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 이현지
-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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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인구보건협회가 실시한 ‘저출산 인식조사’ 결과에 의하면 청년세대(만19~34세)는
출산을 원치 않는 이유로 ‘양육비·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을 꼽은 비율(57%)이 가장 높았다.
즉, 응답자 10명 중 약 6명은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으로 출산을 꺼린다는 것이다.
사교육비에 대한 통계조사 결과는 저출산 인식조사의 결과를 뒷받침한다.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는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이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교육비는 높아져서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초등학생 37만2천원, 중학생 43만8천원, 고등학생 46만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가 필자에게는 와닿지 않는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수치는
표본을 추출하여 응답자 평균값을 보여주는 것이고, 필자가 매월 두 자녀의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비용은 이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필자가 과하게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의하면 2022 년 중학생의 주당 사교육
참여시간이 평균 7.5시간으로 조사되었는데 필자의 자녀들도 주당
8시간의 사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비의 관점에서 저출생의 문제를 바라봐달라는 요청을 받고
2020년과 2022년 필자의 사교육비 지출내역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2020년은 코로나19 발생으로 자녀들의 사교육을 중단한 시점이었고,
2022년은 본격적으로 사교육을 다시 시작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글쓰기에 앞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하게
필자의 가족구성과 경제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필자의 가정은 중학생 두 자녀와 부부로 이루어진 4인가구이고,
필자부부는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 일하는 맞벌이이다. 안정적인 수입이 있으나
대부분의 직장인들과 같이 매월 은행에 갚아야 할 대출도 있다.
‘대입까지만 버텨보자’를 되뇌고,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은행 대출을 제하면
항상 통장은 ‘텅장’이 되며, 부부의 노후준비는 자녀의 대입이후로
미루는 평범한 가정이다.
2020년 당시 초등학생이던 자녀들은 일체의 사교육을 받지 않고
온라인 학습사이트에 가입하여 학교교과에 대한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였다.
당시 1년 약정으로 지불한 금액은 총 167만 8000원으로
매월 13만 9900원을 납부하였다. 반면 중학생이 된 2022년에는
두 아이가 모두 국어, 영어,수학 3과목의 사교육을 받았고, 두 아이의
월 사교육비는 172만원 정도였다. 여기에 예체능 사교육이 더해지면
사교육비의 규모는 더 커지고, 고등학생이 되면 학원비 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사교육비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공무원 봉급표에 의하면
2023년 기준 일반직 9급 1호봉의 월지급액이 177만 800원으로 필자의 가구는
매월 9급 공무원 한 명의 급여에 맞먹는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사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가 중·고등학교 6년이라고 할 때,
매월 177만 800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하면 산술적으로 6년 동안 지출하는
사교육비는 8481만 6000원이고, 실제로는 6년 동안 1억원이 넘는 금액이
사교육비로 지출될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이 2021년 조사한
적정 노후생활비 설문 결과에 의하면, 서울에서 부부의 최소 노후 생활비는
207.2만원으로 조사되었다. 즉, 1억원이면 노부부가 서울에서
4년을 살 수 있는 노후자금이 될 수 있다.
사교육에 대한 지출(투자?)은 과연 부모의 욕심일까? 내 자식은 학원만 보내면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원을 보내는 것일까?
대부분의 부모는 울며 겨자 먹는 마음으로 학원비를 감당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이다. 학원을 보낸다고 모두 좋은 대학에 갈 수는 없지만
학원을 가지 않는다면 좋은 대학에 갈 확률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사회환경이고,
대한민국과 같은 학벌 사회에서 경제·사회적 안정을 찾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이
교육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필자처럼 생각할 것이다.
사교육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상황이라면 과연
매월 9급 공무원 초봉에 준하는 비용을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것을
감내하고서라도 출산을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양육비와 교육비를 걱정하며 출산을 꺼려하는 세대에게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저출생이 라는 현상을 걱정하기 이전에
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냉철하지만
정확한 대안을 제시하고 힘들더라도 확실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사교육이 저출생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출처 : 복지이슈투데이 6월호
‘모두가 아는 사실: 사교육비와 저출생의 관계’
이수영 (서울시복지재단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 본 게시물은 효과적인 내용 전달을 위하여 원문의 일부를 발췌하여
카드뉴스 형태로 편집하되, 이미지 하단에 원문 전체를
게시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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