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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계세요!! (가정방문과 전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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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 주민센터의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하루는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당장 오늘만 해도 오전에는 돌봄SOS 도시락 배달을 희망하는 어르신 댁에 가정방문, 오후에는 20년째 집밖에 나가지 않는 자녀를 두었다고 눈물로 호소하시는 어르신의 댁에 가정방문 이렇게 두 건의 가정방문을 하고 오니 하루의 일과가 거의 마무리 된 것 같다.

 

최근 서울시는 2015년부터 추진해왔던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를 복지·건강 중심으로 개편하여 빈곤·돌봄 위기 가구를 집중해서 선별적으로 방문하는 동행센터체계로 전환했다. 사실 전담공무원에게 가정방문은 꼭 해야 하며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당장 급하게 처리해야하는 일들과 여러 행정 업무에 밀려 현실에서는 가장 후순위로 밀려나는 과업이기도 하다. 수년간 찾동업무를 수행하며 다양한 보편방문을 실시했지만 효과와 효율성의 측면에서 상당히 낮은 성과를 나타내었다.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보편방문은 대부분 어르신들이 기초연금 신청 및 노인교통카드발급을 위해 동 주민센터에 내방하기 때문에 방문 자체가 필요 없었다. 또한 출산양육가정도 아이가 있는 엄마들이 면역력이 낮은 신생아가 있는 집에 낯선 사람들의 방문을 달가워 할 리가 없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추진되기 어려웠다.

 

그래도 본인의 상황이 그다지 어렵지 않고 도움이 필요 없다는 인지가 있는 대상자들은 방문을 거부해도 복지플래너들의 마음의 부담감이 덜 하지만, 누가 봐도 체납, 실직 등의 위기상황이 포착되어 복지사각지대에 있을 확률이 높거나, 일용직 근무 중 질병이나 부상을 당해 고용이 불안정 해진 사람들의 중 일부가 타인에 대한 불신 등으로 도움을 거부하거나 자기 방임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 복지플래너들은 마음 한 켠에 짐 덩어리를 얹어 놓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실 각종 복지사각지대 관련 전수조사, 1인 가구 전수조사, 사회적 고립가구 전수조사, 장애인전수조사, 아동 전수조사 등 방대하고 다양한 전수조사들이 읍면동에서 이루어지고 담당 직원들의 업무 과중이 심한 상태에서 비협조적인 클라이언트들을 만나게 되면 전담공무원들은 이중고통에 시달릴 수 있다.


실제로 당장 오늘 방문한 가구의 예시만으로도 전담공무원(복지플래너)가 비자발적인 대상자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20년간 외부와 단절한 채 집에서만 지내는 자녀가 안타까워 주민센터의 문을 두드린 어머니의 딱한 사정을 듣고 가정방문을 가게 되었다. 사실 이러한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동행방문이 바로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도 업무의 과부화로 이미 상담이나 방문 일정이 1~2주전부터 꽉 차있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방문을 함께 동행 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초기 상담은 동 주민센터의 전담공무원이 시행하고 서비스연계 의뢰 공문을 발송한 이후 정식으로 평가나 상담이 전문기관에서 이루어진다. 정신건강과 관련한 이슈를 가지고 있는 대상자들을 만나는 상황은 항상 긴장감을 가지게 한다. 오늘의 경우도 사실 자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 순순히 방에서 나온 것만으로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어머니에게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며 왜 주민센터에서 자기를 만나러 왔으며 이런 자리를 누가 만들었냐고 분노를 표출하는 자녀를 설득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과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결론은 본인은 누구의 지원도 필요하지 않다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다른 때보다는 큰 소득을 얻었다라고 느낀 것은 주기적인 연락과 방문을 하겠다고 이야기 했고 그것까지 안 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아 관계 맺기에 암묵적 동의와 허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사회적 고립가구와 지원거부 가구가 정부의 지원이나 타인의 도움을 거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자신이 도와달라는 얘기도 안했는데 누군가가 자신의 각종체납사실을 확인하고 당신은 도움이 반드시 필요할꺼예요! 도움을 받으세요!”라고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매우 기분나쁠 수 있다는 것을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다 이해는 할 것이다.


하지만 전담공무원들은 단 1명의 대상자라도 지원하고 도울 수 있다면 이러한 불편한 상황에서 민원을 온 몸으로 막아가면서 매번 도대체 왜 찾아왔냐라는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현장에서의 전담공무원들의 이런 노력이 헛되지 않게 이러한 복지사각지대 발굴 및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 정책이 좀 더 현실적이고 수요자들에게 필요한 방향으로 지원될 뿐 아니라 대국민, 대시민 홍보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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