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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돌보는 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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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돌보는 일에 대하여

고통, 결정, 상실, 그리고 그 곁을 지켜주는 지원체계의 필요성

 

반려동물과 함께한 시간은 대개 너무도 따뜻하고 충만하기에,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면 누구나 마음이 무너집니다. 반려동물의 생애말기를 다른 보호자나 전문가와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기가 여전히 어려운 이유는 이 과정이 단순히 의학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깊이, 죄책감, 상실, 경제적 부담, 사랑의 기억들이 얽힌 감정적 과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보호자분들은 반려동물의 상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오랫동안 혼자 고민을 끌어안고 계십니다. “이 선택이 과연 잘하는 걸까?”, “고통을 줄이는 길을 선택해야 할까, 함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이어가야 할까?”,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와 같은 질문들이 마음을 수없이 흔듭니다.

제가 몇 년 전, 아주 가까운 지인이 반려견을 안락사한 뒤 오랫동안 깊은 고통에 잠겨 계신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반려견의 병세가 악화된 이후 여러 병원을 다니며 가능한 치료는 모두 해보셨습니다. 하지만 결국 더 이상 회복이 어렵다는 판단 앞에서 마지막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안락사 이후에는 조금만 더 시간을 드렸어야 했던 건 아닐까”, “내가 너무 서둘러 결정을 내린 건 아닐까라는 후회를 반복하셨습니다. 저는 그분을 위로하면서도, 이 감정이 단순히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사랑했던 존재를 떠나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깊은 상실감과 관계의 무게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비슷한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자주 들려옵니다. 반려인이 고령 반려동물이나 투병 중인 반려동물을 오랫동안 간병하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치료를 시도하다가,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그때 그 치료는 더 아프게 만든 건 아닐까”, “고통을 줄이는 쪽을 선택했어야 했던 건 아닐까라고 후회를 토로하시는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어떤 보호자분들은 마지막 한 달 동안 밤낮없이 간호하며 잠을 설쳤고, 약과 처치로 하루를 버티다시피 보내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간이 지나면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너무 오래 붙잡게 한 건 아닐까라고 자책하시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말기 돌봄은 누가 옳고 그르다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고, 어떤 선택에도 완전한 확신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입니다. 이것은 개인의 성향 때문이 아니라, 사랑했던 존재와의 관계를 가진 보호자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인간적인 마음입니다.

 

반려동물의 생애 말기 돌봄은 단순히 치료 중단치료 유지라는 이분법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시기에는 통증을 관리하고, 반려동물이 좋아하던 환경을 조금 더 편안하게 조절해 주고, 보호자가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정서적·정보적 지지를 제공하는 완화 돌봄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돌봄 과정에 대한 제도나 정보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아 보호자들이 병원 진료, 안락사 여부, 장례 준비 사이를 스스로 감당하며 큰 부담 속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해외에서는 동물호스피스·완화의료가 이미 전문 분야로 자리 잡아, 수의사들이 보호자에게 애도 지원 자원을 연결해주고,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집에서 조용히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수행된 한 연구에서는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수의사들이 연평균 239건의 안락사를 시행하며, 대부분을 보호자의 집에서 진행한다고 합니다. 또한, 많은 수의사들은 자신의 역할이 의료적 판단을 넘어 보호자의 슬픔을 지지하는 과정까지 포함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Dickinson & Hoffmann, 2019). 이 연구는 말기 돌봄과 이별 과정이 의료 행위를 넘어 관계적 돌봄임을 보여주는 좋은 근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려동물 생애말기 돌봄: 완화, 호스피스, 그리고 사랑의 마지막 선택

 

반려동물의 생애 말기 돌봄은 단순히 치료 중단치료 유지라는 이분법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시기에는 통증을 관리하고, 반려동물이 좋아하던 환경을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조절해 주는 것, 보호자가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정서적·정보적 지지를 제공하는 완화 돌봄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돌봄 과정에 대한 제도나 정보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아, 보호자들이 병원 진료, 안락사 여부, 장례 준비 사이를 스스로 감당하며 큰 부담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기 위한 지침이 마련되어 있으며, 실제로 많은 수의사와 보호자가 이를 참고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AAHA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Animal Hospice and Palliative Care (IAAHPC)가 함께 만든 ‘End-of-Life Care Guidelines’입니다. 그 지침에서 강조하는 마지막을 준비하는 보호자와 반려동물, 양쪽을 위한 최소한의 원칙 12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반려동물의 말기가 되었을 때에도 보호자에게는 여전히 선택의 여지가 있다. 반려견·반려묘의 병이 말기여도 수의사와 함께 치료 계획이나 돌봄 계획을 세우며 행동할 수 있다.

 

2. 반려동물이 완치가 어려운 만성 혹은 퇴행성 질환, 말기 질환 상태일 경우, 완화치료(palliative)나 호스피스(hospice) 돌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명확하다.

