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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드네요"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서 만난 천사: 사례관리) 3부

  • 사레관리
  • 종결
  • 일상회복

사례관리를 하며 항상 고민이 되는 지점은 내가 과연 대상자를 가장 중심에 두고 통합적 서비스 제공을 하면서 그 또는 그녀의 삶 전반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는지를 체크하고 있는가이다. 실제로 당장 한 가지 문제가 너무 크게 느껴져서 다른 문제나 욕구들을 지나치거나 못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가끔은 나를 흔들리게 한다. 또한 자원 연계 시 대상자의 동기화 및 참여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문제해결, 변화목표달성에 기여하는지, 적절성에 대한 고민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OO님의 경우 다른 목표도 있고 욕구도 있었지만 가장 시급했던 정신건강의 증진을 위해 정신과 방문과 상담 진료를 시작한 후 이OO님의 상태는 눈에 띄게 호전되어 갔다.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갔다온 날 동 주민센터에 들러 선생님과의 상담이 너무 좋았다고 소감을 나누기도 했으며 약을 먹고 나니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표현도 자연스럽게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치료를 시작한 지 약 3~4개월 후에는 거의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정신건강이 회복되어 본격적으로 지역사회로의 복귀를 위한 다음단계로 도약을 시도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이전에 즐겨했던 수영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소모임의 종교 활동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례관리자인 나에게 뿐 아니라 수영을 하며 알게 된 사람들, 교회 사람들에게 자신이 다니는 정신과 선생님이 너무 상담을 잘하고 본인의 생각에 공감을 잘해주신다고 하며 힘들면 그 OO신경정신과 의원을 찾아가라며 병원을 홍보하고 다니시기도 하는 등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사회적 고립으로부터의 탈피도 어느 정도 진행된 후 이제는 이전의 생활로의 복귀를 위해 일자리와 일상생활 유지를 위한 자원연계를 모색했다. 정신건강이 눈에 띄게 호전되며 근로능력이 회복되기 시작했으므로 자활을 위해 앞으로의 인생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아서다. OO님은 이전에 사업체를 운영한 경험이 있기는 했지만 실패의 원인을 본인의 탓으로 돌리며 자신 스스로를 원망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어떤 사업을 창업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대신 우리는 함께 이OO님의 강점이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어떤 직업을 가져 봤었는지, 어떤 일을 했을 때 가장 즐거운지와 이전의 일에서 본인이 가장 잘하는 일이 무엇이었고 그 일을 잘 했던 것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교육을 받거나 자격증을 취득하여 노인이 되기 전까지는 근로를 할 수 있는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원래부터 밝고 남을 도와주는 역할도 잘 할 것 같았기에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와 같은 직종을 공부해 볼 것을 권했다. (일자리 분야의 복지자원은 무수히 많고 다양한 사업 지원들이 있기 때문에 희망복지지원단 업무안내의 복지자원 표준 분류 체계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시간이 흐르고 이OO님의 케이스를 맡은지도 8~9개월정도 지나게 된 어느날이었다. 요즘 이OO님은 외출은 자주하고 타인에게도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가며 세상 밖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가고 있었다. 주민센터에 전화해서 내가 있는지 없는지도 자주 물어보시고 오가다가 가끔 들러 수줍게 요쿠르트 한병을 내밀며 선생님 주고싶어서요~”라고 하며 안부도 묻는 정도로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위기상황은 거의 해소되었고 사례관리의 종결만을 앞두고 있었던 시점에서 종결을 위해 마지막으로 상담을 하던 날 이OO님은 나에게 선생님은 내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서 만난 천사예요. 라고 말씀해주셨다. 제가 한건 특별히 없었고 이OO님이 잘 하셔서 그래요 라고 말을 건네며 그동안 열심히 자신과의 싸움에서 힘들게 사투를 벌이시느라 고생하셨다는 위로를 건냈다. 그리고 소소한 일상들이 회복되어 가는 모습을 응원하고 지지하겠다고 이야기 했다. 

 

사례관리를 하다보면 담당자들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사투를 벌여야 한다. 복잡한 행정처리, 각종 위기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와 어떤 자원을 연계해야하는지에 대한 정보부족, 슈퍼비전의 부재 등이 항상 담당자인 전담공무원을 옥좨는 형국이다. 또한 사례관리자로서 택배기사나, 배달원처럼 자원을 단순히 전달하는 전달자로서의 역할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또한 내가 연계하고 있는 자원이 대상자를 내 도움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로 무력화시키고 있지는 않은지도 고려해 보고 고민해 보아야 하는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둥 주민센터의 사례관리를 통해 이렇게 변화한 대상자에게 선물 같은 칭찬과 따뜻한 위로를 듣고 나면 힘들었던 생각이 모두 사라지고 나도 역시 그들로 인해 정신적 위로와 회복을 얻게 되는 마법 같은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Case Management is addi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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