음은 이해 받아야 하지만, 그 마음이 사람을 밀어내는 태도로 굳어져서는 안 됩니다. 복지의 본질은 결국 사람을 향해 있기 때문입니다. 

복지는 서류를 확인하고 제도를 연결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한 사람이 자기 삶을 들고 찾아왔을 때 그 삶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일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버거워질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사람을 싫어하게 된 것일까. 

아니면 사람을 만날 힘이 너무 많이 닳아 버린 것일까.’ 사람을 싫어하게 된 것이 아니라면,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닙니다. 회복입니다. 

다시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마음의 숨을 고르는 일입니다. 너무 많은 감정을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나누는 일입니다.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는 일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버거워졌다는 것은 이 일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너무 진심으로 해 왔기 때문에, 너무 많은 마음을 써 왔기 때문에 생긴 피로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 마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그 마음을 방치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돌보는 사람도 돌봄이 필요합니다. 그 돌봄이 있을 때, 복지사는 다시 사람을 만날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그 힘이 있을 때, 복지는 다시 사람에게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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