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선의가 마주한 시대적 전환
지역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일하는 마을활동가, 자원봉사자, 시민단체 활동가, 그리고 사회복지 종사자 여러분의 노고를 마주합니다. 여러분은 일상에서 이웃의 삶을 살피고, 끊어진 관계를 이으며, 분절된 개인들을 마을이라는 울타리로 묶어내기 위해 애쓰고 계십니다. 이러한 실천의 과정 속에서 현장의 활동가와 실천가들의 생각 속에는 하나의 고정된 관점이 자리 잡았습니다. '혼자살기는 결핍된 상태이므로 가급적 줄여야 할 형태이고, 함께살기는 바람직하므로 지역복지가 지향해야 할 목적'이라는 인식입니다. 이 관점은 지역사회복지관의 사업 계획서와 주민조직화 지침 곳곳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홀로 사는 주민을 만나면 '어떻게 저 주민을 밖으로 나오게 하여 이웃과 관계를 맺게 할 것인가'를 먼저 헤아립니다. 1인가구는 자연스럽게 고립 위험군이나 돌봄의 대상으로 분류되며, 모임에 참여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사업의 성과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현장의 선의에서 출발합니다. 실천 현장에서 마주하는 고독사와 위기가구의 모습이 혼자 사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선의의 방향을 점검하며 사회구조적 흐름을 살펴야 합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가 성숙할수록 1인가구, 곧 혼자살기는 결핍의 결과가 아닙니다. 가치관의 다변화, 개인 권리의 존중, 주거 환경의 변화에 따라 개인이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삶의 한 형태입니다. 이 변화는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혀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객관적으로 실천의 자리를 바라봐야 합니다. 우리의 시선이 '함께 사는 것만이 해답'이라는 공동체주의적 관점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혼자 살아가고자 하는 주민들의 선택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지 못하고 결핍된 상태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해 볼 때입니다.
핵가족화의 데자뷔, 현상을 객관화하는 사회적 지혜
대한민국이 19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며 겪었던 사회적 변화를 돌아봅니다. 전통적인 대가족 형태가 분화되고 부부와 미혼 자녀 중심의 핵가족이 사회의 주된 가족 형태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환기에 우리 사회가 보였던 반응들을 떠올려 봅니다. 신문 사설과 방송 뉴스, 학술 토론회에서는 '가족 제도의 해체', '경로효친 사상의 약화', '개인주의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핵가족화는 사회 전체의 질서를 흔드는 위험 요인으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핵가족을 사회적 문제로 규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의 이행은 농경 사회에서 산업화와 도시화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변화된 사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가족이 선택한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습니다. 이동성이 높아지고 개인의 자율성이 요구되던 시대적 배경 속에서 한국 사회는 핵가족이라는 제도를 받아들였고, 복지 시스템 역시 이 구조를 바탕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핵가족화라는 사회적 적응 과정은 안정적으로 완수된 셈입니다.
오늘날 전체 가구의 35% 안팎을 차지하며 주된 가구 형태로 자리 잡은 1인가구의 흐름 역시 40년 전 핵가족화의 경로와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개인의 독립성 확보, 생애주기의 연장, 가치관의 변화 등은 혼자 사는 삶의 선택을 늘려놓았습니다. 우리는 이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합니다. 1인가구는 바로잡아야 할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이미 나타난 객관적인 사회 '현상'입니다. 현상 그 자체에는 가치 평가를 할 수 없습니다. 다인가구 중에도 가족 간 갈등과 억압, 돌봄 노동의 불균형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있으며, 1인가구 중에도 자기관리에 어려움을 겪어 고립과 우울을 겪는 이들이 있습니다. 즉 각각의 가족 형태와 주거 방식은 저마다의 장점과 위험 요소를 함께 안고 있습니다. 특정 삶의 양식이 다른 삶의 양식보다 본질적으로 낫다는 판단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혼자살기와 함께살기는 개인이 마주하고 선택하는 삶의 영역이라는 '객관적 시선'을 갖추는 일이 오늘날 활동가와 종사자들에게 요구되는 지점입니다.
