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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보장의 원리 By 양재진
- 202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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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소득과 기본소득: 같은 듯 다른 듯 이란성 쌍생아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서울시에서 안심소득 시범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지난 6월 29일 시범사업에 참여할 500가구가 선정되었고, 안심소득 시범사업의 효과성 검증을 위한 비교집단 1,000여 가구도 선정완료되었다. 7월 11일에는 안심소득이 처음으로 지급되기 시작했다. 현재 안심소득의 1단계 시범사업은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이고, 2023년에는 중위소득의 85%까지 대상 가구가 확대된다.
가구 소득이 0원인 경우 받을 수 있는 최대 안심소득 액수는 기준소득의 절반이다. 1인 가구의 경우 월 82만 6,550원, 2인 가구 월 138만 5,540원, 3인 가구는 월 178만 2,750원, 그리고 4인 가구는 월 217만 6,460원이 된다. 만약 소득이 있으면, 안심소득 지급액이 차감되는데, 100% 차감되지 않는다. 50%만 차감된다. 예를 들어, 4인 가구의 소득이 0원이어서 월 217만원을 받다가 100만원의 근로소득이 발생하면, 100만원의 50%인 50만원만 차감되어 월 167만원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해당 4인 가구의 총소득은 월 267만원이 된다(안심소득 167 + 근로소득 100). 이 4인 가구의 근로소득이 월 435만3,000원에 달해 이의 50%인 217만6,500원이 안심소득 최대급여액 217만 6,460원에서 차감되면, 드디어 안심소득액이 0원이 된다. 안심소득에서 졸업하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후보 시절에 이재명 대선 후보의 기본소득을 맹공하면서, 안심소득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이재명의 기본소득은 소위 보편주의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으로, 안심소득과 달리 가구단위가 아닌 모든 개인에게 (즉, 전국민에게) 소득수준 불문하고 지급하는 것이었다. 5,200만 전국민을 상대로 하다 보니, 월 10만원씩만 줘도 1년에 63.6조라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그런데 1인당 10만원씩이면 저소득 4인 가구라도 월 40만원씩 받는 것에 불과하다. 이것으로는 빈곤 가정에 큰 도움이 안 된다. 따라서 오세훈 시장은 기본소득보다 훨씬 높은 급여를 저소득 가구에게 집중 투여해 누구든 중위소득 85%의 수준의 가구소득을 보장하는 안심소득을 대안으로 세운 것이다(10만원짜리 기본소득이나, 안심소득이나 총 소요 예산은 비슷).
그런데, 사실 안심소득은 기존 복지제도의 공공부조와는 다른 원리를 갖고 있고, 오히려 기본소득과 맥을 같이 하는 면이 크다. 그래서 필자를 포함해 많은 학자들이 안심소득을 ‘우파형’ 기본소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개인이 아닌 가구 단위 급여고, 전국민이 아닌 소득을 구분해 대상자를 선별하는 데 기본소득과 맥을 같이 한다니..... 무슨 소린가?
기본소득류의 제도는 근로가능인구에 대한 급여 지급 시, ‘무조건’을 원칙으로 한다. 기존 복지제도에서는 노인, 아동, 장애인 등을 제외하고 근로가능인구에게 소득이 많건 적건 무조건적으로 무한정 현금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실업급여나 육아휴직급여도 다 기한이 정해져 있다. 실업급여의 경우, 구직활동이나 교육훈련 받는 것을 조건으로 준다. 공적부조도 근로가능한 인구에게는 생계급여가 아니라, 자활활동을 조건으로 자활급여가 지급된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다. 모든 나라가 그렇게 한다.
안심소득과 기본소득이 서로 싸우지만, 기본소득이나 안심소득이나 근로가능한 수급자에게 구직활동이나 훈련 받을 것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 기한 제한도 없다. 기존 복지와 뚜렷이 구분되는 지점이다. 2017년 핀란드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벌여 큰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모든 국민에게 주는 것도 아니고, 장기실업자에게만 급여를 지급하는 게 실험의 내용이었는데, 실업급여와 뭐가 달랐기에 이를 기본소득 실험이라 불렀을까? 다른 게 아니라, 실업자에게 실업급여 같은 현금을 지급하면서, 구직활동 조건을 달지 않고 무조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취업을 했어도 2년 동안은 무조건 급여를 주기로 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금은 실업자지만 근로가능인구에게 근로여부나 구직의사와 무관하게 실업급여를 주었기에 이를 기본소득이라 불렀던 것이다. 안심소득도 이런 면에서는 기본소득과 다를 바 없다. 기본소득과 달리 소득수준을 따지기는 않지만, 근로가능여부나 근로의사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현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본소득이나 안심소득이나 복지국가에서는 아직 시행된 적이 없는 낯설은 제도다. 사이 좋지 않은 이란성 쌍둥이 형제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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