 

3. 동물 호스피스는 단순한 의료 행위를 넘어서, 반려동물의 고통을 줄이고 보호자의 정서적 부담을 함께 나누는 돌봄이다. 수의사의 지도 아래, 말기 진단 시점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

 

4. 자연사(치료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선택지 하나지만, 가능한 고통 완화 조치가 취해지는 조건 아래에서만 허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안락사(euthanasia)도 고려되어야 한다.

 

5. 인도적인 안락사는 평화롭고 고통 없는 과정이어야 하며, 정해진 절차와 윤리 기준에 따라 신중히 이루어져야 한다.

 

6. 때로 안락사는 보호자와 반려동물을 위한 마지막 사랑의 행위가 될 수 있다. 고통을 방치한 채 자연사를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불편과 고통을 연장할 수 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7. 수의사와 돌봄팀은 반려동물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필요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 돌봄 계획은 개별 반려동물의 상황에 맞추어 맞춤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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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설명: 동물의 말기 돌봄은 신체·사회·정서 영역을 함께 보살피는 전인적 돌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그림 (출처:  https://www.aaha.org/resources/end-of-life-care-for-pets/


8. 통증, 식사 상태, 배변·배뇨, 이동 능력, 호흡, 일상생활 능력, 사회적 상호작용 등 반려동물의 여러 삶의 지표를 고려하여, 삶의 질(QOL)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9. 가능한 한 집에서 완화 돌봄이나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환경 조정(바닥 미끄럼 방지, 편한 침구, 화장실 접근성, 온도·위생 관리 등)을 통해 반려동물이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 속에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권장된다.

 

10. 안락사는 동물병원뿐 아니라, 보호자의 집이나 보호자와 반려동물에게 익숙한 장소에서도 가능하다. 보호자의 희망이 있다면 집에서 조용히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

 

11. 반려동물이 떠난 뒤에도 수의사나 돌봄팀은 장례(화장, 매장 등) 절차를 도와주거나, 애도와 상실을 겪는 보호자를 위한 애도 지원 자원이나 상담을 안내해 줄 수 있다. 보호자가 상실을 건강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12.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Grief)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보호자들은 이를 혼자 감당할 필요가 없다. 전문가의 애도 상담, 애도 그룹, 지역사회 지지망 등 다양한 형태의 슬픔 돌봄 지원이 권장된다.

 

12가지 원칙은 단지 의료적 지침이 아니라, 반려동물과 보호자, 전문 돌봄 제공자 모두의 고통을 줄이고 존엄한 마지막을 함께 설계하려는 노력의 핵심입니다.

 

사회복지적 시선으로 본 좋은 이별의 의미


이 지침들이 강조하는 것은 단지 동물의 고통 경감만이 아닙니다.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보호자가 죄책감에 짓눌리지 않도록, 수의사와 돌봄 팀의 정서적 부담을 경감하도록, 지역사회가 함께 지지망이 되어 주도록, 즉 모두를 포괄하는 복지 체계의 중요성입니다.

특히 고령자, 1인 가구,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정보 취약한 보호자에게는, 집에서 완화 돌봄이나 안락사를 선택할 기회, 환경 조정과 장례 지원, 애도 상담 기회 등이 더 절실합니다. 12가지 원칙을 사회복지의 틀 안에 포함시킬 때, 단순히 애완동물의 마지막이 아니라 돌봄의 생애 끝자락을 함께 보살피는 사회적 책임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의사나 돌봄 제공자들도 그 과정의 일부로 보호받아야 합니다. 돌봄 노동은 감정 노동이자 정서적 노동이며, 반복되는 상실 경험은 연민 피로(compassion fatigue)’를 낳기 쉽습니다. AAHA 지침은 전문 팀의 구조, 사별 후 지원, 애도 상담 안내 등을 권고하고 있어, 돌봄 제공자 보호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돌보는 일은 단순한 의료 행위를 넘어, 관계와 존엄, 슬픔과 이별까지 함께 껴안아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입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12가지 원칙은, 우리가 좋은 죽음존엄한 이별을 꿈꾼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기준입니다. 그리고 이 지침들을 지역사회 복지, 돌봄 취약계층 지원, 돌봄 노동자 보호, 애도 지원 체계 등 사회복지 관점에서 받아들일 때, 반려동물과 보호자, 돌봄 제공자 모두를 위한 함께 사는 사회를 향한 길이 열립니다. 반려동물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준비하고 돌보는 일에, 우리가 조금 더 따뜻하고 책임 있게 다가가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American Animal Hospital Association (AAHA).

End-of-Life Care for Pets: AAHA/IAAHPC End-of-Life Care Guidelines.

https://www.aaha.org/resources/end-of-life-care-for-pets/

Dickinson, G. E., & Hoffmann, H. C. (2019).

Animal hospice and palliative care: Veterinarians' experiences and preferred practices.

Journal of Veterinary Behavior, 32, 5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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