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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런 ‘지역밀착’ 개념 명확한 정리 : '관계 중심 실천'으로 조작적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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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념 정의로 시작

‘지역밀착형 복지관’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먼저 ‘복지관’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부터 정의합니다. 그 뒤에야 ‘지역밀착’의 개념을 규정할 수 있습니다.

정의는 단순한 이론적 문구가 아니라, 관점·방법·기록·평가를 좌우하는 출발점입니다. 정의 없이는 방향을 잡을 수 없습니다.



2. 기존 정의와 한계

사회복지사업법은 사회복지관을 ‘지역사회 주민의 복지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종합적인 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하는 사회복지시설’로 규정합니다.

그러나 이는 주로 건물(시설) 중심의 정의입니다. 코로나19 시기 ‘시설 휴관’이라는 비현실적 상황이 벌어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시설은 닫혀도 지역사회 속에서 이웃이 서로 살피도록 거들었어야 합니다. 복지관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 일하는 조직적 정체성을 가진 곳입니다.

한국사회복지관협회 정의 역시 모호합니다. ‘지역사회 문제 해결, 복지증진, 삶의 질 향상’ 같은 추상적인 단어들은 해석하기 나름이어서, 복지관마다 하는 일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명확하지 않기에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여지도 남아 있습니다.

문제는 협회의 정의 또한 실천 현장에서는 건물 중심 관점으로 해석되기 쉽다는 점입니다. 시설로만 이해하면, 주민을 복지관으로 불러내어 서비스하거나, 복지관에서 직접 만들어 가져다주는 방식에 머물기 쉽습니다.

이처럼 복지관의 개념이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지역밀착’이라는 말이 등장하다 보니, 건물 밖으로 나아가더라도 또 다른 ‘특별한 공간’을 만들려는 경향으로 이어졌습니다.

중요한 건 어디에서 일하든 ‘복지관답게’ 실천하는 것입니다. 내가 일하는 복지관이 어떤 곳인지 명확히 알아야, 어떤 일이든 어느 곳에서든 본질을 잃지 않고 실천할 수 있습니다.



3. 복지관 개념 : 현장 현실을 생각하여 조작적 정의

사회사업 조직은 크게 단체(association), 시설(facility), 기관(agency)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복지관은 ‘기관’에 속합니다. 기관으로서 복지관은 다시 조직과 시설(건물)의 두 측면에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택시 기사에게 “구슬복지관까지 가주세요.” 하고 말할 때 복지관은 건물, 즉 시설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구슬복지관이 서울시복지재단과 협약을 맺었다.” 할 때 복지관은 조직을 뜻합니다. 복지관을 단순히 ‘이용시설’로만 이해하는 것은 협소합니다.


1) 복지관의 조직 정체성

사회사업(social work)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일’입니다. 그런 사회사업을 이뤄가는 사회사업 현장으로써 복지관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지원 기관’입니다.

복지관은 단순 서비스 제공처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복지 기반을 조성하는 조직입니다.


2) 복지관의 시설 정체성

복지관 건물은 ‘지역 주민이 스스로 복지를 이루기 위하여 이용하고 활용하는 주민의 시설’입니다.

건물(시설) 정체성으로 복지관은 사회복지사의 사무공간이 아닙니다. 주민이 주체적으로 활용하는 생활공간이어야 합니다.



4. 지역사회 개념 : 현장 현실을 생각하여 조작적 정의

‘지역 밀착’이란 지역 속으로 들어가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지역’은 결국 ‘지역사회’를 가리킵니다. 그렇다면 지역사회란 무엇일까요? 어디가 지역사회인지 알아야 밀착할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지리적 공간으로써 지역사회입니다. 둘째, 상호작용과 관계망으로 이루어진 사회적 지역사회입니다. 이를 정리하면 ‘물리적(지리적) 지역사회’와 ‘사회적(심리적) 지역사회’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당사자의 지역사회

당사자의 지리적 지역사회는 당사자가 살고 있거나 자주 드나드는 곳, 스스로 ‘우리 동네’라고 부르는 생활 공간을 말합니다. 일정한 지리적 권역 안에서 공통된 이해관계와 문화를 공유하는 곳입니다.