함께살기의 현실과 시행착오
'함께 사는 삶'이 안전하고 편안하다는 생각을 점검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이루어진 공동체 주거 시도들의 경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웃과 일상을 공유하며 연대한다는 지향은 긍정적이지만, 이를 지탱하는 일상의 현실은 복잡합니다. 코하우징의 출발지인 덴마크의 사례는 시사점을 줍니다. 1970년대 초반 설립된 덴마크의 주거 단지 '세테다멘(Sættedammen)'은 초기 구성원 간의 깊은 유대를 지향했습니다. 주민들은 주5회 이상의 공동 식사를 원칙으로 삼았고, 육아와 청소, 가사를 넓게 공유하는 방식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타인의 시선에 자주 노출되는 환경, 식사 준비와 청소의 기여도 차이에서 생기는 부담, 개인의 휴식을 누리기 어려운 구조는 구성원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입주민들의 이탈이 나타나자 세테다멘은 규약을 조정했습니다. 의무적 공동 식사를 줄이고, 개인의 사생활이 보호되는 독립 주거 구역의 경계를 분명히 정했습니다. 공유 공간의 이용은 '선택적인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갈등을 개인의 성향에 맡기지 않고 규약과 체계로 다루기 시작한 뒤에야 이 공동체는 안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¹
국내 사례에서도 이와 유사한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서울의 주택가에서 청년들이 모여 주거 문제를 풀고 관계를 맺고자 시도했던 '망원동 우리동네 공유주택'의 초기 경험이 그 예입니다. 초기 입주민들은 대안적 가족이라는 유대감을 바탕으로 공간을 함께 꾸렸습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작은 차이들이 점차 마찰로 이어졌습니다. 설거지 처리 기준, 늦은 밤 공용 거실의 소음 허용 정도, 냉장고 안 식재료의 사용 방식, 공과금 정산 과정에서의 입장 차이가 누적되었습니다. 입주자들은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라는 생각 때문에 불편함을 공식적으로 꺼내지 못한 채 감내하곤 했습니다. 문제를 제때 조정하지 못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초기 입주자들이 심리적 부담을 안은 채 공간을 떠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후 구성원들은 접근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정서적 유대에만 의존하지 않고, 입주 초기부터 구체적인 '생활 자치 규약'을 마련했습니다. 청소 주기와 점검 방식, 야간 정숙 기준, 공용 물품의 관리 역할을 정리하고, 갈등이 발생했을 때 절차에 따라 사안을 다루는 '정기 자치회의'와 '중재 방식'을 두었습니다. 이러한 규약과 절차가 정착되면서 청년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받지 않는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원만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² 이러한 사례들이 보여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함께살기는 자연스럽게 굴러가는 온정주의적 공간이 아닙니다.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고, 요구되는 불편함을 감수하며,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규칙을 지켜낼 때 유지되는 사회적 실천입니다.
혼자살기 vs 함께살기 10대 삶의 영역 역량 비교 고찰
어떤 삶의 형태도 준비 없이 안정되기는 어렵습니다. 혼자살기를 선택한 삶이 고립과 방임으로 이어지지 않고 존엄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함께살기를 선택한 삶이 피로와 갈등으로 흔들리지 않고 공존을 이루기 위해서는 삶의 여러 영역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익히고 훈련해야 합니다. 우리의 일상을 이루는 10가지 영역을 짚어보고, 혼자살기와 함께살기가 요구하는 고유한 역량의 특징을 6자 규격의 키워드로 정리하여 비교해 봅니다.
