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속동물 By 김성호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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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 살면 정말 더 건강하고 행복할까요?
― 11,389개의 연구가 들려주는 조금 복잡한 이야기
지난 글에서는 인간-동물 유대(Human-Animal Bond)를 연구하는 HABRI(Human Animal Bond Research Institute)가 소개한 ‘인간-동물 유대의 다섯 가지 주요 혜택’을 살펴보았습니다.
스트레스와 우울감 완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의 감소, 신체활동의 증가, 그리고 치유와 회복탄력성입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분이라면 자신의 경험과 겹치는 부분도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수많은 연구를 한꺼번에 모아서 살펴봐도 같은 결과가 나타날까요?
마침 이 질문에 답하는 데 도움이 되는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11,389건의 연구에서 49편을 골라내다
2023년 Martins와 동료들은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Public Health』에 반려동물이 인간의 신체활동과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메타분석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메타분석(meta-analysis)’이라는 말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하나의 연구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주제를 다룬 여러 연구를 모아 통계적으로 다시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어떤 연구에서는 반려동물이 우울감을 낮춘다고 하고, 다른 연구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연구를 믿어야 할까요? 이럴 때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 여러 연구를 종합해서 전체적인 경향을 살펴보는 것이 메타분석입니다.
Martins 연구팀은 PubMed, Web of Science, Scopus라는 주요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2022년 4월까지 발표된 관련 연구를 광범위하게 검색했습니다.
처음 검색된 자료는 무려 11,389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검색되었다고 해서 모든 연구를 분석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복된 논문을 제외하고, 연구 목적과 맞지 않는 자료를 걸러내고, 연구방법과 통계자료가 메타분석에 적합한지 하나씩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남은 것은 49편이었습니다.
전체 참여자 규모는 약 32만 명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27편은 정신건강을, 22편은 신체활동을 다룬 연구였습니다.
11,389건에서 49편. 이 숫자의 차이는 과학적 연구에서 ‘논문이 많다’는 사실만큼이나 어떤 연구를 어떤 기준으로 종합해서 해석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가장 분명하게 나타난 것은 ‘신체활동’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땠을까요?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신체활동(physical activity)이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신체활동 수준이 높았고, 전체적인 효과의 크기도 중간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신체활동의 ‘빈도’에서 차이가 크게 나타났습니다.
왜 그럴까요?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려견에게 산책은 선택적인 여가활동이 아닙니다. 건강한 생활을 위해 필요한 일상적인 활동입니다. 보호자는 아이와 함께 산책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날씨가 조금 춥거나 귀찮은 날에도 산책을 기다리는 아이를 보면 운동화를 신게 됩니다.
혼자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동물을 돌보기 위해 하게 되고, 그 행동이 다시 사람의 건강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 결과가 흥미로운 이유가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주는 혜택을 흔히 ‘위로를 준다’, ‘기분을 좋게 한다’와 같은 정서적인 측면에서 먼저 생각합니다. 그런데 수많은 연구를 종합해 보니 상대적으로 분명하게 나타난 효과 중 하나는 오히려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단순히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일상적인 행동과 생활방식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정신건강은 이야기가 조금 달랐습니다
그렇다면 우울, 불안, 외로움, 삶의 만족도와 같은 정신건강에서는 어떠했을까요?
결과는 신체활동만큼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정신건강과 관련하여 우울, 불안, 스트레스, 외로움, 삶의 만족도와 행복, 사회적 지지, 삶의 질, 회복탄력성 등 다양한 영역을 분석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에게 통계적으로 유의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지만 그 효과의 크기는 매우 작았습니다.
조금 의외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반려동물이 우울과 외로움을 줄이고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그런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연구를 한꺼번에 모아서 분석하면 그 효과가 생각만큼 크거나 일관되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이 결과를 두고 “그렇다면 반려동물이 정신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단순하게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왜 정신건강에서는 결과가 이렇게 복잡할까요?
여기에 이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신체활동은 비교적 관찰하기 쉽습니다. 얼마나 자주 걷는지, 하루에 몇 분 움직이는지 등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훨씬 복잡합니다. 우울이나 불안, 외로움, 행복은 반려동물의 존재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가족관계, 경제적 상황, 직업, 건강상태, 사회적 관계, 주거환경과 같은 수많은 요인이 함께 영향을 줍니다.