당사자의 사회적 지역사회는 가족·친척·이웃 같은 둘레 사람들과, 당사자가 이용하는 공간·시설·제도·서비스·조직·문화 등 복지 수단과 그와 연결된 사람들까지를 포함합니다.


2) 사회복지사(복지관)의 지역사회

사회복지사의 지리적 지역사회는 복지관이 속한 행정구역입니다. 복지관이 법적으로, 또는 다른 기관과 합의하여 책임져야 하는 구역입니다. 예컨대 성북구 삼선동은 A복지관, 보문동은 B복지관이 맡는 식입니다.

사회복지사의 사회적 지역사회는 이 물리적 지역사회에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주민, 그리고 그 안의 공간·시설·제도·서비스·조직·문화를 아우릅니다. 당사자의 삶터와 연결된 사회적 관계망 전체가 곧 사회복지사의 지역사회입니다.


3) 지역사회 변화

예를 들어 철수를 도울 때, 사회복지사는 철수 개인의 어려움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철수가 속한 지역사회가 함께 움직이도록 돕습니다. 철수의 사회적 지역사회(가족, 이웃, 친구, 철수가 이용하는 시설과 서비스, 그와 연결된 사람들)를 두루 살피며 철수를 품습니다. 때로는 단 한 사람, 그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웃이 곧 ‘살 만한 지역사회’의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지역사회 변화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① 당사자가 다가가기 쉽게 지역사회를 일구는 일,
② 당사자를 위해 지역사회가 스스로 나서도록 돕는 일.

이 두 가지가 어우러질 때, 지역사회는 고립된 개인을 품고 함께 살아가는 힘을 얻게 됩니다.



5. 지역사회 개념 재정의

이처럼 사회사업에서 말하는 ‘지역사회’란 결국 당사자가 살아가는 환경 전체를 뜻합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사업의 핵심 관점인 생태체계적 관점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생태체계적 관점에서 문제는 어느 한쪽에서만 생기지 않습니다. 개인·가족·이웃·집단·조직·지역사회·제도 등 당사자를 둘러싼 다양한 환경 체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문제란 결국 개인과 환경이 원활히 상호작용하지 못하고, 상호적응에 실패한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당사자가 겪는 어려움이 ‘외로움과 고립’이라면 사회사업가는 개인만 돕지 않습니다. 당사자가 속한 지역사회와 연결되고, 그 안에서 관계를 회복하며 상호적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바로 이것이 사회사업의 본질입니다.

따라서 지역사회 개념은 단순히 ‘행정구역’이나 ‘생활 공간’을 넘어, 당사자가 복지를 이루며 살아가는 환경적 체계 전체로 재정의합니다. 사회사업은 이 환경 속에서 개인과 지역사회가 서로 적응하고 더불어 살도록 거드는 실천입니다.



6. 지역밀착 개념 : 현장 현실을 생각하여 조작적 정의

‘지역밀착’이란 사회복지사 중심, 복지관 건물 중심의 실천에서 벗어나, 당사자 중심으로 지역사회 속에서 실천을 펼쳐가는 일입니다. 복지관 안에서 대신 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자기 지역사회와 함께 복지를 이루도록 거드는 것입니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정의가 분명해집니다. 사회복지사 중심, 복지관 건물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실천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그동안 복지관이 주도하던 일을 당사자가 주도하도록, 복지관 건물이 아닌 당사자의 삶터와 지역사회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바꾸는 것이 ‘지역밀착’입니다.


예를 들어, 복지관 경로식당이 지역밀착형으로 변화한다면 이는 단순한 급식 제공이 아닙니다. 어르신이 식단과 운영 전반을 직접 의논하고 결정하며, 공동 밥상 형태로 진행합니다. 더 나아가 복지관 식당을 넘어 동네 식당이나 이웃집에서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나누며 관계를 맺습니다. 이는 기존의 ‘배식받는 방식’과 철학적으로, 구조적으로 완전히 다른 실천입니다.


