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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의 제1 견인요소 - 무망감(hopelessnes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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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공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AI 안부확인은 대세이다. 80~90대 어르신들도 스마트폰 하나쯤은 다 가지고 계시고 전화가 없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보통 이러한 AI로 안부확인을 하는 경우 전화의 수·발신 이력을 보는데, 수발신 이력이 설정된 주기 동안 아얘 없는 경우 대상자의 안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기간 설정 주기는 고독사의 기준에 맞추어 3일 정도로 전화의 수발신 이력 내용을 확인하도록 설정해 놓기 때문에 그 기간 내에 외부와 어떠한 연락을 주고 받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주민센터에서 대상자를 직접 방문하거나 유선으로 안부 확인을 하게 된다.

 

이러한 AI안부확인의 경우 복지플래너별로 거의 항상 안부확인이 뜨는 대상이 정해져 있다. 특히 내가 담당하고 있는 지역에 청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할아버지 두 분이 계시는데 어김없이 매주 안부확인 대상자로 명단이 뜬다. 이 서비스가 처음 시행됐을 때는 너무 놀라 어르신들의 집에 뛰쳐 간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에게 식사지원과 장기요양 등 돌봄서비스를 연결했지만 그래도 매주 전화를 한통도 받지 않으시는 이 두분에게는 항상 유선으로 안부를 확인을 한다. 그 누구보다 반갑게 전화를 받아주시는 이 두 분 할아버지께서는 나의 전화를 의례히 기다리시며 딸보다 훨씬 더 낫다며 전화해 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항상 해주신다.

 

그리고 또 한명의 대상자, 50대 중후반에 고시원에 거주하는 김OO님도 자주 안부확인 대상자로 뜨는데 전화를 할 때 마다 항상 선생님 아니면 저에게 전화해 주는 사람이 없어요, 고맙습니다라는 말씀과 함께 내가 살아서 뭐하겠어요.. 희망이 없어요, 죽고 싶어요 선생님이라는 말을 매번 하시는 분이 있다. 항상 응원의 말을 전하고 고시원 사장님에게도 자주 연락해서 이분의 안부를 묻지만 더 근본적으로 이 대상자의 삶에 어떻게 희망을 불어넣어 줘야 이 세상에 대한 기대와 삶의 애착이 생길까를 항상 고민한다.


이렇게 소득이 낮고 생활이 어려운 중년남성들에게서 무망감이 자주 발견되는데, 무망감(hopelessness)이란,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고, 앞으로도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부정적인 믿음이다. 이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을 잃고 좌절과 실패에 대한 반복적인 경험에서 비롯되는데 김OO님은 갑작스런 사고로 화상을 입고 나서 건강과 직장을 함께 잃었기 때문에 좌절감과 무망감이 더 크게 다가온 것 같다. 무망감은 단순히 일시적인 슬픔이나 좌절감을 넘어 개인의 정신과 인지적 상태를 지배하며, 삶에 대한 희망과 의욕을 없애는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이러한 희망 없음이 결국 삶에 대한 미련이나 애착을 없애게 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OO님의 경우만 보더라도 무망감은 개인이 느끼는 감정적 고통을 증폭시키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갇히게 만드는 것 같다. 고시원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김OO님이 다치기 이전에는 물론 아주 생활이 넉넉하다거나 여러 친구들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본인이 일하는 직장에서 동료 몇 명이나 고시원에 함께 거주하는 지인 그리고 자주 연락은 하지 않았어도 명절에는 연락을 주고받는 지방에 거주하는 형 등 나름의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화상을 입고 나서 육체적인 고통이 심해지고 일도 하지 못하게 되면서 경제적 어려움과 관계의 단절 등 부정적 경험들이 한꺼번에 닥쳐오자 자신이 무가치하고 무능력하다고 여기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김OO님은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비관적 인식이 강화되었으며 심각한 우울증과 불안증세를 보이게 되었다. 다행히 작년에 사회적고립 1인가구 조사에서 중장년 1인가구를 집중 발굴하다 주민센터에 발견되어 중장년 1인가구를 전담으로 하는 사례관리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현재는 한발자국씩 지역사회로 돌아오는 연습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생각 등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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