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발현(發現) By 강기훈
- 202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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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현 시즌 2, 10부작
1. 청년은 누구인가, 다시 묻다.
2. 청년 정책, 방향을 전환하라.
3. 수도권 블랙홀과 지역 청년의 이탈
4.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
5. 공간이 관계가 될 때
6. 청년 일의 재구성
7. 청년 커뮤니티는 정치다.
8. 청년이 만드는 복지
9. 협동조합, 청년을 묻다.
10. 청년발현, 다음의 서사를 위하여
“정책은 많은데, 청년은 왜 여전히 절망하는가?” 정말 많은 청년정책이 쏟아졌습니다. 일자리, 주거, 금융, 심지어 문화예술까지. 그러나 여전히 많은 청년들은 정책과 무관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정책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삶에 닿지 않는 것입니다.
1. 공급자 중심 정책의 허상
청년정책의 다수는 여전히 정부나 지자체의 관점에서 설계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가 충분히 담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학생 중심, 대도시 거주자 중심, 취업 준비생 중심으로 정책이 만들어지다 보니, 이미 사회로 나온 자영업 청년이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돌봄이나 생계 책임을 지고 있는 청년들은 정책의 범주에서 자연스럽게 밀려납니다.
정책이 “해줄 수 있는 것”만을 고민할 때, 정작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는 사라집니다. 이는 청년을 지원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 즉 수직적인 정책 구조에서 비롯됩니다.
광주광역시는 이 한계를 넘기 위해 청년위원회를 구성하고, 청년들이 정책 설계의 주체로 참여하도록 보장했습니다. 185건의 제안 중 39건이 정책에 반영되었고, 이는 참여의 결과가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제주특별자치도 또한 청년 원탁회의를 통해 당사자 중심의 정책 발굴과 예산 연계를 실현하고 있으며, 세종시는 숙의예산을 통해 청년이 직접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하도록 제도화했습니다. 예산학교를 통해 정책이 무엇인지 배우고, 조별 숙의토론을 통해 제안사업을 도출한 뒤 최종 투표로 사업을 선정하는 구조입니다. 단순한 설문이나 제안 접수를 넘어서, 청년 스스로 사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권한을 행사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는 정책 형식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청년의 생활기반에 실질적으로 닿는 사업을 만들어낸 계기가 되었습니다. 청년이 직접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하도록 제도화했습니다.
해외에서도 흐름은 같습니다. 캐나다는 연방 차원에서 전국 청년들과의 대화를 기반으로 청년정책을 수립했으며, 핀란드는 오흐야모 센터를 통해 수요자 중심의 원스톱 맞춤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2. 정책 사각지대, 현실의 목소리
한 지방도시에서 만난 청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청년정책이 있다는 걸 뉴스로만 봤어요. 어디서, 누가, 어떻게 신청하는지 모르겠어요.”
단지 정보 부족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책 설계 그 자체가 특정 집단만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청년이 ‘무응답자’가 됩니다. 지역 청년, 고졸 취업자, 자영업자, 프리랜서, 경계선상의 청년들. 이들은 정책이 있다는 사실조차 체감하지 못합니다.
정책이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할 때, 정책은 제도 안의 소수만을 위한 것이 됩니다. 창원시는 이 점에 주목하여 '고립·은둔 청년 쾌유 프로젝트'를 통해 제도 밖 청년을 정책의 장으로 초대했습니다. 핀란드는 법제화된 아웃리치 제도를 통해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는 청년을 직접 찾아가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의 '지역청년지원스테이션'은 1:1 직업 멘토링과 사회 복귀 프로그램을 통해 정책 사각지대를 실질적으로 좁히고 있습니다.
3. 정책의 철학, 주체를 바꾸는 일
청년정책의 진짜 전환은 ‘무엇을 줄까’에서 ‘누가 결정하는가’로 중심을 옮기는 데서 시작됩니다. 청년이 정책 설계의 수혜자가 아니라, 설계자 혹은 공동 결정자로 참여해야 합니다.
독일은 이 원칙을 제도화해 ‘청년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새로운 법안이 청년 세대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사전에 평가하고, 청년 전문가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참여를 넘어, 청년이 사회 전반의 규칙을 함께 만들어 가는 구조적 틀을 제공한 사례입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지방정부는 청년참여예산제, 청년정책네트워크 등을 통해 청년의 정책 참여를 제도화하고 있습니다. 경상남도는 청년정책 총괄체계를 구축하고, 부서 간 연계와 청년 중심 정책 정보 제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청년은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이 사회를 설계할 수 있는 ‘주체’입니다. 이 인식이 자리 잡지 않는 한, 청년정책은 아무리 많아도, 그 이름에 걸맞은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입니다.
제언: 철학 있는 청년정책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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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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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초입 단계부터 청년이 설계자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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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물리적 수혜 이전에, 존중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청년을 ‘가능성의 존재’로 대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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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 고립된 사각지대를 구조적으로 발굴하고 포용할 수 있는 현장 기반 정책이 더 확산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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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스스로 연결망을 만들고 주체로 서기 위한 거버넌스와 제도 기반이 필요합니다.
👉 다음 화에서는 “왜 청년은 서울로만 향하는가?”를 주제로, 수도권 집중과 지역 청년 유출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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