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보장의 원리 By 양재진
- 202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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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진(연세대 행정학과)
공무원연금에는 그동안 4차례의 재정안정화 개혁이 가해졌다. 4차례 개혁은 모두 확정급여와 부과방식이라는 원칙을 그대로 유지한 채, 보험료와 소득대체율 등 계수만 조정한 것이기에 모수적 개혁(parametric reform)이라 불리운다. 확정급여(DB, Defined Benefit)는 말 그대로 연금액을 ‘기존 소득대비 몇 %’혹은 ‘얼마’라고 미리 사전에 확정해 놓고, 이에 맞추어 보험료를 책정해 걷는 방식을 뜻한다. 그런데, 얼마 줄지 약속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쉬운데, 이에 상응하게 돈을 걷기는 어렵다 보니, 늘상 저부담-고급여 체계가 된다. 따라서 확정급여에서 벗어나, 낸 만큼 받는 확정기여(DC, Defined Contribution)형 연금제도로 개혁을 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다.
부과방식(PAYG, pay-as-you-go)은 연금지출에 사용할 돈을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로 충당하는 세대 간 이전방식을 의미한다. 보험료를 내 줄 생산인구가 늘고 경제도 좋아 임금도 잘 오르고 했던 시절에는 은퇴자에게 줄 재원을 마련하는 데 부과방식보다 더 좋은 건 없었다. 그런데, 생산인구가 줄고 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최근에는 부과방식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얼마남지 않는 생산인구에 높은 보험료를 부과해야 연금지급에 필요한 재원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계속된 보험료 인상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따라서 자신이 받을 연금액을, 후세대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연금저축계좌에 쌓아두는 적립형(Funded) 연금을 키우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다.
공무원연금을 확정급여에서 확정기여 방식으로 바꾸는 것은 정치적 결단만 있으면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 문제는 부과방식에서 적립형으로 전환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감당하기 힘든 전환비용(transition cost)이 든다. 나중에 은퇴 후 내가 받을 요량으로 보험료를 각자 계좌에 적립해 놓으면, 현 은퇴자에게 연금은 무슨 돈으로 지급하나? 2023년 한해만해도 공무원연금이 19.8조원이 지출된다. 이 연금 지출액은 보험료 수입으로 충당하고 모자란 것을 국고보조 받는다. 그런데 적립식으로 전환되면 19.8조원을 모두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내년에는? 그 다음해는? 따라서 기금이 고갈된 이후에는 부과방식에서 적립형으로 전환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부과방식에 확정기여를 결합한 명목확정기여방식(NDC, Non-funded DC)이 대안으로 실행되고 있다.
확정급여에 부과방식인 공무원연금을 명목확정기여방식(NDC)으로 바꾸면 재정안정화 효과가 상당하다. 저부담-고급여체제가 사라지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연금액이 자동 삭감되기 때문이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급여하락이 반갑지 않겠지만, 자기가 낸만큼 받는다는 원칙 하에 죽을 때까지 연금이 보장되니 후세대에 큰 짐을 넘기지 않고 안정적 노후생활을 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공무원연금을 NDC로 바꾸어도 형평성 시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보험료도 두 배로 높고 납부 기간도 길며 민간의 퇴직(연)금이 포함된 공무원연금은 아무리 NDC로 바꾸어도 국민연금보다 연금액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민간의 연금구조와 동일하게 공무원연금을 이원화 하는 게 무엇보다 선행되야 한다.
보험료율 18%짜리 커다란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부분+(공무원)퇴직연금]으로 나누는 것이다. ‘국민연금부분’은 일단 NDC로 전환하지 말고 국민연금과 동일하게 보험료율 9%(공무원 4.5% + 고용주인 정부 4.5%)에 40년 가입기준 소득대체율 40%짜리 연금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공무원)퇴직연금은 기존의 퇴직수당을 흡수하고 민간과 동일하게 고용주인 정부가 보험료 8.33%를 모두 혼자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공무원은 보험료 9%를 부담하는 데, ‘국민연금부분’에만 4.5%를 납부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나머지 4.5%는 어떻게 하나? 이는 (공무원)개인연금에 납부하게 하여, 노후소득원을 하나 더 늘이게 하면 될 것이다.
(공무원)퇴직연금과 (공무원)개인연금이 도입되더라도 여기에 납부하는 보험료는 개인게정에 적립되면 안된다. 은퇴한 공무원에게 연금으로 지급되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세금을 수십년간 국가가 투입해야 함을 앞서 살펴 보았다). 따라서 이 부분은 적립형이 아닌 NDC로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연금공단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사업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개혁이 단행되면 형평성 시비는 사라지리라 본다. 공무원도 민간과 동일한 다층적 연금체계(즉, 국민연금부분+공무원퇴직연금)를 갖는 것이고, (공무원)개인연금은 국민 세금으로 하는 게 아니라 공무원 스스로 부담하는 개인연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NDC가 적용되는 (공무원)퇴직연금과 (공무원)개인연금에서는 재정안정화 효과가 발생한다. 국고보전금도 크게 줄 것이다. 형평성 시비를 불식시킬 수 있게 공무원연금을 다층체계화하면서 NDC원리를 적용해 재정안정도 기하는 개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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