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관 사회사업 By 김세진
- 20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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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는 누구입니까
“사회복지사는 누구입니까?”
우리 사회복지사들 대부분은 이런 질문에 속 시원하게 답하지 못합니다.
명확한 문장으로 말하지 못하며, 답한다고 해도 사람마다 그 정의가 다양합니다.
사회복지사협회나 협의회도 개념이 다르며, 협회나 협의회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조차 명확하게 한번에 말하지 못할 겁니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요?
그럼에도 우리는 일할 수 있고, 일하는 데도 큰 지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제대로 일하고 있을까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받았던 90년대 말 (1급) 자격증 번호가 2만 번 대였습니다.
즉, 2000년까지는 전국에 사회복지사 수가 대략 2만 명이었다는 겁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자격증 보유자가 137만3천 명입니다. (모든 급수를 합한 2022년 기준. <월간소셜워커> 2023년 5월호.)
엄청난 수의 사회복지사가 있지만, 이로써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살 만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 사이 더불어 살게 돕는 사람이 사회복지사라면 그 수가 엄청나게 늘었으니 우리 이웃들은 곳곳에서 어울리며 정겹게 살아가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지낸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자격증 수가 증가한 만큼 사회복지사 정체성은 옅어지는 듯합니다.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어렵지 않게 취득하고,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은 없어 보이며, 그럼에도 큰 문제없이 일할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는 사회복지사를 사회복지사업법 제11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사회복지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진 자’를 ‘사회복지사’라고 정의합니다.
그러나 이때 이야기하는 전문지식과 기술이 뜻하는 바가 모호합니다.
게다가 합의한 지식과 기술이 존재하지 않고, 현장마다 지식과 기술에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더하여 그 지식과 기술을 큰 수고 없이 얻을 수 있고, 그런 게 없어도 현장 실무를 이뤄가는 데 어려움이 없다보니
이로써 사회복지사를 정의하는 게 의미 없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결국 ‘사회복지사’는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 정도를 부르는 말이 되었습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 모두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 보유자의 약 1/4 정도가 현장에서 일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제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구분하고자 합니다.
사회복지사로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특히 ‘사회사업social work’ 하는 사람을 다르게 부르고 싶습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현장에서 사회사업 하는 사람, ‘사회사업가social worker’
사회복지사는 더불어 살게 돕는 사람
사회사업가 필독서 「복지요결」에서는 사회사업을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일’이라 합니다.
미국 사회사업 교과서에서도 사회사업social work을 개인 지원을 넘어 당사자가 속한 환경을 당사자가 살 만하게 바꾸는 일로 설명합니다.
Social work is a profession that supports individuals, groups, and communities in a changing society
and creates social conditions favorable to the wellbeing of people and society.
「Generalist Social Work Practice : An Empowering Approach」 (7th Edition (2013. 11)
(사회사업은 변화하는 사회에서 개인과 단체와 지역사회를 지원하고,
사람과 사회의 복리에 유리한 사회적 조건을 조성하는 전문직입니다.)
사회복지사 윤리강령(2023년 4월 11일, 5차 개정판) 가운데 ‘핵심가치1. 인간 존엄성’ 항목을 살펴보아도,
사회복지사는 당사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자기 결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합니다.
당사자의 ‘역량을 강화하고, 자신과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실천 과정에서 당사자 개입과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 윤리강령도 실천 지점을 ‘당사자와 그가 속한 환경’ 양쪽을 균형 있게 보고 있습니다.
더하여, 사회복지사의 실천 가운데 아무리 작은 일도 당사자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끝까지 ‘자기 삶’이 되게 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사회복지사는 영어로 ‘Social worker’입니다. 사회적(social)으로 일(work)하는 사람(er)이란 뜻입니다.
혹은 사회적인 일(social work)을 하는 사람(er)이란 말입니다. 직역하면 ‘사회사업가’입니다.
사회적으로 일하는 사람, 사회사업가. 사회적으로 하는 일, 혹은 사회적인 일social work이란,
사람 속에서 관계 속에서 사회 속에서 이뤄가는 일입니다. 사람과 사회 속에서 관계로써 이루는 일입니다.
사회사업가는 약자를 잘 돕기 위해 ‘사회 속’에서 ‘사회와 함께’합니다. ‘사회의 일’이 되게 합니다.
약자를 위한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이 더불어 살게 돕는 사회복지사는 사회적 복지를 이룹니다.