|
연번 |
삶의 영역 |
혼자살기 |
함께살기 (배우고 익혀야 할 역량) |
현장 실천 인사이트 (사회복지사의 관점) |
| 1 | 감정 (심리) |
불안견딤역량 · 고독과 막연한 두려움을 직면하는 힘 |
불편감수역량 · 타인과의 부대낌과 번거로움을 품는 힘 |
고립의 외로움과 공존의 피로감은 동전의 양면이며, 둘 다 내면의 맷집이 필요함 |
| 2 | 일상 (돌봄) |
일상자립역량 · 식사·청소·건강을 스스로 챙기는 힘 |
역할분담역량 · 가사와 돌봄의 몫을 공평히 나누는 힘 |
돌봄 결핍(방임)을 막는 자기돌봄과, 독박 돌봄을 막는 협력적 분담의 대칭 |
| 3 | 관계 (연결) |
연결유지역량 · 외부로 먼저 손 내밀어 관계 맺는 힘 |
경계존중역량 · 가까운 사이라도 심리적 선을 지키는 힘 |
혼자일 땐 단절되지 않는 적극성이, 함께일 땐 간섭하지 않는 거리 조절이 핵심임 |
| 4 | 공간 (주거) |
공간정돈역량 · 나만의 안식처를 스스로 가꾸는 힘 |
영역합의역량 · 공유 공간과 사적 영역을 조율하는 힘 |
공간 방치를 막는 자기 통제와, 사생활 침해를 막는 공간 규칙 합의의 문제 |
| 5 | 소통 (대화) |
자기대화역량 · 스스로의 욕구를 성찰하고 묻는 힘 |
경청조율역량 · 타인의 다름을 듣고 눈높이를 맞추는 힘 |
내면의 욕구를 제대로 아는 힘과, 타인의 욕구를 왜곡 없이 수용하는 소통력 |
| 6 | 갈등 (조정) |
자기수용역량 · 내면의 모순과 후회를 다독이는 힘 |
갈등전환역량 · 부딪힘을 회피하지 않고 합의로 푸는 힘 |
혼자서는 자책과 우울을 넘어서야 하고, 함께일 때는 비난 대신 협상으로 풀어야 함 |
| 7 | 의사결정 (선택) |
단독책임역량 ·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과를 감당하는 힘 |
숙의합의역량 · 시간이 걸려도 논의하여 결론내는 힘 |
독단적 회피를 막는 자기 책임성과, 일방통행을 막는 민주적 숙의의 대칭 |
| 8 | 경제 (자원운용) |
자원배분역량 · 수입과 지출을 주체적으로 꾸려가는 힘 |
공동분담역량 · 비용과 자원을 투명하게 나누는 힘 |
경제적 빈곤·낭비를 막는 자립성과, 무임승차를 방지하는 투명한 규칙성 |
| 9 | 위기대응 (안전) |
응급대비역량 · 질병·사고 시 자발적 SOS를 치는 힘 |
상호안전역량 · 서로의 위험 신호를 살피고 지키는 힘 |
1인가구 고독사·낙상 예방의 자발성과, 공동체 안에서의 상호 안전망 작동 |
| 10 | 성장·사업 (사회적 실천) |
자기확장역량 · 배움과 취미로 사회적 쓸모를 찾는 힘 |
협업창출역량 · 공동의 가치와 프로젝트를 일구는 힘 |
고립을 넘어 사회적 주체로 서는 힘과, 연대를 통해 공공성을 만들어내는 힘 |
10대 영역 역량의 실제적 맥락
위의 비교표에 담긴 역량들은 주민들이 선택한 삶의 형태를 건강하게 일구어 가기 위한 일상의 역량, 기술입니다. 첫째, 감정과 심리의 차원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마주하기 어려운 순간은 때때로 찾아오는 고독과 노후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몸이 아플 때의 서러움이나 막연한 불안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평정심을 찾는 '불안견딤역량'이 필요합니다. 반면 함께 사는 사람에게 마주하기 어려운 문제는 잦은 부대낌입니다. 타인의 생활 습관, 피로감, 원치 않는 간섭을 감당하며 차이를 품어내는 '불편감수역량'이 요구됩니다. 둘째, 일상과 돌봄의 차원입니다. 혼자살기는 생활을 위한 노동을 스스로 처리해야 합니다. 식사를 챙기고, 청소를 하며, 건강 상태를 살펴 병원을 찾는 일련의 '일상자립역량'이 흐트러지면 자기방임의 상태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함께살기에서는 역할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한 사람에게 일이 치우치지 않도록 청소와 가사, 정돈의 몫을 합의하여 실천하는 '역할분담역량'이 유지되어야 합니다.셋째, 관계와 연결의 차원입니다. 혼자 사는 이는 문을 닫는 순간 단절의 위험이 생깁니다. 동네 상점을 이용하고, 복지관이나 주민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지인에게 안부를 묻는 '연결유지역량'을 발휘해야 고립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함께 사는 이는 관계의 밀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가족이나 동거인이라 하여 사생활을 지나치게 묻거나 간섭하지 않고, 상대방의 영역을 인정하는 '경계존중역량'이 필요합니다. 넷째, 공간과 주거의 차원입니다. 혼자 사는 공간은 외부 시선이 닿지 않아 자칫 관리가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휴식과 생활의 동선을 정리하고 쾌적함을 가꾸는 '공간정돈역량'이 일상의 안정을 돕습니다. 함께 사는 공간은 공용 공간과 개인 공간이 섞여 있습니다. 