주민모임 또한 달라집니다. 지역으로 밀착하니 장소는 복지관 건물이 아니라 동네 카페, 공방, 도서관, 혹은 이웃집 거실이 됩니다. 책을 함께 읽고 차를 나누며 대화하는 만남이 바로 지역밀착형 모임입니다.

사례관리 역시 단순한 서비스 연결이 아닙니다. 당사자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그가 속한 지역사회가 함께 움직이도록 돕는 것이 핵심입니다. 당사자가 지원 과정을 주도하며, 동시에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에 묻고 부탁하고 의논하여 결국 ‘지역의 일’이 되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지역밀착형 사례관리입니다.


정리하면, 지역밀착이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 수 있도록 상호 적응하며 지내게 지원하는 실천입니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사는 당사자의 삶터와 지역사회 현장으로 직접 나아가, 그 속에 밀착합니다. 즉, ‘당사자의 밀착’과 ‘사회복지사의 밀착’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지역밀착이라 할 수 있습니다.



7. 실천 사례 요약 정리

지역밀착형 복지관은 건물을 넘어,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자기 힘으로 복지를 이루도록 거드는 기관입니다. 핵심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데 있지 않습니다. 문제보다 당사자의 강점에 주목하고, 그 강점을 관계와 공동체를 일으키는 실마리로 삼는 데 있습니다. 복지관은 어떤 사업을 하든, 그 결과가 ‘더불어 살도록 돕는 일’에 이르면 비로소 복지관답게 실천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여러 선생님의 실천은 이러한 지역밀착 개념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개인 지원이든 집단 형성이든 방향은 같았습니다. 개인을 지원할 때는 강점이 집단으로 이어졌고, 집단을 만들 때는 다양한 기여 속에서 개인의 강점이 드러났습니다. 결국 사회사업은 문제를 대신 해결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가진 강점을 발견하고 연결하여 관계 속에서 살아가도록 돕는 일이었습니다.


최예지 선생님은 홀로 지내던 우진 님의 그림을 좋아하는 마음을 붙잡았습니다. 작은 종이와 연필로 삶의 숨통을 열었습니다. 이웃과 편지를 매개로 연결해 관계의 첫걸음을 뗄 수 있게 거들었습니다.


임다빈 선생님은 첫 사례관리 당사자인 권구슬 님에게 꽃과 시로 다가가며 환대했습니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문제 너머 눈부신 모성과 삶의 힘을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보려 힘쓰면 그렇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먼저 임다빈 선생님이 당사자의 이웃이 되어 곁을 지키는 일이 지역밀착 실천의 시작임을 보여주었습니다.


권지혜 사회복지사는 빚으로 힘겨운 최희망 님 부부를 만나, 새벽 기도와 맨발 걷기, 아동지킴이 활동 같은 일상과 경험에 담긴 강점에 주목했습니다. 결국 부부는 지역사회 속 역할을 다시 회복하며 자부심을 되찾았습니다.


김단비 사회복지사는 장애 아동을 키우며 고립된 희나 님에게 뜨개질과 카페탐방 모임을 구실 삼아 이웃과 연결할 수 있게 했습니다. 희나 님은 다시 ‘살 만한 동네’를 경험하며 혼자가 아닌 삶의 힘을 얻었습니다.


윤우남 사회복지사는 복지관을 찾은 옥이 어머님을 라인댄스 동아리에 연결했습니다. 처음엔 수줍게 발을 들였지만, 점차 모임을 이끌고 무대에 서며 이웃 속에서 중심을 잡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여현우 사회복지사는 고시원에 홀로 지내던 정 선생님을 ‘은천 식구’라는 밥상 모임으로 이끌었습니다. 낯선 이웃이 함께 밥을 지으며 점차 식구로 변해갔고, 관계가 상처이자 동시에 회복의 길임을 드러냈습니다.


