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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관리와 통합복지실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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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 그 무게

 

요즘 사회복지사의 책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스스로 사회적으로 책임지는 복지를 행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나를 돌아보면 충분하지 않다는 답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왜 그런 결론에 자꾸자꾸 도달하나 돌아보면 현장의 몇 가지 모습이 스쳐지나갑니다.

 

먼저 욕구에 기반한 실천, 참 좋은 말이지만 현실에서는 표면적 욕구를 채워주는 지원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본질적 문제해결이 어렵습니다. 더욱이 최근 지역현장을 살펴보면 복합적 욕구를 가진 주민이 늘어났고, 코로나19 이후 지역의 문제 또한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과거 단일한 서비스 지원만으로 어느 정도의 욕구 해소가 가능했다면, 지금은 한 가지 서비스만으로는 얼마 가지 않아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가운데 때때로 말로만 가치와 원칙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을지향복지를 통해 주민주도 복지실천과 마을자치의 지향을 갖는 것이 사회복지사에게 어느정도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복지관에 어떤 형태로 안착했고, 사회복지사 역할에 어떤 실제적 변화를 가져왔으며, 그래서 결과적으로 주민의 주도성과 마을의 자치성이라는 목표에 어느정도 도달했는지는 물음표입니다. 특히 코로나19를 지나며 그 기반이 더욱 약해졌기에 보다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합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현실 속에서 지역기반의 장기적 비전과 이를 실현해가기 위한 전략이 보다 튼튼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튼튼한 기반을 바탕으로 심화된 문제에 대응하는 전문성을 발휘하고, 그 결과로 본질적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너무 엄격한 것 아니냐고, 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렇게까지 해야할까.', '버겁고 지친다' 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런 생각이 들기 때문에 말로만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책이 바뀔 때마다 요동치거나, 트렌드에 따라 움직이는 현장의 상황이 있습니다. 사회복지사의 실천이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기에 한번 더 스스로를, 내 현장을 돌아봅니다.

 

 

#통합복지 - 3대 기능의 통합

 

지난 글을 통해 통합복지가 무엇인지 이야기했습니다. 현장의 정의와 해석에 따라 다양한 통합복지 실천이 있을 수 있는데, 지역밀착복지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주로 3대 기능의 통합으로 이해됩니다.

 

3대 기능 통합실천은 직관적으로 사례관리-서비스제공-지역조직화 기능을 한데 담은 실천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한 명의 사회복지사가 3대 기능과 관련된 방법론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필요에 따라 꺼내어 실천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하지만 이는 정말정말, 너무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속한 기관에서 저는 2018년부터 사회적고립과 관련된 실천을 고민하며 통합복지를 시도해왔고, 지역밀착복지관사업을 시작하며 탄력을 받아 현재 통합복지를 팀명으로 하는 부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친한 지인들과 편히 술 한잔 기울이는 자리에서 지역밀착을 통한 조직개편이 주제로 나온적이 있습니다. 복지관 기본 운영이 3대 기능을 수행하는데 맞춰져 있기 때문에, 평가가 각 기능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 밖의 다양한 이유로 어렵다는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납니다.

 

주민과 지역을 중심으로 실천한다는 간단한 명제가 기관에 부여된 역할과 구조적 측면이 맞물리는 순간 현실적 어려움이 따르게 됩니다. 이는 관리자로서 큰 과제이긴 하지만, 실천적으로 봤을 때 그것이 해결된다 하더라도 한 명의 사회복지사가 모든 기능을 섭렵하는것이 어려운 일임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 역량을 갖추도록 노력해갈 필요가 있겠으나 이는 한 순간에 되는 것이 아니기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는 먼저 내가 해야하는 일과 연결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각 기능은 다른 기능과 연결됩니다. 지역사회복지관의 3대 기능의 상호 관련성을 고려해서 각각을 해석하고 실천에 반영해 간다면 충분히 해봄직합니다.