사용 시간, 물품 배분 등 공간 이용 규칙을 대화로 조율하는 '영역합의역량'이 갖추어져야 마찰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섯째, 소통과 대화의 차원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자기 내면과의 소통이 중요합니다.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살피고 스스로를 돌보는 '자기대화역량'이 갖추어질 때 정서적 안정이 유지됩니다. 함께 사는 사람에게는 타인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듣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상대방의 표현 방식을 왜곡 없이 받아들이고, 내 생각을 차분하게 전하는 '경청조율역량'이 소통의 바탕이 됩니다. 여섯째, 갈등과 조정의 차원입니다. 혼자 사는 이의 갈등은 주로 내면에서 일어납니다. 자책감이나 무기력감을 마주했을 때 스스로를 다독이며 받아들이는 '자기수용역량'이 회복 탄력성을 만듭니다. 함께 사는 이의 갈등은 관계 속에서 나타납니다. 부딪힘이 생겼을 때 회피하거나 감정적으로 대립하기보다, 대화의 자리에서 타협점을 찾는 '갈등전환역량'이 필요합니다. 일곱째, 의사결정과 선택의 차원입니다. 혼자 사는 이는 주거, 이직, 소비 등 일상의 선택을 홀로 결정합니다. 상황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의 결정을 수용하는 '단독책임역량'이 요구됩니다. 함께 사는 이는 상의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식사 메뉴 선택부터 공간 운영까지 상대방의 뜻을 묻고 의견을 맞추어 가는 '숙의합의역량'이 갖추어져야 원활한 운영이 가능합니다. 여덟째, 경제와 자원운용의 차원입니다. 혼자 사는 삶은 자신의 수입과 지출에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생활비와 비상금을 관리하여 경제적 불안정을 방지하는 '자원배분역량'이 기반이 됩니다. 함께 사는 삶은 생활비를 함께 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리비와 공동 비용의 몫을 정하고 이를 투명하게 다루는 '공동분담역량'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아홉째, 위기대응과 안전의 차원입니다. 혼자 살 때 취약한 지점은 응급 상황입니다. 질병이나 사고가 닥쳤을 때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 119나 주민센터, 복지관에 지원을 요청하는 '응급대비역량'이 안전을 지킵니다. 함께 사는 삶에서는 주변의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동거인의 이상 징후를 살피고 상황 발생 시 함께 돕는 '상호안전역량'이 안전망 역할을 합니다. 열째, 성장과 사회적 실천의 차원입니다. 혼자 사는 이는 생활 반경이 좁아지기 쉽습니다. 학습, 여가, 자원봉사 등 외부 활동을 통해 자기 활동 영역을 넓히는 '자기확장역량'이 활력을 줍니다. 함께 사는 이들은 공동의 목표를 다루는 법을 배웁니다. 동네의 문제를 풀거나 모임을 운영하며 협력의 성과를 내는 '협업창출역량'을 익힐 때 이웃과의 관계가 단단해집니다.

어느 쪽도 거저 주어지는 편안함은 없습니다
열 가지 영역의 비교가 전하는 핵심은 어느 쪽 삶도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혼자살기는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움과 편안함이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혼자 사는 삶이 안정되려면 스스로를 챙기는 '자기돌봄', 선택을 감당하는 '단독책임', 사회와 소통하는 '자발연결'의 역량을 꾸준히 실천해야 합니다. 이러한 준비가 따르지 않는 혼자살기는 자칫 자기방임이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함께살기는 외롭지 않고 서로를 지켜주는 따뜻함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타인과 생활을 공유하는 일은 일상의 조율을 필요로 합니다. 타인과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불편감수', 상대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경계존중', 마찰을 대화로 푸는 '숙의합의'의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함께 사는 공간은 피로와 갈등의 장소가 되기 쉽습니다. 우리는 선택한 삶의 방식을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역량입니다. 혼자 사는 삶을 지탱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함께 사는 삶을 운영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묻는 일이 현실적인 과제입니다.