더구나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말 속에는 전혀 다른 관계들이 들어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가족처럼 함께 살아온 동물과 최근 입양한 동물의 의미가 같을 수 없습니다. 깊은 애착을 형성한 사람과 돌봄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에게 반려동물이 미치는 영향도 같을 수 없습니다. 동물의 종류와 성격, 사람의 연령과 경제적 여건도 다릅니다.
그래서 연구자가 설문지에 단순히
“반려동물을 키우십니까? 예 / 아니오” 라고 질문하고 두 집단의 행복도를 비교하는 것만으로 인간-동물 유대의 효과를 충분히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소유’에서 ‘관계’로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지금까지 인간-동물 관계에 관한 많은 연구는 ‘Pet Ownership’, 즉 반려동물 양육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인간-동물 유대의 핵심은 단순히 한 집에 사람과 동물이 같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있지 않습니다.
그 사람에게 그 동물이 어떤 존재인지,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실제로 반려동물과 정신건강에 관한 54편의 연구를 종합한 또 다른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긍정적인 영향을 보고한 연구는 17편이었지만, 긍정과 부정이 혼재된 연구가 19편, 뚜렷한 영향이 없다는 연구가 13편, 부정적인 영향을 보고한 연구도 5편이었습니다.
연구에서는 연령, 결혼상태, 동물의 행동 특성뿐 아니라 반려동물과의 애착 정도도 정신건강과 관련된 요인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좋은가?”라는 질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제는 질문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과 어떤 동물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갈 때 서로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단순히 학술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에도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사회복지는 오랫동안 ‘환경 속의 인간(Person-in-Environment)’이라는 관점에서 사람을 이해해 왔습니다. 한 사람의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그 사람이 살아가는 가족과 지역사회, 경제적 상황, 주거환경,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 많아진 지금, 그 사람이 맺고 있는 중요한 관계 가운데 동물과의 관계도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혼자 생활하는 노인에게 반려동물은 매일 돌봐야 할 대상이면서 하루의 일과를 만들어주는 존재일 수 있습니다. 1인 가구에게는 집에 돌아왔을 때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일 수 있습니다. 반려견과의 산책은 운동인 동시에 이웃을 만나고 지역사회와 접촉하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의 상황도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동물병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주거지를 옮겨야 하는데 반려동물을 허용하는 집을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노인이 요양시설에 입소하면서 오랫동안 가족처럼 살아온 동물과 헤어져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질병과 죽음은 사람에게 큰 상실과 슬픔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사람의 복지와 동물의 복지를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습니다.
‘얼마나 좋은가’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지난 글에서 소개한 HABRI의 다섯 가지 혜택과 이번에 살펴본 연구 결과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려동물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일상의 생활방식에 변화를 주며, 때로는 정서적·사회적 지지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사람이 더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인간-동물 유대에 관한 연구를 볼 때는 ‘반려동물이 있는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과 동물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 관계가 어떤 환경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관점은 사회복지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사회복지가 한 사람의 삶을 가족과 이웃, 지역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해 왔다면, 그 사람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동물과의 관계 역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얼마나 좋은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사람과 동물이 서로에게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인간-동물 유대에 관한 연구는 사회복지에도 이런 질문을 하나 더해주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Martins, C. F., Soares, J. P., Cortinhas, A., Silva, L., Cardoso, L., Pires, M. A., & Mota, M. P. (2023). “Pet’s influence on humans’ daily physical activity and mental health: A meta-analysis.” Frontiers in Public Health, 11, 1196199.
논문 원문 보기 – Frontiers in Public Health
이번 글에서 중심적으로 소개한 연구입니다. 2022년 4월까지 발표된 연구를 검색해 최종 49편을 메타분석했습니다. 반려동물 양육과 신체활동 사이에서는 비교적 뚜렷한 긍정적 관련성이 나타났지만 정신건강에서는 효과가 매우 작게 나타났습니다.
Scoresby, K. J., Strand, E. B., Ng, Z., et al. (2021). “Pet Ownership and Quality of Life: A Systematic Review of the Literature.” Veterinary Sciences, 8(12), 332.
논문 원문 보기 – PubMed Central
반려동물 양육과 정신건강 및 삶의 질을 다룬 54편의 연구를 종합했습니다. 연구 결과가 긍정, 혼합, 영향 없음, 부정으로 다양하게 나타난 이유를 이해하는 데 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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