 

 

# 첫번째 해석 - 사례관리와 통합복지실천 가능성

 

오늘은 사례관리를 중심으로 통합복지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2013년 사회복지관 기능개편으로 사례관리가 전면에 등장했고, 2014년부터 시작된 보건복지부의 동복지허브화와 2015년 서울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본격화 등의 정책이 추진되면서 동 단위 민관협력을 통한 사례관리가 강조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현장의 변화를 가속화시켰습니다.

 

사례관리는 학술적으로 다양한 정의가 있어왔으나 하나 이상의 복합적 문제를 가진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체계적 사정(assessment)을 통해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이해합니다. 최근 당사자의 주도적 문제해결이 강조되면서 복지 당사자가 가진 복합적 욕구’, ‘문제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클라이언트와 같은 단어를 강조하면서 정의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러한 방향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계속 언급되는 마을지향, 또는 지역복지와 연결되어 있고, 지역밀착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쓰고 보니 새삼스럽게 다가오기도 하는데, 어쨌든 통합복지의 가능성과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회복지는 사람이 주요 관심인 학문이자 실천방법이기 때문에 사례=사람(주민)’으로 인식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사례를 의미하는 ‘case’를 번역하면 특정한 상황의 경우를 말합니다. 작년 마포에서 열린 지역사회복지운동 실천가 교육훈련 과정에서 몇몇 사회복지사가 사례관리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 적이 있습니다.

 

사례관리(case management)에서 ‘case’당사자가 처한 상황과 처지이며,

'manage’는 관리한다가 아니라 당사자가 처한 곤경과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역복지 운동에서 ‘case management’는 당사자가 스스로 자신의 곤경과 어려움 헤처나가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렇듯 지역복지운동적 측면에서 사례관리를 해석할 때 주민은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의존적 존재가 아니라 문제해결의 적극적 주체로 인식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다음의 세 가지 실천의 변화와 연결됩니다.


먼저, 관계의 변화입니다.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인 주민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하지 않습니다. 문제해결의 주체인 주민 당사자를 지원하고 파트너적 관계를 맺습니다. 사례관리가 복합적 문제 상황에 놓여 있는 개별 주민의 문제해결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강점관점이 살짝 거들뿐 사회복지사 주도로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경우를 생각보다 자주 봅니다. 찐 주체가 주민이 될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한 번 더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둘째, 주민이 공식·비공식적 자원을 직접 획득하는 방향을 지향합니다. 사례관리 과정에서 필요한 자원은 지역사회복지관과 사회복지사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회복지사가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문제해결의 힘 또한 사회복지사가 가지고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주민은 사회복지사가 제공해주는 정보에 의존해야 합니다. 따라서 당사자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갈 힘을 가지려면 기관이 자원에 대한 정보와 권한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주민 당사자 중심으로 자원을 재편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주민이 가진 문제해결을 위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체와의 네트워크를 강조합니다. 당사사가 가진 문제는 개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주민과 지역사회가 가진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 개인의 문제가 해결되어도 또 다른 주민의 문제로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따라서 서로 함께 힘을 모으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를 위해 우선 당사자 문제해결을 지원하기 위한 사례회의에 참여하는 주체와 내용, 협력의 방식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사례관리와 관련된 문제(의제)별 네트워크의 충분성을 평가하고, 관련된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 닫으며

 

사례관리를 통해 주민을 만나지만, 하나의 방법론에만 매몰되지 않는 통합실천의 가능성을 고민하고 시도해야 합니다. 사례관리로 함께하는 주민을 문제해결의 주체로 인식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주민 스스로 서비스(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연계할 수 있고, 당사자 욕구로 관계망을 연결하거나 주민조직을 통해 지역사회로 확장된 문제해결을 해 나갈 수도 있습니다. 정해진 답은 없기 때문에 시도하고, 성찰하고, 다시 시도해가는 과정을 쌓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이 게시판의 성격과 지면의 한계로  구체적 사례와 고민을 쓰진 못했는데, 기회가 되면 비슷한 고민과 시도를 하고 있는 분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처지를 읽을 수 있어야 마음도 읽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관계도 그릴 수 있고, 관계가 기반이 되어야 실천도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이야기 했던 지역복지운동에서의 사례관리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어려운 길, 같이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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