사회복지사의 역할 재정의: 삶의 역량을 훈련하고 학습하는 플랫폼
이러한 관점의 변화 속에서 지역사회복지관과 비영리단체, 중간지원기관,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새롭게 정리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복지관의 주민조직화와 마을복지 사업은 한 방향에 머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1인가구를 부족한 상태로 전제하고 그들을 모임이나 밥상 프로그램으로 이끌어내는 것을 주된 실천으로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주민에 따라서는 잦은 대인 접촉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모임 참석보다 혼자서도 안전하게 일상을 꾸려가는 생활 기술일 수 있습니다. 복지관과 유관기관은 1인가구를 모임으로 유도하는 데에만 머물지 않고, 주민이 혼자살기든 함께살기든 각자가 선택한 삶의 양식을 안정적으로 꾸려가도록 돕는 '훈련과 학습의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복지관은 혼자 사는 주민들을 위해 생활 밀착형 '혼자살기 역량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 영양 균형을 돕는 1인가구 식생활 자립 교육(일상자립역량)
- 생활 공간을 쾌적하게 유지하는 정리수납 교육(공간정돈역량)
- 일상의 스트레스를 다루는 마음 돌봄 프로그램(불안견딤 및 자기대화역량)
- 위기 시 활용할 연락망과 동네 안전 거점을 익히는 비상 연락망 훈련(응급대비 및 연결유지역량)이 현실적인 대안이 됩니다.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주민들을 위해서는 '함께살기 역량 교육'을 마련해야 합니다.
- 생활 속 마찰을 대화로 푸는 갈등 조정 교육(갈등전환역량)
- 가사 노동과 역할을 객관적으로 나누는 생활 자치 규약 마련 워크숍(역할분담 및 영역합의역량)
- 사생활과 적절한 거리를 지키는 소통 방식 훈련(경계존중역량)
- 마을 의제를 토론하고 합의하는 주민 회의 진행 과정(숙의합의 및 협업창출역량)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주민이 '혼자살기 역량'을 갖추어 독립적인 주체로 서도록 돕고, 타인과 연결되고자 할 때 부담 없이 어울릴 수 있도록 '함께살기 역량'을 함께 키워주는 일. 이 두 방향의 지원을 지역사회 안에서 실천하는 것이 사회복지사의 균형 잡힌 역할입니다.
현장의 지혜와 실천 역량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의 가족 구조와 생활 양식은 점차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녀온 관점을 전환할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나아가 한 개인의 삶은 갑작스런 변화에 부딪히게 될 수 있습니다. 함께 살다 갑자기 혼자 살게 될 수도 있고, 혼자 살다 어쩌다보니 함께 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초고령화를 살아가야할 대한민국 국민 개인들은 혼자사는 근육, 함께 사는 근육 둘 다 삶에서 필요한 역량이 될 것입니다. 사회복지사는 복지관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어떤 삶의 방식을 선택하든, 의도치 않게 처하게 되든 현재의 삶의 환경에 건강하게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실천적 조력자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혼자서도 담담히 서고, 함께여도 무리 없이 어우러지는 지역사회의 토대를 가꾸어 갑시다. 여러분이 현장에서 마주하고 다듬어가는 그 실천의 과정들이 다변화된 사회를 지탱하는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¹ 맥카맨트, K., & 듀렛, C. (2011). 《코하우징: 이웃과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주거 문화》. 덴마크 세테다멘(Sættedammen)을 비롯한 초기 공동주거 단지들이 겪은 집단주의의 한계와 입주자 스트레스를 다루며, 공동체의 지속을 위해 개인 사생활 보장과 선택적 공유 시스템이 필요함을 제시함.
² 서울주택도시공사(SH) & 사회주택협회 (2021). 《청년 사회주택·공유주택 커뮤니티 운영 및 갈등관리 사례 연구》. 마포구 망원동 일대를 비롯한 초기 청년 공유주택에서 나타난 생활 갈등(소음, 위생, 공용 공간 이용 등)의 원인을 짚고, 자치 규약 마련과 정기적 조정 절차가 공동체 유지에 미친 영향을 분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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