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참견시점 By 허보연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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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돌봄이 본격화되면서 읍면동 복지현장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지역 주민들의 어려운 상황을 발견해서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연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건강과 요양, 주거와 소득, 식사와 사회적 고립 등 한 사람의 삶에 얽혀 있는 여러 문제를 함께 살피고 조정하는 역할까지도 동주민센터에서 감당해 내야 한다. 보건과 복지, 공공과 민간의 여러 기관이 함께 움직여야만 하는 일도 그만큼 많아졌다.
문제는 돌봄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내려야 하는 판단도 복잡해진다는 점이다. 건강이 좋지 않은데 병원에 가지 않겠다는 주민을 어디까지 설득해야 할지, 반복해서 서비스를 거부하는 사람을 언제까지 찾아가야 할지, 건강과 주거, 경제적 어려움이 동시에 나타날 때 무엇부터 개입해야 할지... 각각의 업무 매뉴얼만으로 답을 찾기 어려운 순간이 계속 발생한다. 더군다나 여러 부서와 기관이 함께 협력 해서 일을 해야 할수록 어떤 기관이, 또는 어떤 담당자가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를 정하는 일도 쉽지 않다. 결국 통합돌봄은 서비스를 많이 연결한다고 해서 저절로 통합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한 사람의 상황을 함께 보고, 무엇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지 판단하고,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나누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수퍼비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생각해보니 나는 수퍼바이저보다는 수퍼비전을 받는 사람의 자리에 더 오래 있었다. 어려운 사례가 생기면 선배를 찾아가기도 했고, 내가 판단한 방향이 맞는지 확인받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다. 그럴 때 꼭 정답을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놓친 것은 없는지 같이 살펴봐 주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함께 정리해주거나, 때로는 이런것까지 너 혼자 책임질 필요는 없어! 라고 이야기 해주는 선배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연재에서는 수퍼비전의 이론을 설명하기보다 후배 실무자의 입장에서 선배 수퍼바이저에게 바라는 것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어려운 사례를 만났을 때 후배들은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수퍼비전을 받았을 때 다시 사례를 바라볼 힘을 얻는지, 그리고 어떤 선배와 함께 일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다. 어쩌면 수퍼비전에 대한 설명이라기보다 현장의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전하는 몇 가지 희망사항에 더 가까울 수 있다.
통합돌봄에서 수퍼비전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실무자가 복잡한 사례를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데 있다. 읍면동의 실무자는 주민의 어려움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일정한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 그러나 모든 사례가 계획대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차례 찾아가도 서비스를 거부하기도 하고, 어렵게 지원을 연결했지만 상황이 다시 악화되기도 한다. 때로는 반복되는 민원과 폭언, 위기 상황이나 죽음의 현장을 직접 마주하기도 한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실무자는 ‘내가 더 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내 판단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라는 부담까지 혼자 떠안기 쉽다.
이때 수퍼비전은 사례의 해결방법만을 찾는 자리가 아니라, 실무자가 그 과정에서 경험한 어려움과 부담을 함께 살펴보는 과정이어야 한다.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따지기 전에 당시의 판단이 적절했는지 함께 점검하고, 실무자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조직 차원에서 확인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실무자도 하나의 어려운 사례에 소진되지 않고 다시 다음 주민을 만날 수 있다. 결국 돌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주민을 지원하는 체계뿐 아니라, 그 돌봄을 수행하는 실무자를 지지하는 체계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수퍼비전은 그 두 가지를 연결하는 중요한 조직적 장치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이번 기획은 총 4부에 걸쳐 연재한다.
1부에서는 통합돌봄이 확대되면서 왜 읍면동이 점점 ‘만물상’처럼 느껴지는지, 그리고 복잡해진 현장의 판단을 개인에게 맡겨두지 않기 위해 왜 수퍼비전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어려운 사례 앞에서 후배들이 기대하는 ‘함께 판단해주는 선배’의 역할을 살펴본다.
3부에서는 보건과 복지, 행정과 실천의 서로 다른 관점을 어떻게 조정하고 공동의 판단을 만들어갈 것인지를 다룬다.
마지막 4부에서는 사례뿐 아니라 사례를 담당하는 실무자까지 살피고 지지하는 수퍼비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거창하게 좋은 수퍼바이저는 이래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현장의 후배들이 어떤 순간에 선배를 필요로 하는지, 어떤 수퍼비전을 받고 싶은지, 어떤 선배와 함께 일하고 싶은지를 이 글을 통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리고 한때 후배였고 지금은 누군가의 선배가 되어가는 우리가 통합돌봄 전면시행이라는 이라는 변화 속에서 어떻게 함께 판단하고, 책임을 나누고, 서로를 지지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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