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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삶의 원리로서의 공동체와 돌봄

 

 

돌봄의 개인화

복지서비스는 개인 또는 사적 영역에만 국한될 수 없는 문제이다. 대다수의 사회구성원들이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불안한 사회에서 보편적복지는 일면 불가피하다. 그러나 모든 이들을 복지대상자로 포섭하는 제도적 접근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성찰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대변된다. “지속적인 성장을 전제로 더 꼼꼼하게 설계된 공적제도가 복지의 처방전이 될 수 있는 것인가?”

 

질문에 대한 섣부른 결론을 내리면 긍정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크다. 보편적 복지, 다시 말해 복지국가에 기반한 사회보장을 지향하는 공공적 목표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충분한 자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화가 수반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또한 개인들의 차별화된 욕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시장기제와의 조화도 필요하다. 문제는 이제까지의 성장 중심 주류경제와 취약계층 중심의 잔여주의가 갖는 제도적 편향이다. 편향은 규격화, 효율화를 우선시하는 체계로 나타났고, 실제 생활세계에서 수반될 수밖에 없는 대면과 접촉, 상호호혜의 관계를 배제하는 개인화프레임을 확대하고 재생산시켰다. 고도산업사회는 근대적 획일성과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의 합리성을 더 중시하는 기술합리성에서 성장해왔다. 그 결과 사람들의 관계는 물화(物化)’되었고, 이는 관계보다는 자본을 중시하는 주객전도의 소외를 발생시켜왔다.

 

복지국가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생활영역 안에서의 공동체의 복원이 중요하다. 복지국가의 지향성이 공공적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면 그 방식은, 제도적 설계를 생활세계에서 재구성하고 견인할 수 있는 마을공동체 구성이 핵심이 된다. 보편적 복지의 총량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복지국가가 될 수 없다. 복지국가는 체계이지만, 체계를 견인하는 것은 공동체라는 의미이다. 고도산업사회를 이룬 근대적 획일성, 기술합리성을 극복하기 위한 더 방법은, 더 높은 수준의 이론과 철학이 아니다. 그것은 인류가 오랜 시간 집단무의식속에 간직해온 마을공동체와 같은 오래된 미래를 복원하는데 핵심이 있다.

 

생태적 삶의 원리로서의 돌봄

아이들은 놀기 위해 태어났다는 책의 제목과 같이 놀이는 역할을 습득하고 배워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인류의 존재방식이고 발달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놀이의 과정은 생활세계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미메시스(mimesis)와 같은 철학적 개념을 논하지 않더라도 존재론적 모방은 생활세계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생태적 삶의 원리다. 아이들은 놀이의 과정에서 나무가 되기도 하고, 자동차가 되기도, 때로는 그림자가 되기도 한다.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존재를 모방하고 모방은 사물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생태적으로 인식하게 한다. 수용과 조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다.

 

요즘은 놀이를 위해서는 놀이공원 또는 키즈카페에 가야하고, 돌봄을 위해서는 육아종합지원센터에 가야 한다. 체험을 위해서는 체험교실에 등록해야 하며, 사회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캠프활동에 등록해야 한다. 놀기 위해서 놀이공원과 학원에 가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우리는 익숙해 있고,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규격화, 효율화된 돌봄과 육아에 대한 서비스는 늘어났지만 대면과 접촉, 상호호혜의 관계를 필요로 하는 공동체프레임은 사라져가고 있다. 편향된 체계에는 익숙해져 가지만 본래의 사회와 인간의 삶은 잃어가고 있다.

 

인류사의 대부분 돌봄은 생태적 삶의 원리가 적용되어 왔다. 공동의 이해를 갖고 협력하며 상호작용하는 생활단위에서 서로 만나면서 관계의 교집합을 만들어 왔다. 면대면, 지근거리 내의 자연스러운 관계와 인연이 만들어지는 곳에서 돌봄이 이뤄져 왔다. 공동체는  돌봄을 통해 인류를 지속시키는 근원이었다. 오래된 미래를 복원할 수 있는 가장 원형적인 접근이 가능한 것이 육아와 돌봄이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나 다 해당될 수 있는 육아와 돌봄을 보편적인 도시생활의 필요로 공감하고 수요자-공급자로 구별되지 않고 일상생활 그 자체의 관계망을 중심에 두고 접근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망은 보편적인 필요를 공감하고 공동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나의 생활상의 필요와 해결의 욕구에 대해 이웃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토대로 궁리하고 해결을 모색할 때 일상성과 지속성이 생긴다. 이것은 나의 필요가 곧 이웃(타인)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함께 협동해야 할 이유를 공감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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