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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제안1. 평가방식을 평가하기

  • 평가를평가
  • 지적말고격려
  • 어깨펴고자랑
  • 평가회의변화

고통은 시선을 좁게 한다. '나만'을 많이 쓴다.

나만 아프고, 나만 힘들고, 나만 외롭고. 즐거운 일은 내 생존에 위협을 끼치지 않지만, 고통은 위험하다. 자연히 우리의 몸과 마음은 고통에 집중한다. 아픈 동물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웅크리어 자신을 보듬는 것처럼 말이다. 고통을 해결하려고 집중한다. 한 곳을 응시하고 집중하니 자연스럽게 시선이 좁아진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본능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본능대로만 살 수는 없다.


기쁨은 시선을 넓게 한다. '나도'를 많이 쓴다.

나도 즐겁고, 나도 만족하고, 나도 재밌고. 먹고 살기에 급급하면 땅을 보고 살 만하면 하늘을 본다. 여유가 있어야 하늘을 본다. 기쁨은 시선을 넓게 한다. 시선이 넓어지니 나 말고 다른 사람도 보인다. 주위에 나처럼 즐거운 사람이 보인다. 만족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 보인다. 좋은 환경은 아니어도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보인다. 보이는 것이 생각을 지배하고, 생각은 손과 발을 움직인다.


시선이 좁아지고 넓어지는 건 이렇듯 자극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뭐든지 억지를 부리면 문제가 된다. 좁아지는 시선을 억지로 넓히려 할 때 오히려 문제가 생긴다. 다만 적정한 반응 이상의 시선 변화는 알아차리고 거부해야 한다. 너무 과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익숙해져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관성도 조심해야 한다. 좁은 시선은 '나만'을 연발하고 고통을 증폭시킨다. 고통이 커진 만큼 시선이 좁아지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평가의 계절이다. 보조금을 사용하는 복지기관의 평가는 시선이 좁다. 문제를 찾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보조금은 혁신을 요구하지 않는다. 안정적 관리가 최우선 목표다. 국민연금을 수익률이 높은 곳에 투자하지 못하는 이유처럼 말이다. 그래서 복지기관의 평가는 잘한 것을 찾기보다 문제점에 집중한다. 찾은 문제점은 다음 계획의 과제가 된다. 얼핏 보면 체계적인 일 처리 방식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문제점을 찾아서 보완하는 방식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결국 문제점으로 시선이 좁혀지고 장점을 놓치게 된다.


시대가 변했다. 사람들은 양보다 질을 원한다. 밥 많이 준다고 식당을 찾는 시대가 지났다는 말이다. 문제를 보완하는 시대에서,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시대로 진입했다. 사회가 바뀌었으니, 사회복지도 사회의 변화를 담아내야 한다. 유행을 따르라는 말이 아니다. 변화의 선두에 서지는 못해도 같은 방향으로는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면 시작은 평가다. 계획과 평가는 동전의 양면이다. 계획은 평가고, 평가는 곧 계획이다. 평가를 먼저 언급하는 이유는 복지기관의 실천이 오늘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연간 단위 사업으로 반복되는 보조금 사업은 실천에서 잘한 것을 찾아서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문제에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 환경과 자원의 문제다. 결국 문제를 찾아도 해결이 쉽지 않다. 그렇다면 지금 할 수 있는 차선이라도 실행해야 한다. 잘하는 것을 찾아 더 잘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평가회의는 자랑대회가 되어야 한다. 지적이 난무하는 평가회의에 칭찬이 가득해야 한다. 누적된 지적에 머리를 못 들고 의기소침해지는 담당자의 어깨가 칭찬으로 올라가야 한다. 관리자의 훈시만 맴도는 적막에 동료의 박수 소리가 가득 차야 한다. 자세히 알지 못하는 다른 팀 사업을 얕은 경험으로 판단하고 어설픈 충고를 더 하지 말고 격려의 소리가 넘쳐야 한다.


한국 사회는 인류 최고의 경쟁사회다. 안 그래도 숨이 막히고 쫓기는데 평가라는 이름으로 훈계, 지적, 가르침, 조언을 더 해서 무엇을 얻는단 말인가? 한 줌도 안 되는 희망마저 사라지고, 한 컵도 되지 않는 의욕마저 마르게 할 뿐이다. 돌아보자. 누군가의 조언으로 성장했나? 그렇지 않다. 우리는 사랑 받아서 지금 여기에 있다. 회사라고 다르지 않다.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일을 하는 복지 현장은 더욱 그래야 한다. 위탁과 평가제도, 보조금 정책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기관의 평가 방식은 바꿀 수 있다. 우리 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조금의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든다는 뜻이다. 평가도 마찬가지다. 평가 방식의 작은 차이가 사람을 살리기도 반대로 만들기도 한다. 이제 평가 방식을 평가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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