이예지 사회복지사는 신경섬유종증을 앓는 정재와 어머니를 만나, 정재의 몰입력과 어머니의 믿음을 강점으로 삼아 ‘한강 소풍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정재는 또래와 관계를 맺었고, 어머니는 도시락 선생님으로 참여하며 도움받는 이를 넘어 도움 주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박성빈 사회복지사는 또래 친구를 원했던 미선 님에게 식사 모임과 나들이 같은 구실을 마련했습니다. 그 속에서 미선 님은 윤정 님과 친구가 되어, 도움받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즐기는 이웃으로 설 수 있었습니다.

이 여덟 가지 이야기는, 개인을 지원하면서도 문제를 넘어 강점을 보고, 이를 구실로 관계 잇고 모임으로 만들어가는(조직하는) 흐름을 잘 보여줍니다.


이와 달리, 처음부터 집단을 형성하여 관계와 강점을 일으킨 사례들도 있습니다.


김별 선생님은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명분을 붙잡았습니다. 1인 가구가 많은 신림동에서 중년 남성들이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꿈꿨습니다. 일상 속에서 여행과 식사를 함께하며 정겨운 호칭으로 부르고, 때때로 음식도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관계 속에서 정다움을 피어낸 실천입니다.


이민지 선생님은 정신적 어려움으로 고립된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서로 관계 맺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함께 강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요리, 책, 비누 만들기 같은 모임은 전문 강사 대신 주민이 서로 손을 보태며 이끄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속에서 자연스레 역할과 관계가 생겼습니다. 이민지 선생님은 이런 관계가 단순히 개인을 지탱하는 힘을 넘어, 서로를 일으켜 세우는 힘까지 된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박가은 선생님은 어르신의 외로움과 고립을 넘어, 서로를 살피는 공동체를 꿈꾸었습니다. 이 생각에서 시작한 ‘서로살(삶)핌’ 모임은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주인 되는 관계의 장이었습니다. 다양한 활동 끝에 어르신들은 관계 회복, 자아 변화, 삶의 활력 회복을 경험했습니다. 혼자였던 일상에 친구와 가족이 생겼고, 외로움은 반을 줄었습니다. 이 속에서 사회사업가는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어르신들이 스스로 관계를 만들어가게 거들었을 뿐입니다.


이정희 선생님은 지역사회가 재개발되면서 복지관도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당분간 임시 건물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이를 구실 삼아, 복지관 안이 아니라 주민이 사는 동네로 직접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가운데 만난 미소 님 덕에 ‘빛나리’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필요’가 아니라 ‘할 수 있음’에 기반한 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반찬 나눔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로써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감각을 심었습니다. 이는 자존감을 만들고, 이웃 관계 생동의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김은별 선생님은 공원에서 늘 인사만 하던 견주들과 뜻을 모아 ‘강아지 모임 1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네 번 만남은 단순히 함께 강아지를 산책하는 시간이었지만, 그 속에서 놀라운 변화를 보았습니다. 주민들은 서로 일상을 나누고 마음을 챙겨주는 관계로 가까워졌습니다. “강아지가 있으면 사람 사귀기가 쉬워요. 얘네가 사람들 연결 끈이에요.” 어느 주민 말처럼, 강아지는 단순한 반려동물 이상이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였습니다.


이채연 선생님은 경로식당 어르신 한 분이 가져온 실타래에서 출발해 뜨개질 모임을 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입소문과 홍보 효과로 참여자가 늘어났습니다. 이 모임에 참여한 주민들의 반응 또한 다른 실천 사례 속 주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집단 사회사업이 서비스 업무처럼 맡은 일이 무엇이든, 그 일에서 도전하면 된다는 실천 사례를 이채연 선생님이 보여주었습니다.


홍연수 선생님은 중장년 1인 가구들이 모여 ‘해피투게더 모임’을 만들게 지원했습니다. 외롭고 단절된 일상을 살던 이들이 모여 애칭으로 부르며 함께 요리했습니다. 모임은 일상을 함께하는 관계로 확장되었습니다. 생일에 번개 모임이 열리고, 누구네 집에 모여 식사하고, 경복궁 나들이도 함께 기획했습니다. 놀랍게도 모임 안에서 또 다른 모임이 만들어졌습니다. 천천히 걷는 ‘거북이 산모임’, 십자수 함께하는 ‘보물섬’. 이렇게 모임 속에서 모임이 태어나고, 함께한 시간을 추억이 되고, 전시회로 이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이웃 덕에 외로움 대신 친구가 있는 삶, 고립 되신 연결된 삶으로 변해갔습니다.


