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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없는 삶의 끝자락에서 보내는 신호에 반응하는 방법은 없을까? ― 복지플래너의 관점에서 본 우울 및 음주 선별도구의 실천적 활용 방안

  • CES-D
  • AUDIT-K
  • 우울
  • 음주
  • 정신건강

중년 남성의 자살과 고독사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사회적 현실이다. 특히 복지플래너로서 현장에서 마주하는 많은 대상자들은 이미 삶의 주요 연결고리를 잃은 채 경제적 위기, 정서적 고립, 건강 악화, 자기비하, 무망감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법을 잊었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상태를 설명할 언어도 잃어버렸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상자들을 어떻게 조기에발견하고, ‘무리 없이개입하며, ‘효과적으로연계할 수 있을까? 바로 이 지점에서 우울과 음주에 대한 선별검사 도구(CES-D, AUDIT-K)는 매우 실용적인 개입 수단이 된다.

 

최근 동 주민센터로 시행된 공문 하나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지역사회 내 정신건강 고위험군을 의뢰해 달라는 내용이 주 요지였다. 구체적으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과 지역정신전담인력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동주민센터의 방문간호사 및 복지플래너들이 해당 우울선별검사 도구(CES-D, GDSSF-K, PHQ-9)와 알코올 사용장애 선별검사 도구(AUDIT-K)등을 이용하여 이들 정신건강 고위험군 발굴을 위해 선별검사 후 동의 및 미동의자를 분류하여 보건소로 서비스를 의뢰 할 수 있으며 동의 여부에 따라 적절한 기관으로 연계할 수 있다. 동의자가 아닌 경우에도 지역정신전담인력과 함께 방문 동행하여 3회에 걸친 맞춤형 상담과 지역자원 연계를 제공할 수 있어 자발적 동의와 신뢰 형성을 유도하는 구조적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대부분의 음주나 우울과 관련한 문제를 가진 대상자들은 본인들이 그런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인지는 하지만 적극적인 치료나 상담 등은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신들의 문제가 정신과 검사나 문제 등을 포함한다고 생각하면 저항은 더욱 더 거세진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으로 상담을 받으라고 하는 강요나 돌진 또는 설득이 아니라 가벼운 접촉과 공감하는 마음가짐 일 것이다. 식사는 잘 하시는지, 혼자서 지내는 시간은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등 간단하지만 그들의 삶에 전담공무원들이 관심이 있고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을 간접적으로, 지속적으로 내비치면 대상자는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순간 감정을 조금씩 아주 살짝 드러내게 된다. 그 틈에서 이러한 도구들을 대화에 녹여내어 실제 우울감이 어느 정도인지, 알코올 사용 장애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에 대해 확인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들 도구에 대한 정보습득은 전담공무원들과 복지플래너 업무를 직접적으로 하는 이들에게 매우 유용한 실천기술이 될 것이다.

 

단적인 예시가 될 수 있지만 실직 관계 단절 심리 위축 무망감 음주 의존 자살충동으로 이어지는 복합적이고 순환적인 구조는 고독사의 가장 빈번한 인과관계의 고리이다. 이러한 고리의 어느 한 부분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지친 대상자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는 전담공무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실제 CES-D(우울선별척도)를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해 복지플래너들은 간단한 질문을 대상자들에게 던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CES-D21점 이상이면 중한 우울, 25점 이상은 심한 우울로 간주된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다. “요즘 이유 없이 피곤하거나 무기력하다고 느끼신 적 있으세요?” , “한숨이 자주 나오는 요즘이시겠어요.” 등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일상적인 톤으로 대화를 유도하고 대상자에게 지금 마음 상태를 함께 살펴보자는 의도 전달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AUDIT-K는 알코올 사용장애 선별도구로서 남성 20점 이상이면 알코올 사용장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술 드시는 자리엔 주로 누가 계세요?”, “최근 혼자 마시는 날이 더 많으셨나요?”와 같은 비판하지 않는 언어로 접근하면 심리적 저항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현장 적용의 팁이다.

 



우울과 음주는 단순한 정서적 불편이나 습관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연결이 끊어졌다는 신호,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의 마지막 외침일 수도 있다


전담공무원으로 복지플래너업무를 맡고있는 우리가 이러한 위기에 처해있는 대상자들이 보내는 신호들을 가장 먼저 포착할 수 있는 공공복지서비스 제공의 최일선에 있는 업무 담당자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들이 소망을 가지고 삶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주는 역할을 감당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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