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참견시점 By 허보연
-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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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장애에 대해 때론 너무 무심하고, 때론 너무 가혹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준다. 우리가 사는 이곳이, 장애가 생활에 조금의 불편을 줄 수 있지만 그것이 인생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첫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생과 사를 오가는 사투를 벌이는 동안 살아만 달라고, 장애가 있어도 좋으니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했지만 그 이후 아팠던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정말 쉽지 않았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 퇴원하고 나서 혹시라도 다시 병이 재발할까 병원 외에는 근 1년 동안 다른 곳으로 외출은 꿈도 못 꿨다. 재활치료가 시작되고 나서는 집에서 1시간 걸리는 대학병원으로 출퇴근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주기적으로 시행되는 정기검진과 각종 검사들을 하고 나면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은 대부분 이러한 과정을 겪게 된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장애는 선천적이 아닌 후천적인 이유로 발생하게 된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후천적 장애 발생률은 88.1%로 후천적 질환 58.1%, 후천적 사고 29.9%로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비율은 전체 장애인의 12%에도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만큼 대부분의 장애는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우리와 우리의 가족 누구에게나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사실 내가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길을 걷게 된 이유도 태어나자마자 아이가 앓았던 질병, 그리고 그 후유증으로 인한 장애발생 가능성 때문에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사회복지적 측면에서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영유아기의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엄마들을 만나면 내가 아는 모든 정보를 총 동원해 상담을 하게 된다. 이들의 모습에서 그 당시 너무 무지했고 도움이 필요했지만 어디에서 도움을 구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나의 모습이 그림자처럼 비춰졌던 것일까?
4~5년 전의 일이었지만 지금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는 한 엄마의 얼굴이 지금도 아련하다. 쌍둥이 유모차를 끌고 와서 30분 이상 계속 장애인 업무와 관련하여 상담을 하고 있었던 엄마는 큰 아이가 자꾸 보채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려 하자 곤란해 하며 아이를 타이르기 시작했다. 꼬마 손님들은 주민센터에서 항상 인기가 많아 여기저기서 그 쌍둥이 엄마를 돕기 위해 지원군들이 나섰다.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꼬마손님의 관심을 끌고자 과자와 사탕 젤리로 아이를 달래고 그 사이 엄마는 상담과 신청을 거의 다 끝낼 수 있었다. 분명 쌍둥이 유모차인 것을 보아 다른 한 아이가 있는 것 같아 그 아이에게도 과자를 주어도 되냐고 엄마에게 묻자 유모차에 누워 있는 아이가 장애가 있어 다른 아이들이 먹는 것과 같은 일반 음식은 잘 못 먹는다고 하였다. 알고 보니 두 아이가 쌍둥이인데 큰 아이는 정상 분만 하였으나 작은 아이가 분만 과정 중에 뇌에 산소공급이 되지 않아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둘째 아이의 장애등록과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들에대해 알고 싶었으나 온라인으로 알아보는 것이 쉽지 않아 엄마 혼자 유모차를 끌고 어렵게 시간을 내어 주민센터에 오게 된 것이었다.
사실 나조차도 아이들의 발육 상태가 너무 많이 차이가 나서 둘이 쌍둥이라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었다. 아이들 엄마는 쌍둥이를 키우는 것도 힘든데 한 아이가 장애까지 있어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더욱이 아이들이 너무 어려 혼자서 외출은 거의 꿈도 못 꿨었다고 했다. 정보를 얻고 싶어도 물리적인 시간을 전혀 낼 수 없었고 자신의 상황과 처지를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고 설명하는 것도 힘들어 속마음을 털어놓을 상대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쌍둥이 엄마가 너무 안쓰러워 우리는 장애아동에게 지원되는 모든 정보를 총망라해서 엄마에게 알려주었고 한참동안 상담을 진행했다. 실제 아팠던 아이를 키웠던 내 경험도 이야기 해 주고 엄마가 사실은 제일 힘들다고 공감해 주자 쌍둥이 엄마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너무 힘이 들었지만 자기가 슬퍼하거나 힘들어하면 아이들에게 이 마음이 전달될까 참고 또 참았던 설움이 한꺼번에 봇물처럼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럴 때 우리가 항상 이야기 하는 말이 있다. 힘들고 누군가와 이야기 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 주민센터로 오시라고 말이다. 꼭 용건이 있어야 오는 곳이 아니라 마음이 힘들 때, 상담이 필요할 때, 또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올 수 있는 곳이 우리 같은 전담 공무원이 상주하는 주민센터라고 알려준다.
언젠가 장애인업무 담당이 휴가 갔었던 날 그 업무의 대직자가 한 시간 넘게 장애인 업무 관련 민원을 응대하며 힘들어했었던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장애아동의 부모님이 긴 시간 동안 엄청나게 많은 민원의 내용을 질문하고 신청 하느라 응대했던 직원이 거의 탈진 일보 직전에 있었다. 힘든 민원응대가 끝나고 너무 힘들었다고 하소연을 하는 직원을 보며 나는 약간의 찜찜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서 확인한 그 아이의 장애 진단서를 보고 아차하며 우리의 복지민감성이 너무 둔감 했구나 라고 반성하게 되었다. 아이는 당시 9세였지만 실제 장애 진단이 나온 것은 비교적 최근 1~2달 사이였고 뇌병변 심한장애였다. 이 의미는 작년까지만 해도 건강하게 친구들과 뛰어놀던 아이가 사고 또는 질병으로 장애를 가지게 되었고 심지어 전혀 거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이었다. 그 부모님은 빨리 아픈 아이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었겠지만 처음 신처해보는 장애등록부터 장애아동이 받을 수 있는 각종 복지서비스와 지원들을 주민센터에 온 김에 다 확인하고 신청해야 했던 것이다. 그 민원을 응대했던 직원도 많은 서류를 한꺼번에 안내해야 해서 너무 힘들었겠지만 아이 부모님의 마음을 우리가 조금 더 깊이 헤아렸다면 좀 더 따뜻하고 친절하게,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더 상세하게 설명해 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니겠냐고 아쉬운 마음을 직원들끼리 나누었던 것이 기억난다.
현대 정보 홍수의 사회에서는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정확히 알고 신청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정보가 너무 없었을 때와는 다르게 너무 많아도 문제인 것이다. 공공영역에서 장애인복지와 관련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는 대표적으로 장애인 등록과 관련한 장애정도 심사, 장애인 서비스(복지카드, 주차표지, 보조기기 등), 장애인관련 바우처(돌봄 및 재활치료 등), 현금금여(장애인연금, 장애수당, 장애아동 수당) 및 그 외 각종 감면서비스와 차량세금혜택, 장애인콜택시 등이 있다. 이 외에도 보건복지부에서 배포하고 있는 장애인복지사업안내 책자들(지침)에 장애인복지서비스 총괄표가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잘 숙지하는 것이 장애인복지서비스를 안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보건복지부 연구/조사/발간자료 참고 https://www.mohw.go.kr/board.es?mid=a10411010100&bid=0019). 그리고 매년 발간되는 ‘나에게 힘이 되는 복지서비스’도 장애인 영역의 분책이 따로 정리되어 있어 좀 더 편하게 복지서비스 이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https://res.dndpia.com/ebook/bokjiro06/).
<그림> 2023 복지상담전문관 매뉴얼 발췌 - 서울시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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