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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드네요"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서 만난 천사: 사례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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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게 참 힘이 드네요!”라고 서두를 꺼내는 민원인을 만날 때마다 말하는 당사자는 인지하지 못하겠지만 그 상담내용을 듣고 있는 나는 그분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크게 마음속으로 심호흡을 한다. ‘과연 어떤 스토리가 나를 기다릴까?’라는 기대 반 두려움 반이 나를 잠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주민센터에 찾아오는 민원인들은 본인들이 방문한 정확한 목적을 알고 대면한지 10초 이내에 대화의 포문을 연다.

의료급여 연장승인 신청서식 하나 주세요~” 보육료 전환신청 하러 왔습니다.” 라고 말이다.

 

대체로 주민센터에 와서 직원들을 대면하고 나서 대화의 서두를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본인의 심경이 불편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 특히 문제는 있지만 스스로 해결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직면한 사람들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한 채 그냥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만 생각하고 자포자기 할 때가 많다. 그나마 주변의 누군가 주민센터의 문을 두드리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알려줘 용기내서 찾아온 경우는 참 다행인 경우이지만 너무 부끄러워 자신의 처지를 쉽게 꺼내놓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겨우 꺼내는 말이 바로 사는 게 참 힘드네요...”이다.

 

상담을 시작할 때 대상자와 눈을 맞추고, 표정으로 당신이 말했던 진의를 내가 알고 싶다 라는 비언어적 의사소통(Non-verbal Communication)을 진솔하게 건네면 대상자는 상대방이 들을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본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듣다보면 보통 30분이상은 훌쩍 지나가지만 내 철칙은 그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생각을 정리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고 조용히 경청하며 그 옆자리를 지켜주는 것이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본격적인 질문의 시간이 시작되면 머릿속에는 다양한 지원책이 말풍선처럼 그려진다. ‘경제적 위기가 있는데 이걸 긴급복지로 지원해야하나? 긴급복지 대상자 기준에는 적합할까? 그렇지 않다면 다른 어떤 지원을 해야 하나? 신용불량자인지 물어봐야할까? 직장을 구하고 싶을까? 현물 지원이나 다른 기관과의 연계는 필요하지 않은가? 등 등 등 말이다. 이 과정이 바로 나의 사례관리 회로가 가동되는 시작점이다




전담공무원들에게 사실 가장 알려주고 싶은 것은 사례관리라는 것이 정말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그들은 매일 찾아오거나 또는 찾아가는 대상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사례관리를 진행 하고 있지만 그것을 체계화 하고 형식에 맞게 기록하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말이다. 우리가 만나는 대상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적급여와 민간지원 검토 및 지원 과정을 시스템에 입력하고 관리하는 것이 사례관리의 시작이며, 필요한 경우 대상자인 클라이언트들에게 개별적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다양한 기관 및 원조체계들과 자원연계와 협업을 추진하는 과정이 우리가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는 사례관리의 거의 전부이다. 읍면동단위의 사례관리는 광범위하게 범위나 대상, 지원을 포괄하고 있으며 사례의 긴급성과 위기도, 서비스 제공의 기간에 따라 서비스연계, 일반사례, 고난도 사례로 나누어 사례관리를 진행한다.

 

물론 나 역시도 처음 사례관리를 하라고 했을 때 사례관리가 뭔가요? 라는 반응이었고 그것은 복지관에서 하는거 아니었나요? 라고 반문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여러 케이스의 사례관리를 진행하는 과정을 통해 대상자였던 클아이언트들 뿐 아니라 전담공무원으로서의 나도 함께 성장했다는 뿌듯함이 느껴지며 공공 사례관리 매력에 푹 빠졌던 것 같다.

 

진행했던 다양한 사례들 중 오랜 기간 동안 내 기억에 남았던 사례는 단연코 나를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서 만난 천사라고 불러준 이OO(가명)님의 사례일 것이다. 사실 이OO님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황당하기 이를데 없었다. 대뜸 전화로 비가 많이 와서 집에 물이 들어올 것 같으니 모래주머니를 집으로 배달해 달라가 그녀와의 첫 통화였다. 물론 이렇게 비슷하게 황당한 용건으로 매주 전화를 받으며 대상자에 대한 궁금증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고 보니 대상자는 전입 온지 1~2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잦은 민원과 크고 작은 소란을 일으키며 동에서 이미 꽤 유명한 사람이었다. 어찌됐던 내가 맡은 대상자이니 가정방문을 한번 가보자는 마음에 연락을 했으나 처음엔 방문을 한사코 거부했다. 하지만 매일 끈질기게 전화를 걸고 지속적인 설득을 통해 결국 가정방문을 하기로 했다.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외부와 교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대상자의 집안 환경이나 일상생활 등에 대한 내용이 거의 공유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 집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르게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한 집안 내부와 꽤 친절하게 나를 맞이해주던 대상자를 보며 깜짝 놀라게 되었다.

 

와우!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건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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