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밖복지 By 노수현
- 202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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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가 중요합니다. 어디 서 있느냐가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줍니다. 말보다 내가 선 위치가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내가 보수당에 있으면서 아무리 진보 의제를 말해도 잘 전달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내가 선 위치가 이미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라서 그렇습니다. 중간 리더도 위치가 중요합니다. 중간 리더는 최고 관리자와 실무자 사이에 있습니다. 최고 관리자 편에 서서 아무리 실무자를 배려하는 말을 해도 잘 먹히지 않습니다. 반대로 실무자 편에 서서 조직을 말해도 최고 관리자에게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결국 중간 관리자의 리더십은 어디서냐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면 중간 관리자는 어디에 서야 할까요?
우선 절대적 균형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최고 관리자와 실무자 사이의 정 가운데는 없다는 뜻입니다. 50:50은 없습니다. 49.9:50.1이라도 어느 한쪽에 서야 합니다. 물론 한 번 결정한 위치가 영원한 건 아닙니다. 시기와 사안별로 달라집니다. 중요한 건 절대 균형은 없고 때에 맞춰서 위치를 잘 서야 한다는 겁니다.
절대 균형이 없다는 말을 이해했으면 다음으로 양극단을 피해야 합니다. 보수와 진보가 문제가 아니라 양 끝의 극단적 이념이 문제입니다. 최고 관리자에 거의 밀착해서 서 있으면 실무자와 거리가 너무 멉니다. 그런 중간 관리자를 실무자는 앞잡이라고 부릅니다. 불합리한 최고 관리자보다 더 밉습니다. 모든 시선이 오로지 최고 관리자만을 향합니다. 실무자야 힘들건 말건, 일이 되건 말건 최고 관리자의 존엄한 뜻만 생각합니다. 반대로 실무자와 완전히 밀착된 중간 관리자가 있습니다. 그런 중간 관리자를 언니, 누나라고 부릅니다. 마음을 나누는 좋은 선배는 되지만 조직의 리더로는 부족합니다. 조직은 월급을 받고 일하는 곳입니다. 학교나 동아리, 동호회, 종교모임이 아닙니다. 가족은 더욱이 아니고요. 가족 같은 분위기의 소통은 권장하지만, 가족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과업이라도 조직은 해내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팀이 가족이 되면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가족에게 불만을 쏟아내는 아이들처럼 팀원의 원성만 가득합니다.
먼저 돌아보고 점검합시다. 50:50의 이상적인 리더가 되려고 너무 힘을 뺀 건 아닌가요? 조직을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앞잡이가 된 건 아닌가요? 팀원의 마음을 헤아린다면서 선배가 된 건 아닌가요? 여기에 MBTI를 무리하게 대입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기질과 성격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언제까지 자신의 리더십을 T와 F로 나누고 핑계를 대려고 합니까? 팀원을 자기 집에서 밥을 먹인다고 좋은 팀장이 되고, 팀원을 성장시키고 팀 성과가 좋다고 일 잘하는 팀장이 되는 것처럼 세상이 단순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세상이 된 것처럼 한가지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 수 없습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 한 사람을 이끄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팀을, 그것도 최고 관리자와 실무자 사이에서 양쪽의 뜻을 반영하면서 이끄는 일은 묘기에 가깝습니다. 외줄을 타는 서커스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어깨가 그렇게 무겁고 숨 한번 편하게 쉴 날이 없었던 겁니다.
처음부터 잘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잘했으면 박수받을 일이지만 못했다고 비난받을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자신의 용량을 초과한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방향을 모르고 무조건 질주하던 달리기를 멈추고 위치를 잡아봅시다. 정교한 내비게이션이 있어도 내 위치를 모르면 소용없으니까요. 그럼 함께 위치를 잡아 볼까요?
--> 비영리조직 리더십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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