임병제 선생님은 ‘아동 놀이 기획단, 무지개’를 통해 아이들과 주민이 가진 자산(강점)을 발견하고, 이로써 다양한 관계를 연결하려 했습니다. 무지개 아이들은 스스로 안내지를 만들고, 홍보하고, 친구들을 초대했습니다. 선생님들이 만든 자리에 참여한 게 아니라, 아이들이 이루고 누리며 아이들의 일이게 거들었습니다. 가드닝 모임 어르신들은 무지개 아이들에게 꽃심기를 알려주었습니다. 영어 잘하는 수안은 ‘수안이 영어 교실’을 열어 어르신께 알려드렸습니다. 이처럼 작아 보이는 관심과 능력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일이 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런 일들은 모두 이웃 서로 관계 맺기 위한 구실이었습니다.


김성림 선생님은 ‘남성 요리 모임’을 꾸렸습니다. 모임 회원들의 사소한 일도 기여할 수 있게 거들려고 애썼습니다. 또한, 감사로 화답하는 과정을 안내했습니다. 시간이 쌓이면서 회원 서로 관계가 깊어졌습니다. 모임 밖 동네에서도 가깝게 지냈습니다. 요리를 구실로 작은 기여와 감사가 쌓여 만들어낸 ‘관계’가 주민 모임의 성과였습니다. 김성림 선생님은 이 과정을 안내하고 관계를 촉진하는 조력자였습니다.


황누가 선생님은 동네 이웃들과 영어 소모임을 꾸렸습니다. 사실, 이 모임의 목적은 영어가 아니었습니다. 영어를 구실로 한동네 사는 이웃 서로 가깝게 지내게 하려 했습니다. 노래를 좋아하는 주민들은 ‘Let it Be’를 함께 부르며 서로의 강점을 드러냈습니다. 틀려도 괜찮다는 격려 속에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영어를 배웠다면 써먹어야죠. 영어소모임에서 시작해, 여행을 꿈꾸는 모임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여행은 회원 서로 관계를 더 깊어지게 할 겁니다.


이처럼 처음부터 집단으로 시작한 활동은 모임 자체가 강점의 그릇이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누군가의 요리 솜씨, 누군가의 영어 실력, 느린 걸음조차 강점으로 전환되며 관계와 소속감을 만들어냈습니다.

결국 지역밀착 실천은 건물이나 사업 틀의 문제가 아니라, 강점을 매개로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서로 밀착하여 관계를 맺도록 거드는 일임을 이 사례들은 잘 보여줍니다. 개인에서 집단으로, 집단에서 다시 지역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주민들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되었습니다.



8. 맺음말

짧은 기간 실천이었지만 변화의 징후는 분명했습니다. 주민의 강점에서 시작된 작은 만남이 모임이 되고, 그 모임이 또 다른 이웃을 불러내며 관계망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문제를 직접 줄이는 일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연결할 때 관계는 살아났고 고립은 줄어들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다양한 실천은 하나같이 강점에서 출발해 관계를 만들고, 관계를 통해 공동체를 일으키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지금 서울이 마주하고 있는 ‘외로움’과 ‘고립’이라는 사회적 난제를 풀어갈 실마리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정책과 제도가 토대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단순히 생존만으로는 살 수 없습니다. 때로는 부족하더라도 인정받고 싶고, 힘겹더라도 누군가에게 기여하고 싶어 합니다.

관계 중심 실천이 정책적 기반과 조화를 이루어 현장에서 펼쳐질 때, 외로움과 고립 문제는 근본적 변화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실천 사례들이 그 가능성을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 여기서 소개한 사례들 전체를 모아 책으로 엮고 있습니다.

<지역으로 밀착하여, 이웃 사이 친밀하게 : 지역밀착형 사회복지관 ‘관계 중심’ 실천 사례집>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곧 출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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