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무더운 여름날 아침이었습니다. 요양원 주위를 라운딩 하던 중, 할아버지 한분을 뵈었습니다. 얼굴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고 옷은 흥건히 젖어 있었습니다. 팔뚝에는 무엇인가에 긁힌 자국이 역력했습니다. 한 번에 보아도 도움이 필요하신 분이었습니다. 제가 말을 건내드리자 잠깐 쉬려고 요양원 마당에 들어오셨다고 하십니다. 잠깐 쉬시다가 가시라고 말씀드리며 시원한 물을 권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멀리서 할아버지를 지켜보았습니다.
쉬시던 할아버지는 동네 마을 쪽으로 길을 나서십니다. 아무래도 실종노인 듯 하여 112에 실종신고를 했습니다. 경찰이 오기까지, 너무나 무더운 여름이라 그늘 밑에서 말씀을 건내며 시간을 벌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답변을 하시기보다는 자꾸만 길을 가려고 하셨습니다. 억지로 잡아 끌다가는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질문을 드려 할아버지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들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경찰이 도착했죠. 경찰이 신원을 조회했지만 당신의 성함만을 말씀하실 뿐 다른 정보들은 알 수 없었습니다. 경찰이 할아버지의 호주머니를 확인하셨고 거기에서 '노인장기요양인정서'가 나왔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저희 요양원에서 도보로 4시간,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노인요양원 입소자이셨습니다. 아마도 새벽 녘에 요양원을 나오셔서 산을 타시고 오전 10시경에 저희 요양원에 도착하신 듯 합니다. 거리도 거리지만 그 험난한 산길을 헤쳐 오셨다는 것에 맘이 아팠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경찰의 인도 하에 요양원으로 귀원하셨습니다. 그 뒤로 할아버지의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실종된 할아버지를 찾은 노인요양원의 입장에서는 제게 연락하기 부담스러웠나 봅니다. 할아버지께서 잘 생활하고 계시길 바랄 뿐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몇 달 전, 요양원의 부현관을 나가고 있는데 한 할머니께서 등산용 스틱을 딛으시면서 지나가고 계셨습니다. 산책하시는 분이나 등산객인 듯 하여 인사를 드리니 '여기가 어디죠?'라는 질문을 주셨습니다. 아들이랑 근처에 왔다가 잠깐 바람을 쇠러 나왔는데 길을 잃었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성함은 구*자 어르신. 90세라고 하셨으며 아들 이름도 기억하셨습니다. 자녀관계나 현재 사시는 곳 등 여러 정보들을 저에게 말씀해주셨지만 중요한 정보인 집주소나 아들 연락처를 알지 못하셨습니다. 결정적으로 당신의 핸드폰을 오늘 따라 두고 나와 이런 낭패를 겪는다고 푸념하셨지만, 정작 당신의 핸드폰 번호를 기억하지 못하셨습니다.
급한대로 원내로 모셨고 시원한 물을 드렸으며 112에 실종신고를 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도착하여 여러 정보를 알기 위해 노력해보았지만 이미 저희가 알고 있는 정보 외에는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20여분이 지났을까요? 경찰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할머니의 아들이 실종노인 신고를 했던 것입니다. 걱정하던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혹시나 유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제가 너무 넘겨짚었나 봅니다. 또 20여분이 지나서 아들이 요양원에 도착하셨고 그렇게 모자지간의 상봉이 이루어졌습니다. 할머니가 안도하며 웃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할머니는 외국 거주자 이셨는데 잠시 귀국하신 것이고, 아들 집에 기거하시다가 요양원 근처에 있는 어느 곳에 들르셨다고 합니다. 거기서 잠시 쉬시던 중, 답답해서 길을 나서셨고 그렇게 길을 잃은 것이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이런 말씀을 주시면 떠나셨습니다. '한국에 오니 사람들이 삭막하던데 여기는 너무나 친절해요. 고마워요!' 저희는 이렇게 응답했습니다. '요양원이구요, 친절한 사람들이 여기 다 모여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 친절해요'
가끔 실종 경보 문자들을 접합니다. 저는 지나치지 않고 꼭 문자를 열어봅니다. 혹시나 제 앞을 지나 갈 수도 있기에 인상 착의를 확인합니다. 신고를 하는 사람들은 실종된 분을 아주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참 가슴아픈 일입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그분들의 마음을 돕는 방법은 함께 찾는 것이죠. 경찰이나 신고자분들만으로는 절대 찾을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잃어버린 사람들을 찾는 일에 함께 하였으면 합니다.
요양원에서 저의 첫번째 역할은 어르신의 안전과 인권입니다. 그리고 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가끔은 지역에 계시는 어르신들의 안전과 인권을 위한 일들도 하게 되고 어르신을 찾아드리는 일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런 요양원 일을 하다보면 참 여러 일들이 있습니다. 힘든 일도, 황당한 일도, 억울한 일들도 많습니다. 그 중 사람과의 이별이 참 쉽지 않습니다. 두 분의 댁을 찾아드려 이별은 했지만 계시던 곳을 찾아드렸으니 참 좋은 이별입니다. 구*자 할머니께서 다시 출국하시기 전에 한번 쯤 저희 요양원에 다시 들러주셨으면 더 좋겠습니다. 웃음이 너무나 예쁘신 할머니의 얼굴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추석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듯이, 잃어버린 마음과 사람들도 원래의 품으로 돌아가길 희망해봅니다.
댓글
댓글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