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때는 말이야~ ㅎ
요즘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십중팔구 꼰대, 늙크크 등 온갖 부정적인 표현과 비아냥을 받겠지만, 돌이켜 보면, 대학생 시절에 강의실에서 모자를 쓰고 있거나, 볼펜을 손에서 돌린다고(한 때 유행했던 펜 돌리기 아시죠?) 교수님께 크게 혼났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모자가 달려있는 후드티의 모자를 쓰는 것은 물론이고, 슬리퍼나 샌들 같은 것을 신고 강의실에 오면, 예의가 아니라거나 강의실이 너네 집이냐는 핀잔을 받기 일쑤였습니다.
그런 교육 환경에서 자란 저는 초임 교수 시절 강의시간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슬리퍼를 신고와서는 볼펜을 딱딱거리는 학생이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꼰대 소리는 듣기 싫어서 불편함은 그저 속으로만 삼켰지요.)
그랬던 저도 강단에 서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모자나 슬리퍼를 착용한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만나게 되고, 그것이 그들의 자유로운 선택임을 수용하고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제 강의실에도 모자에 마스크를 쓰고 눈도 보이지 않게 하고 앉아 있거나, 거기에 후드티 모자까지 쓰고 오는 학생들도 다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바지에 크록스 신발의 복장을 한 학생들도 한데 어우러져 강의를 수강합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긴 하지만요.
그런데 최근 이와 유사한 사건과 그로 인한 논쟁이 미국에서 벌어졌다고 해서 흥미를 가지고 해당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커피 한 잔에서 시작된 논쟁
최근 미국에서는 구직자가 면접장에 아이스커피를 들고 들어왔다고 합니다. 16년 경력의 채용전문가 케이틀린 웨니아이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영상을 올리고, 일부 젊은 지원자들이 아이스커피나 아이스라테를 들고 면접장에 오는 모습을 언급하며, 면접을 여러 일정 중 하나처럼 가볍게 생각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후 미국에서는 이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뜻밖의 논쟁이 크게 벌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사소한 면접 요령처럼 보였지만, 영상이 확산되면서 미국 주요 언론에 보도되기까지 하며, ‘2026년 아이스커피 대논쟁’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이 뉴스가 국내 언론들에도 잇달아 소개되면서 면접에서의 예절과 역량평가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질문했습니다. 간단히 양쪽의 주장을 살펴봅니다.
첫째, 면접에서는 태도와 격식도 중요하다는 입장
아이스커피를 들고 면접장에 들어가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은 면접이 일상적인 만남과는 다른 공식적인 자리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진행되는 면접에서는 대화에 온전히 집중하는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컵을 만지거나 빨대로 음료를 마시는 행동,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 음료를 쏟을 가능성도 면접의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주장은 앞서 이야기한 기성세대의 보수적이고, 꼰대스러운 예절관일까요?
그들은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능력을 완벽하게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복장, 시간 준수, 말투, 경청하는 자세와 같은 작은 사소한 행동들이 향후 조직생활의 태도를 판단하는 일종의 신호로 활용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특히 고객을 직접 상대하거나 일정한 격식이 요구되는 직무라면 더더욱 상황에 맞게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도 직무역량의 일부라고 보는 것이지요.
따라서 커피를 들고 왔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자를 탈락시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불필요한 위험요소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인 조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실제로 논쟁을 야기한 채용 전문가도 “커피를 가져온 사람이 나쁜 지원자라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다만, 면접에서는 나의 의도와 관계없이 사소한 행동이 특정한 인상으로 비치거나 해석될 수 있다는 점 만큼은 생각해 볼만 한 것 같습니다.
둘째, 음료보다 지원자의 역량을 보아야 한다는 입장
한편, 다른 쪽에서는 “커피 한 잔과 업무능력 사이에 어떤 실질적인 관련성이 있느냐?”라고 반문합니다. 면접장에서 물을 마시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커피만 비전문적인 행동으로 판단하는 기준도 일관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합니다. 지원자의 경력과 전문성, 문제해결 능력보다 손에 든 음료를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은 본질보다 형식에 치우친 판단이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채용시장에서 기업과 구직자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차이에 대해서도 이야기 합니다. 지원자는 서류 작성과 여러 차례의 면접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지만, 채용담당자는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작은 행동까지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명확하게 공지되지 않은 예절을 기준으로 지원자를 판단한다면 세대와 문화에 따른 편견이 채용 결과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원격수업과 화상면접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에게 대면 면접의 관행은 기성세대만큼 익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젊은 세대는 커피를 일상적인 음료나 긴장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생각하지만, 전통적인 조직문화를 경험한 세대는 이를 공식적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같은 행동을 두고도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즉, 아이스커피를 문제 삼는 그 자체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뒤떨어진 행태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지적이 사소한 행동까지 엄격하게 통제하는 조직인지,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조직인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라고 주장합니다. 오늘날 면접 지원자들은 면접이라는 절차를 기업이 지원자를 평가하는 자리인 동시에, 지원자도 자신과 기업의 문화가 맞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커피를 넘어서는 변화’에 대한 질문
양쪽의 주장에는 각각 이유와 관점들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들어보면, 각자가 자신의 입장에 따라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와 논리가 있습니다. 한쪽은 면접을 ‘조직의 규범’과 ‘상황판단 능력을 확인’하는 ‘공식적인 절차’로 봅니다. 다른 한쪽은 면접을 ‘직무수행 능력을 공정하게 검증하는 과정’으로 이해합니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커피 자체가 아니라 ‘전문적인 태도란 무엇인가’, 그리고 ‘기업은 지원자를 어디까지 평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지원자는 면접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커피를 가져가지 않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현실적인 조언과 커피를 든 행동을 역량 부족의 근거로 판단하는 것은 구분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기업 역시 지원자의 상황 적응력과 태도를 살펴볼 수 있지만, 개인적 취향이나 세대별 관행을 보편적인 평가기준으로 적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면접장에서의 아이스커피 한 잔이 강의실에서의 모자나 슬리퍼 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시대의 이러한 논쟁이 있었다는 자체가 시대가 변화하고 있으며, 세대별 생각이 변화하고 있다는 또다른 방증이 아닐까요?
그 안에는 세대 간 직장문화의 차이, 기업과 구직자 사이의 입장 차이, 면접의 공정성과 변화가 필요한 조직의 규범 등이 두루 담겨있는 것는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여러분 조직의 채용 면접장에 아이스커피를 든 지원자가 들어온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먼저 보시겠습니까? 그리고 그 판단과 지원자의 업무역량 판단 간에는 어떤 영향 관계가 있을까요?
참고자료
중앙일보(2026. 9. 28.), 「‘아이스 커피’ 들고 면접 온 구직자…‘예절 어긋나’ 세대 전쟁, 왜」
서울신문(2026. 9. 28.), 「‘구직자, 아이스커피 들고 면접 왔네요’…‘실력부터 보라’ 美서 갑론을박」
한국경제(2026. 9. 28.), 「‘아이스커피 들고 면접 가면 안 되나요?’…Z세대 취준생들 ‘술렁’」
뉴스1(2026. 9. 29.), 「미국 뒤흔든 ‘아이스커피’…면접 때 들고 가도 되나, ‘직장 예절’ 세대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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