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를 위한 스마트워크 By 신용우
- 202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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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설문지를 버리고 종이 설문지로 돌아갈 용기
안녕하세요, 모두를 위한 스마트워크 신용우입니다.
ChatGPT를 만난 지 거의 3년이 되어 갑니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너무너무 빨라져서, 매주 새로운 기술과 모델이 쏟아집니다. 매일 3시간씩 자면서 공부해도 따라가기 벅찰 정도지만, 실은 그 과정이 즐겁기도 합니다.
초기 디지털 전환의 대표 사례, 구글 설문지
초기 디지털 전환 시대,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에는 한 가지 명확한 전제가 있었습니다. 자동화 시스템이나 AI가 제 역할을 하려면 잘 정돈된, 즉 '정형화된' 디지털 데이터가 필수적이라는 것이었죠.
그래서 '효율'과 '비용 절감'이라는 명분 아래, 모든 아날로그 정보를 분석 가능한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이렇게 잘 정리된 데이터를 손쉽게 얻기 위해, 사회복지 현장에서 발 빠르게 도입한 대표적인 도구가 바로 '구글 설문지’였다고 생각합니다.
거의 10년째 구글 강의를 하면서 설문지 얘기는 100번도 넘게 한 것 같습니다. 이 도구를 추천했던 이유도 명확합니다. 간편하게 만들고, 손쉽게 배포하며, 그 결과를 자동으로 정형화된 데이터(스프레드시트)로 정리해주니 실무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한 도구였으니까요.
생성형AI, 디지털 전환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하지만 최근 우리가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진짜 감탄하는 지점은, AI가 드디어 인간의 영역이었던 ‘비정형 데이터’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말과 글, 이미지, 심지어는 손으로 쓴 글씨처럼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정보를 사람처럼 해석하는 능력 말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디지털 전환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구글 설문지로 대표되던 '정형 데이터' 수집의 시대에서, 이제는 아날로그 정보까지 AI가 이해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했던 문제에 새로운 해답을 제시합니다. 구글 설문지를 사용하며 늘 마음 한편에 남았던 아쉬움과 불편함, 즉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글자를 입력하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큰 벽이었던 그 문제를 말입니다.
‘구글 설문지’에서 ‘종이 설문지’로
얼마 전 있었던 일입니다. 휴먼임팩트 협동조합의 천우석 팀장님께서 주민 80여 분의 종이 설문지를 분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구글 설문지를 쓰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예상은 했지만 막상 설문 결과를 받아보니… 정자체도 있었지만, 손떨림으로 알아보기 힘든 글씨, 문항의 경계를 넘어 그어진 체크 표시 등, 3분의 2 이상이 일일이 들여다봐야 하는 데이터였습니다.
고민하던 천 팀장님과 함께 대화 중, '바이브코딩' 같은 최신 기법을 활용하면 문서 속 필기 데이터를 클릭 몇 번만으로 통계 분석이 가능한 수준으로 변환할 수 있다는 점을 말씀 드렸습니다. 얼마 후, 천 팀장님은 여기서 더 나아가 다양한 종이 설문지에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AI 도구를 직접 개발하여 현장에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저는 지난 10년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인공지능 이전 시대에, 우리의 모든 업무는 데이터가 '정형화'된 이후에야 비로소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수고로움을 인공지능이 대신해주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저도 모르게 '종이'와 '디지털'을 서로 반대되는 개념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나 봅니다. 종이를 쓰면 비효율적이고, 디지털을 써야 효율적이라는 이분법에 갇혀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비정형 데이터를 이해하는 AI는 그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사자는 가장 편안한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실무자의 수고로움은 AI가 대신하는 것."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우리를 더욱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람 중심' 스마트워크의 본질이 아닐까요?
혹시 우리는 그동안 ‘디지털 전환’이라는 목표를 위해 당사자에게 정형화된 틀을 요구하지는 않았나요?
초개인화, 그리고 구글 설문지를 버릴 용기
이제 데이터 정리 같은 수고로운 일은 AI에게 맡기고, 그 아낀 시간과 에너지로 당사자 곁에 더 머무를 수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 그분에게 가장 편안할지, 적합할지 한 번 더 고민하고, 그들의 진짜 이야기에 귀 기울일 여유를 갖게 된 것입니다.
물론 단순한 만족도 조사가 아닌, 글씨체에 담긴 정보 자체를 얻어야 하는 작업이라면 조금 달라질 수 있겠죠. 글씨체에서 이전보다 좀더 힘이 생겼다던지, 줄을 잘 맞출 수 있게 되었다던지. 그런 것은 또 나름대로의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오히려 구글 설문지를 내려놓았기 때문에 우리가 알 수 있는 새로운 것이겠죠.
어쩌면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사자를 위해 우리가 익숙해진 편리함을 기꺼이 내려놓고, 때로는 종이 설문지를 내밀 수 있는 '구글 설문지를 버릴 용기' 가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왜 용기냐고요?
왜냐하면 저와 함께 하루 4시간씩만 자면서 공부하겠다는 결심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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