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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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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길고양이 문제를 주제로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길고양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사회복지랑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반문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예전 글에서 소개한 것처럼 길고양이 문제는 분명히 사회복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큰 틀에서는 생태복지나 공공보건의 차원에서 사회복지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길고양이 문제가 지역사회에서 커다란 갈등의 씨앗이 되거나, 혐오와 폭력을 일으키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지역사회복지의 영역입니다. 그리고 일부는 애니멀 호더나 동물학대범 등을 치료하는 임상사회복지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길고양이 문제에 대응해온 역사는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0년대에 유해조수로 지정되어 살처분 대상이었던 길고양이가 2000년대 초반부터 지역주민들이나 일부 지자체에서 TNR이라는 방식의 인도적인 길고양이 관리 방안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TNR은 길고양이를 안전한 방법으로 포획(Trap)한 뒤 중성화 수술(Neuter)을 시켜 포획한 장소에 다시 방사(Return)하는 것으로 현재 가장 효과적이고 인도적으로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길고양이 TNR 제도가 도입된 지 20여 년 만에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전국 모든 지역에서 자발적인 캣맘/캣대디 (최근에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을 케어테이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들이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으며 지자체에서 정부 예산을 들여 TNR 방식으로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고 있는 등, TNR이 제도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TNR을 넘어 길고양이 돌봄방식에 대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공공보건을 비롯한 길고양이의 울음소리나 쓰레기 봉지나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등 생활불편 위주의 갈등이었다면, 이후의 갈등은 길고양이 급식소를 둘러싼 갈등을 거쳐 길고양이를 돌보는 방식에 대한 갈등과 함께 길고양이나 캣맘 대상 혐오로 변해왔고, 최근에는 새를 포함한 야생동물 등 환경 문제로 그 갈등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복지 정책을 총괄하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지난해 말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전국에 배포했습니다. 64페이지 분량의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 안내서는 길고양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시작으로 하여, 길고양이에게 먹이주는 방법, 길고양이 중성화(TNR), 건강관리 방법, 그리고 길고양이 구조와 입양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했으며, 마지막으로 길고양이 학대나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을 위협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길고양이 돌봄을 시작하기 전에 고려할 점부터 급여 방식, 적절한 먹이 급여 장소, 급여량, 청결관리까지 세세한 내용을 담긴 이 가이드라인은 길고양이 돌봄 방식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웃 주민 혹은 캣맘/캣대디 간의 갈등으로 고민이 많은 분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부가 제시한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주차장 등 밥자리로 적절하지 않은 장소를 안내하고, 토지 소유자나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고 급식소를 설치할 것을 제시했습니다. 길고양이 밥자리는 안전하고 외부 노출이 적은 장소로 하되, 사유지나 공동 주거공간이라면 소유자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주차된 차량의 하부 바닥을 좋아하는 길고양이의 습성 때문에 주차장이나 차량 하부 땅바닥에 사료를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길고양이의 위생이나 안전에 위협이 되며, 자동차에 스크래치를 내거나 겨울철에 온기가 남아 있는 자동차 내부에 고양이가 들어가서 더 큰 문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어서 삼가야 할 장소입니다. 그리고 어린이 놀이터 주변이나 야생동물이 많이 서식하는 지역도 피해야 합니다.



출처: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 (농림축산식품부) 


둘째, 사료 급여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밥그릇을 회수하는 등 청결한 밥자리 관리를 강조했습니다. 본 가이드라인이 제시한 길고양이 먹이주기의 원칙 3가지는 책임감, 규칙성, 청결성입니다. 이는 길고양이를 중성화하고 올바른 방식으로 돌봄으로써 주민갈등을 예방하고자 하는 책임감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적당량의 먹이를 주는 규칙성’, 급식 장소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청결성입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먹을 것을 주는 것 이전에 반드시 중성화를 해야 합니다. , 중성화된 길고양이를 대상으로만 사료를 줘야 하고, 중성화되지 않은 고양이는 중성화수술을 먼저 받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11회 정해진 장소에 급여하고, 일정 시간 지나면 남은 먹이와 그릇을 수거해야 합니다, 이는 여러 캣맘/캣대디가 중복적으로 사료를 제공하는 것을 방지하고, 새로운 길고양이의 유입을 막으며, 다른 동물(, , 떠돌이 개 등)이 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다량의 사료를 장시간 놓아두거나 비닐 봉지째 사료를 주는 것은 길고양이의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삼가해야 하고 먹이를 주고 남은 밥그릇, 캔 등의 용기는 바로 치워 밥자리를 깨끗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신선한 물도 함께 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출처: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 (농림축산식품부) 


이외에도 본 가이드라인은 돌보는 길고양이의 적극적 중성화를 당부하였으며, 밥자리 관리 미비, 길고양이 및 길고양이 돌보미 위협 등의 갈등 상황에 참고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과 기존 판례를 종합한 질의응답(Q&A) 자료를 제공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첨부파일로 올린 길고양이 돌봄가이드라인 전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이상 소개한 주요 내용은 법적으로 강제성이 있는 규정은 아니지만, 길고양이 돌봄 관련 갈등을 예방하고 모두가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할 사항들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지역사회복지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활용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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