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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건내는 일상의 행복! 이기주작가의《보편의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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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단어를 입에 올리고, 또 누군가의 내뱉는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그 단어들의 진짜 무게와 온도를 얼마나 온전히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이기주작가의 《보편의 단어》는 우리가 숨 쉬듯 사용하는 일상의 단어 중 61가지 단어를 거울삼아 우리 삶의 민낯을 가만히 비춥니다. 거창한 철학이 아닌 일상의 언어들 속에서, 작가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삶의 거친 모습과 따뜻한 위로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내 마음을 멈춰 세운 단어는 ‘평범’ 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작가는 그 말 속에 남보다 뒤처지지 않으려는 치열한 경쟁심과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나지 않으려는 안간힘이 숨어 있다고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남들처럼 살기 위해 오히려 평범하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냉혹한 시대. 세상의 잣대가 아닌 온전한 나의 기준으로 삶을 바라볼 때, 비로소 진짜 내 삶이 시작됨을 깊이 깨닫게 됩니다.

 

이토록 팍팍한 세상을 견디다 보면 우리의 ‘기분’은 얇은 창호지처럼 한없이 약해져, 타인의 거친 말 한마디에도 무참히 찢어지고 맙니다. 한 번 부서진 기분을 복원하는 데는 생각보다 긴 시간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무심코 던진 내 말에 누군가의 하루가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 더 너그럽고 다정한 표현을 사용해야겠습니다.

 

상처받은 마음은 억지로 감춘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작가는 허공으로 쉽게 흩어지는 웃음과 달리, ‘울음’은 마음 밑바닥에 고이다 못해 웅덩이처럼 범람한다고 말합니다. 슬픔을 꾹 참아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내면의 웅덩이가 넘치기 전에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실컷 눈물을 토해낼 때, 우리는 비로소 현실의 무게를 뚫고 미래로 나아갈 새로운 힘을 얻게 됩니다. 그렇게 눈물을 닦아내고 둘러보면, 늘 곁을 지켜주는 가족과 벗들이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친밀’하다는 이유로 가장 소중한 이들에게 밖에서 묻혀 온 스트레스를 여과 없이 쏟아내곤 합니다. 익숙함에 속아 함부로 무례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파인 감정의 골을 메우기 위해 얼마나 뼈아픈 후회와 정성이 필요한지 뼈저리게 돌아보게 됩니다. 대단한 기술이 아니라, 가까울수록 더 따뜻하게 말하고 미안할 때 먼저 사과하는 그 작은 배려가 좋은 관계를 지키는 유일한 길임을 이 책은 일깨워줍니다.

 

우리는 모두 ‘시간’이라는 거대한 바람 앞에 서 있습니다. 더 많이 가지려, 더 높이 오르려 앞만 보고 달리지만, 결국 세월의 바람에 휩쓸려 쫓겨나지 않을 유일한 피난처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뿐이라는 작가의 통찰은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먼 훗날 삶을 지탱하는 것은 화려한 성취가 아니라, 함께 식탁을 나누고 다정하게 온기를 나누던 평범한 순간들일 테니까요.

 

그렇기에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화려하게 치고 나가는 첫걸음보다는 묵묵히 끝을 향해 걸어가는 성실함에 더 큰 박수를 보내야 합니다. 수많은 실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켜내는 달인들처럼, 방향을 잃지 않고 우직하게 걷는 우리들이 모두 생활의 달인입니다.

 

이 길을 걷다 보면 필연적으로 나와 다른 타인들을 마주합니다. 그때마다 낯설고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타인의 삶을 쉽게 평가하고 ‘지적’하는 태도는, 결국 내 마음이 그만큼 옹졸하고 평온하지 못하다는 방증일지도 모릅니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함부로 재단하기 전에 먼저 귀를 기울이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포용력. 그것이 바로 책을 읽으며 우리가 길러야 할 참된 삶의 태도일 것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원하지만, ‘소유’란 출발지만 있고 도착지는 없는 끝없는 여행과도 같습니다. 하나를 쥐면 더 큰 것을 쥐고 싶어지는 욕망의 굴레 속에서, 물과 불처럼 널뛰는 ‘감정’을 다스리려면 결국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보다 '지금 가진 것에서 얼마나 만족을 느끼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인간은 유한한 시간에 갇혀 있기에 삶은 어떤 면에서 한때의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오직 사랑만이 삶의 유한성 즉, ‘죽음’에서 비롯되는 허무와 공포를 사그라들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점점 남루해질 수 밖에 없는 몸과 마음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보편의 은신처인 사랑을 삶의 버팀목으로 삼고 살아야겠습니다.

 

《보편의 단어》는 삶의 거창한 정답을 가르치려 들지 않습니다. 그저 작가가 건져 올린 61가지 일상의 단어처럼, 우리가 매일 무심코 읽고 쓰고 말하고 떠올리는 평범한 언어들을 찬찬히 곱씹으며 잊고 지냈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기를 권할 뿐입니다.


책장을 덮을 즈음엔 무심히 흘려보냈던 당신의 일상이 어제보다 한결 따뜻하고, 가을 단풍처럼 아름다운 색채로 빛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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