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 김형석
- 202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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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복지재단 서울복지교육센터 × 비판복지학회 비판사판네트워크 “공유복지 오픈포럼”
(돌봄: 연구자가 현장에게, 현장이 연구자에게)
스터디 모임 후기
· 팀명/의제: 2팀 - 동물복지(동물권)와 사회복지
· 참여/소속: 김형석(중앙대), 문유빈(연세대), 황문찬(연세대)
· 회차/주제: 제1회 - 동물복지를 사유하기: 생명권과 공존, 복지국가 이념의 확장
· 일시/장소: 2025년 6월 28일 (토) 13:00~17:00 / 투썸플레이스(영등포의사당점)
다종 복지국가에 대한 비판적 상상: 인간-비인간 공존은 가능한가
동물복지(동물권)와 복지국가는 공존할 수 없는가? 이번 스터디 모임에서는 동물복지와 사회복지를 주제로 인간 중심적인 현대 복지국가 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하고자 했다. 현대 복지국가 내에서 발생하는 ‘돌봄’의 문제를 단일종인 인간의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인간과 다양한 종이 맺는 실질적 관계성 속에서 재조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총 여섯 가지 핵심 논점을 중심으로 동물복지와 복지국가 간 연계 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하였다.
첫째, 반려동물과 반려인 간 감정적 관계에 대한 이해와 이를 복지 영역에서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의 감정이 생각보다 복잡한 우울, 행복, 질투 등의 감정 체계로 이해되고 있으며, 이러한 감정을 인식하고 반영한 돌봄 실천의 필요성은 복지 개념을 인간 중심에서 재구성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졌다.
둘째, 동물의 권리를 인간이 대변할 수 있다는 ‘대리성’ 개념과 그에 기반한 권리 보장의 한계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 동물의 입장을 대변하고자 하는 시도 자체는 일정 수준의 공감이 있었으나, 인간이 비인간 동물을 온전히 대표할 수 있다는 전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대리성 개념은 철학적 정당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았는데, 감정적 연계성이 약한 야생동물이나 해충과 같은 비반려동물의 경우에는 권리의 부여 여부, 적용 범위 및 방식에 있어 신중한 접근과 체계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동물권의 기준으로 자주 활용되는 ‘쾌고감수성’(sentience)은 일정 수준의 윤리적 타당성을 갖추고 있으나, 권리의 법적 구현 측면에서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Nussbaum (2023a, 2023b, 2024)과 Singer (2024)의 접근 방식 역시, 이론적·제도적 설득력에 대해 비판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셋째, 위 논의를 기반으로 제도적 실천 방향에 대해 논의하였다. 동물 학대 관련 처벌 강화, 입양 절차의 공식화, 과도한 동물의료비 및 돌봄비용 문제 해결 등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에 중점을 둔 과제를 다수 제시할 수 있었다. 특히 독일이나 스위스처럼 헌법 차원에서 동물권을 보장하는 국가와는 다르게,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권 국가에서는 정치 구조의 한계로 인해 동물권 의제화를 제약하는 요인이 다수 존재함을 지적하였다. 예를 들어, 개물림 사고와 개식용, 동물 유기, 펫산업 문제 등 사회 갈등 예방을 위한 반려동물 훈련 의무화 및 지원, 독립적인 동물권 전담기구 설립 등 실행 구조에 대한 요구와 방향성이 제시되었다.
넷째, 비건주의 관련 사회적 긴장에 대한 주요 쟁점도 다루었다. 동물권 운동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비건 실천이 사회적 낙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그 원인이 비건주의 사회운동의 과도한 시위 방식, 실천 기준의 불명확성, 비건 제품 시장의 상업화 등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특히 이 같은 사회갈등현상은 단순한 생활양식의 차이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소수자 혐오로 확장되는 문화정치적 이슈이며, 윤리적 소비선택을 제도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의 확충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다섯째, 이상의 논의는 제도 설계 및 감정 윤리의 통합 가능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 사회갈등 공론화, 동물 접근성 확대, 노동시장정책과의 접목 등은 동물복지가 사회 전반적인 제도 설계와 얼마나 긴밀히 연계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핵심은 인간의 복지를 보완하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 아닌 인간-비인간 간 정의로운 공존을 위한 복지국가의 재정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여섯째, 동물권이 복지국가 개념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이론적 가능성을 탐구하였다. Nussbaum (2023a, 2023b, 2024)의 ‘역량접근법’(capabilities approach)은 동물의 복지와 번영 가능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정당성을 제시하지만, 이러한 접근이 결국 인간 관점 중심의 대리성이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었다. 반면에 Singer (2024)의 ‘공리주의’(utilitarianism)는 종차별주의(speciesism)를 비판하며 동물의 도덕적 지위를 강조하고 있으나, 결과 중심적 접근의 한계라는 점을 비판적 시각으로 공유하였다.
