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은 노인의 날입니다. 해마다 이날이 되면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 존중받는 노인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올해 노인의 날에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해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노후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노후준비라고 하면 가장 먼저 돈을 떠올립니다. 국민연금은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퇴직금과 저축은 충분한지, 살고 있는 집은 노후에도 안전한지 등을 생각합니다. 건강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운동하며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노후준비입니다.
그런데 노년의 삶을 조금 더 길게 들여다보면 돈과 건강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한 뒤 아침에 일어나 무엇을 할 것인지, 직장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사라진 자리를 누구와의 관계로 채울 것인지, 자녀가 독립하고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가까운 사람과 헤어진 뒤 달라진 일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와 같은 문제입니다.
결국 노후에는 경제적인 변화뿐 아니라 역할과 관계, 일상의 변화가 함께 찾아옵니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럽게 마음의 건강과도 연결됩니다.
저 역시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노인의 노후준비와 주관적 웰빙의 관계를 연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회참여와 사회적 지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연구결과에서 눈여겨볼 부분 중 하나는 사회참여였습니다. 노후준비와 주관적 웰빙의 관계에서 사회참여를 통한 간접적인 경로가 확인되었습니다. 노후를 준비한다는 것이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노년에도 사회와 관계를 맺고 자신의 역할과 활동을 이어가는 것과 관련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히 “노인은 사회활동을 많이 해야 행복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합니다.
누군가에게 사회참여는 일을 계속하는 것일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봉사활동이나 종교활동, 취미모임일 수 있습니다. 동네에서 사람들을 만나거나 자신이 가진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도 하나의 참여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활동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에게 의미 있는 활동과 역할을 선택하고 이어갈 수 있는가일 것입니다.
사회적 지지에 관한 연구결과도 생각해볼 부분이 있었습니다. 연구에서는 사회적 지지가 노후준비와 주관적 웰빙 사이를 매개하는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사회참여가 사회적 지지를 거쳐 주관적 웰빙으로 이어지는 순차적인 간접경로 역시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의외로 보일 수도 있는 결과입니다. 우리는 주변에 도움을 줄 사람이 많으면 노년의 삶도 당연히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연구에서 활용한 사회적 지지의 측정은 목돈이 필요할 때, 몸이 불편해 거동이 어려울 때, 우울하거나 힘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인지를 묻는 방식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결과만으로 관계나 사회적 지지가 노년의 행복에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도움을 받을 사람이 몇 명 있는가’와 ‘내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필요할 때 실제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관계인가’는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 있음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노후준비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노후를 준비하면서 얼마를 모아야 하는지는 비교적 구체적으로 계산합니다. 건강을 위해 일주일에 몇 번 운동해야 하는지도 계획합니다. 하지만 퇴직한 뒤 어떤 일상을 보내고 싶은지, 나이가 들어서도 어떤 역할을 가지고 싶은지, 누구와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지는 상대적으로 덜 준비합니다.

<이미지 출처 : 생성형 AI>
정신건강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런 준비도 중요합니다.
노년에는 이전에 당연하게 존재했던 역할과 관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후준비는 무언가를 잃지 않기 위한 대비만이 아니라 변화된 삶 속에서도 나에게 의미 있는 일상과 관계, 역할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생각해보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이것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됩니다.
“사람을 많이 만나세요”, “사회활동을 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참여하고 싶어도 이동하기 어렵거나 정보를 얻지 못할 수 있고, 주변에 참여할 곳이 없거나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건강상태와 경제적 여건, 개인의 성향과 선호도 모두 다릅니다.
따라서 개인이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는 것만큼이나 지역사회가 노인이 계속 참여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획일적인 프로그램에 사람을 맞추기보다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보와 이동, 접근성을 높이고 다양한 선택지를 만드는 일도 사회복지의 역할일 것입니다.
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노후준비에 관한 질문을 조금 넓혀보면 어떨까요.
“노후자금은 얼마나 준비하셨습니까?”
“건강관리는 잘하고 계십니까?”
여기에 몇 가지 질문을 더해보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까?”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고 싶습니까?”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까?”
노후준비는 오래 살기 위한 준비만은 아닐 것입니다.
오래 살아가게 될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준비하는 것.
올해 노인의 날에는 돈과 건강을 넘어 노년의 일상과 역할, 관계와 마음까지 준비하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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