관계 안에서 관계로써 일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 별명이 ‘관계주선사’입니다.
정리하자면, 사회사업가social worker는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사람’입니다.
약해졌어도 끝까지 자기 삶을 살고, 둘레 사람과 어울리며 살아가게 거드는 사람입니다.
한 마디로 ‘더불어 살게 돕는 사람’입니다.
*
‘사회복지사’는 ‘사회적으로 복지를 이루는 사람’입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사회사업가로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사회사업가’와 ‘사회복지사’를 함께 사용하지만, 두 이름의 뜻은 하나입니다.
사회적 사업을 하는 사람, 사회사업가. 사회적으로 복지를 이루는 사람, 사회복지사.
사회사업가 = 사회복지사 = 더불어 살게 돕는 사람.
복지사업과 사회사업
많은 이가 사회사업과 복지사업을 혼동합니다. 약자를 정성껏 직접 돌보는 일을 사회사업social work이라 착각합니다.
하지만 사회복지학과는 봉사학과가 아닙니다.
선한 마음으로 이웃을 살피는 일은 참으로 귀하지만, 전공하여 사람과 사회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돕는 방식이 다릅니다.
사회복지학에서는 사람을 ‘사회적 존재’로 봅니다.
상호작용하는 ‘둘레 사람과 관계’에서 일의 실마리를 찾습니다. 사회사업에서 ‘문제’란 개인과 환경, 둘 사이 상호작용의 결과입니다.
개인이 어느 환경에 속했는가에 따라 문제일 수 있고 아니기도 합니다.
개인은 환경 속에 인간, 즉 ‘사회적 존재’이기에 당사자가 만난 ‘문제’를 ‘개인과 환경 사이 상호작용의 결과’로 여깁니다.
강점이 많은 사람일지라도 그의 능력보다 더 높은 역량을 요구하는 환경에 놓이면 그는 문제가 있는 이가 됩니다.
문제가 있어도 이를 품을 수 있는 환경 속에 있다면 그는 문제없이 그럭저럭 어울려 살아갑니다.
따라서 사회복지사는 사회적 약자를 도울 때 그를 직접 지원하기도 하지만,
그가 속한 환경을 약자도 살 만하고 약자와 더불어 사는 곳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복지사업’은 복지를 위한 사업, 복지를 이루려는 사업입니다. 대체로 우리 현장에서는 어려운 사람의 복지를 대신 이루어주는 사업으로 풀이합니다.
하지만 ‘사회사업’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일입니다.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가 되게 합니다.
예를 들어, 식사가 필요한 분에게 직접 식사를 만들어 드리는 일은 복지사업입니다.
식사 복지를 이루어 주는 일입니다. 반면, 사회사업은 식사가 필요한 분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합니다.
부족한 만큼 거듭니다. 끝까지 당신이 식사 복지를 이루게 돕습니다. 거드는 일도 되도록 둘레 사람과 관계 속에서 이루어 갑니다.
이 일을 구실로 다른 이와 더불어 살게 돕습니다. 그렇게 약자를 돕기 위해 사회사업 하는 사람이 사회사업가입니다.
어느 현장에서 일하든 사회사업 하는 사회사업가는 사람들 사이를 좋게 합니다.
사회사업가라면 어느 현장에서 어떤 일을 맡아 일하든 사람들이 ‘더불어 살게’ 도우려 힘씁니다.
더하여, 사회복지사는 공부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검사와 판사는 일 ‘事사’를 쓰는데, ‘변호사’의 ‘사’는 선비 ‘士사’를 쓴다고 했습니다.
변호사는 사람 옆에 있어 주는 존재이기에 그리 한다고 합니다. 사회복지사도 선비 ‘士사’를 씁니다.
어려운 이 옆에 있어주는 존재이기에 그렇게 쓰겠지만, 공부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려면 공부해야 하고, 그래야 잘 도울 수 있습니다. 공부하지 않고 도우면 잘못 도울 수 있습니다.
차라리 돕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공부로써 인간성을 이해해 인격적으로 돕고,
정의로운 사회를 생각하며 관계를 생동하며 도와가는 사회복지사.
그런 사회복지사이자 사회사업가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참고문헌 :
<사회복지사를 소개합니다> (김세진 엮음, 구슬꿰는실, 2024)
<복지관 지역복지 공부노트> (김세진, 구슬꿰는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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