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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만들면 '우리'에 갇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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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만들면 '우리'에 갇힌다.

- 공동체의 감수성, 구현주



“‘우리'를 만들면 우리'에 갇힌다.”

 

"우리를 만들면 우리에 갇힌다."는 구현주가 쓴 공동체의 감수성에서 읽힌 한 문장이 생각을 깊게 만든다. 공동체에 관련한 책들을 읽으면서 느꼈던 모순을 한마디로 강력하게 정의한 문장이다. 동질성에 기반한 공동체의 사유는 필연적으로 차별을 만들어 낸다. 저자의 말처럼 동음이의어의 우연성이 주는 교훈이다. 공동체에 대한 인식은 개인적 주관적 경험에 따라 각 개인이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 일정한 공동의 속성을 공유하며 우리라는 개념을 나의 일부로서 갖게 된다. 이러한 공동체의 속성은 차이를 배제함으로서 갖게 되는 동질성이다.


어떠한 수준의 집단이든 공동체를 경험한 사람들은, 공동체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우리'라는 공동의 속성을 만드는 과정에서(의도적이든 아니든) 배제와 소외를 만드는 경우를 심심찮게 경험하곤 한다. ‘우리라는 개념은 이미 일정한 수준의 배제를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공동체(共同體)’ 동질성은 차이를 배제함으로 유지된다. ‘차이의 배제는 동질성에 기반한 공동체를 강하게 결속시킨다. 공동체의 공통요소로서 룰과 규범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안과 밖을 구분하고, 심지어 안을 문화라는 규율로서 통제한다. 공통요소는 공동체가 형성되는 기초이다. 그러나 비틀어 생각해보면, 공통요소라는 특수성을 보편화시키는 과정에서 공동체는 종종 다른 요소를 희생시키기도 한다. 공통요소가 있어 하나로 묶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묶기 위해 공통요소를 강조할 수도 있다.


공동체를 하나로 엮는다고 생각하는 공통요소는 사실 개인과 공동체가 갖는 수많은 특수성 중 하나일 뿐이다. 공동체가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공동체의 구성원마다, 집단마다 다를 수 있다. 공통요소와 공동체 유지의 이유가 같이 않을 때 발생하는 배제와 소외의 문제에 대해 정작 공동체는 묻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동체에 속한다는 것은 개인의 감정이지만, 감정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사회적이다. 공동체 구성원으로 간주되거나 공동체 외부로 밀려나거나의 경계는 정치사회적 구성물에 의해 만들어진다.


새로운 공동체의 출현, 개별화된 사람들의 연결

 

동질성에 기반한 공동체 사유는 기본적으로 차별을 만들 수밖에 없다. 공동체의 결사성이 강조될수록 개인은 소멸한다. 사회복지학에서는 다양성의 존중과 차이의 인정을 강조한다. 개별화는 그러한 가치의 적극적 이론화이다.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고 차별과 배제는 안 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역사적으로 공동체는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대립각 끝에 서로의 융합을 제시하는 자유주의적 공동체로 발전해 왔다. 자유주의적 공동체는 개인의 정체성이 존중받는 상황에서 공동체적 삶을 어떻게 영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이다. 사회복지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개별화와 공동체의 대립각을 어떻게 융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이기도 하다비에스틱은 개별화를 개개인의 독특한 자질을 알고 이해하는 일이며, 원조에 있어서도 각 개인마다 원리와 방법을 다르게 활용하는 것이라 했다. 송수진은 을의 철학에서 개별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면 그 사람이 알고 싶어지고, 개별적인 고유한 기호로서 그 사람을 인식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 사람을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이 구조적, 개인적으로 맞물려 있는 현재와 과거의 접점으로 만나는 과정이다.


요즈음 공동체의 추세는 취향과 관심사가 중심을 이룬다지속성과 정기성을 목적에 두고 만들어지지 않을 뿐더러 진출입이 자유롭다심지어 자기 돈을 내며 공동체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만들기도 한다한 마디로 우리 안에 속해 있지만 개별화된 존재 간의 연결이라는 특성을 지닌다개별화된 사람들의 연결로 이루어진 공동체는 연결 그 자체를 중요하게 여긴다. 연결 그 자체가 공통의 속성이 유지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되고, 그 공통의 속성이 차이를 배제하는 기제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최근 민간 생태계의 공동체는 동질성의 요소(공동의 목표, 자원, 의식)를 지키고 강화하는 것에 집중했던 과거와는 달리 각각(各各)의 각()을 존중하며 차이 나는 요소가 결합 되는 개별화된 존재 간 연결”의 경향을 지니는 듯하다. 퇴니스로부터 공동체의 논의가 시작된 이후, 공동체 안의 개인의 자유가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자유주의적 공동체에 이르렀던 것처럼, 우리를 만들지 않음으로 우리가 되는, 개별화된 존재 간의 연결은 시대적 흐름으로 보인다.


공동체의 형식과 내용이 급변하는 시대는 역설적으로 공동체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모색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새로운 시대의 공동체가 각자의 삶에 대한 고려가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전제된, 각자의 시작과 연결이 되기를 바란다. 자유롭고 느슨하지만, 작은 관계 안에서도 개별화된 만남에서 힘을 얻는 다양성이 많아지길 바란다. 개별화로 시작해 집합적 연대를 강조하는 사회복지의 이론과 가치가 현장에서 깊이 숙고되길 바란다.


* 이미지 출처 글 그림 이창신 / www,bokmani.com
* 참고문헌 송수진 '을의철학' 구현주 '공동체의 감수성' 인디고연구소 '희망, 살아있는자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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