끝으로, 본 논의는 ‘다종 사회’(multi-species society) 개념으로 확장하여 토론을 진행하였다. 기존 복지국가는 일국적 차원의 단일국가, 사람인 국민이 중심이 되는 국민국가, 시민 동일성 패러다임을 뛰어넘어 동물과의 공존을 ‘제도적 상상력’과 ‘정의 실현’의 지평 위에서 재설정하는 사회 실험의 가능성에 공감하였다. 특히 감정 기반 윤리를 사회정책에 통합하고자 하는 시도는 교육이나 문화와 같은 공적 자원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유도하였다. 본 스터디는 이러한 학술 논의를 통해 동물복지와 동물권이 단지 비인간 존재를 위한 윤리적 제안일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의 미래를 상상하는 핵심 기제로 기능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더불어, 동물이 행복한 사회는 인간도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논문과 국제 지표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졌다. Ng (1995)는 인간과 비인간 동물 복지의 통합 접근법인 ‘복지생물학’(Welfare Biology) 개념을 제안하였으며, Holst and Martens (2016)는 동물보호지수(API, Animal Protection Index)와 국가별 1인당 GDP, 인간개발지수(HDI, Human Development Index), 민주주의 수준, 교육 수준 등 사회경제지표 간의 정량적 상관관계를 제시하였다. 또한 Albrecht et al. (2017)은 동물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인간의 도덕·윤리적 판단의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Sinclair et al. (2022)은 HDI가 높은 국가일수록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 수준도 높다는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이러한 연구들은 복지국가 재정의가 더 이상 인간 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며, 복지체제의 비인간적 전환 가능성에 대한 이론적·실천적 탐색 활성화에 긍정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인간-비인간 공동체 간 정의로운 공존 가능성의 조건으로 복지국가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정책적으로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다음 스터디 모임에서는 동물과 사회정책의 연계성에 집중한다. 핵심 주제는 시민권과 정치공동체의 경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비판적 검토이다. 예를 들어, 비인간 동물을 정치공동체의 구성원으로 포함시킨다는 의미는 단지 권리의 확장 문제인가, 아니면 민주주의의 근본적 구조를 재정의하는 일인가? 이러한 전환이 현대 복지국가의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사회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러한 시도 자체가 복지국가 이데올로기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가?
이를 위해 Regan (2004, 2023)의 The Case for Animal Rights와 Donaldson and Kymlicka (2011, 2024)의 Zoopolis: A Political Theory of Animal Rights에서 제안하는 동물-시민권 모델을 중심으로 기존 복지국가 체제와의 구조적 갈등 지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비인간 동물을 마땅히 인간종이 보호해야 할 객체가 아닌 공적 윤리 및 제도 설계의 주체로 상정하여, 이러한 급진적 상상이 사회정책적으로 어떤 함의를 갖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이는 동물권 실현을 넘어 새로운 복지국가 재정립을 위한 실험적·실천적 대안 가능성의 탐색이다.
참고문헌
Albrecht, K., Krämer, F., & Szech, N. (2017). Animal welfare and human ethics: A personality study(WZB Discussion Paper No. SP II 2017-307). WZB Berlin Social Science Center. https://www.econstor.eu/bitstream/10419/162770/1/891963413.pdf
Donaldson, S., & Kymlicka, W. (2011). Zoopolis: A Political Theory of Animal Rights. Oxford University Press.
Donaldson, S., & Kymlicka, W. (2024). 주폴리스: 동물 권리를 위한 정치 이론 (박창희 역). 프레스탁. (원서 출판 2011년)
Holst, A., & Martens, P. (2016). Determinants of animal protection policy: A cross-country empirical study. Politics and Animals, 2, 1–14. https://journals.lub.lu.se/pa/article/view/15296/14694
Ng, Y. K. (1995). Towards welfare biology: Evolutionary economics of animal consciousness and suffering. Biology and Philosophy, 10(3), 255–285. https://doi.org/10.1007/BF00852469
Nussbaum, M. C. (2023a). Justice for Animals: Our Collective Responsibility. Simon & Schuster.
Nussbaum, M. C. (2023b). 동물을 위한 정의 (이영래 역). 알레. (원서 출판 2023년)
Nussbaum, M. C. (2024). 동물을 위한 정의: 제1~5강 [비디오 강의]. EBS 위대한 수업.
https://home.ebs.co.kr/greatminds/vodReplay/vodReplayView?courseId=40023168&stepId=60023845&lectId=60457668
Regan, T. (2004). The Case for Animal Rights.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Regan, T. (2023). 동물권 옹호 (김성한·최훈 역). 아카넷. (원서 출판 2004년)
Sinclair, M., Lee, N. Y. P., Hötzel, M. J., de Luna, M. C. T., Sharma, A., Idris, M., ... & Marchant, J. N. (2022). International perceptions of animals and the importance of their welfare. Frontiers in Animal Science, 3, Article 960379. https://doi.org/10.3389/fanim.2022.960379
Singer, P. (2024). 우리 시대의 동물 해방 (김성한 역). 연암서가. (원서 초판 1975년, 개정판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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