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D-HUG 그리고 MIND-HUG By 고진선
- 202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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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동연구소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안부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야기를 먼저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식을 하지 않던 사람도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하는지 묻고, 이미 투자한 사람은 장이 열리기 전부터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봅니다.
주가가 오르면 더 사지 못한 것이 아쉽고, 떨어지면 손실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걱정합니다. 다른 사람이 얼마를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축하하면서도, 자신만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닌지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투자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며, 자신의 자산을 관리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최근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언제부터 숫자를 참고하는 수준을 넘어, 숫자에 하루의 기분과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 맡기게 되었을까요.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숫자는 주가만이 아닙니다.
아침에는 환율과 주가지수를 확인하고, 점심을 먹으면서 오른 음식값을 이야기하며, 퇴근 후에는 집값과 대출금리를 검색합니다. 직장에서는 연봉과 성과점수로 평가받고, 온라인에서는 조회 수와 구독자 수, ‘좋아요’의 개수로 관심의 크기를 확인합니다.
건강을 관리할 때도 체중과 혈압, 걸음 수, 수면시간을 숫자로 기록합니다. 숫자는 복잡한 현실을 간단하게 보여주는 유용한 도구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성과와 인기, 건강과 행복까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숫자는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달라진 것은 그것을 확인하는 속도와 횟수입니다.
과거에는 신문이나 저녁 뉴스를 통해 하루의 변화를 접했다면, 지금은 몇 초마다 달라지는 숫자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 문이 닫혀도 해외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은 움직이고, 각종 전망과 투자 영상은 밤새 이어집니다.
불안을 줄이려고 정보를 찾지만, 확인할수록 새로운 불안이 생깁니다. 잠시 화면을 내려놓으면 중요한 기회를 놓칠 것 같고, 계속 보고 있으면 마음이 더 조급해집니다.
저는 이것이 단순히 개인의 투자 습관이나 절제력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의 숫자는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가 안전한지를 끊임없이 묻는 신호처럼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자산의 감소만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후가 불안해지고, 집값이 오르면 주거 문제를 넘어 앞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낍니다.
인공지능 관련 수치와 생산성 전망을 접하면서는 기술 발전에 대한 기대와 함께 자신의 일자리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를 염려합니다.
결국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숫자 그 자체라기보다, 숫자 뒤에 놓인 불확실성일 수 있습니다. 성실하게 일하고 계획적으로 살아도 물가와 금리, 주택시장과 노동시장의 변화까지 개인이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사회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의 부담을 점점 더 개인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투자의 결과도, 노후의 준비도, 경력의 전환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사람들은 숫자를 통해 자신이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반복해서 확인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정신건강의 관점에서 새롭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불안과 우울을 주로 개인의 감정이나 질환의 문제로 다루어 왔습니다. 물론 개인의 특성과 경험, 관계와 건강 상태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많은 사람이 주가와 집값, 고용과 노후를 걱정하고 있다면, 그 불안을 개인의 마음이 약해서 생긴 문제로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개인의 마음속에서 나타난 불안이라 하더라도 그 시작은 경제와 기술, 노동과 주거 등 사회의 변화와 연결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에서는 질병이나 실업, 빈곤처럼 개인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사회적 위험’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이제는 그 범위를 조금 더 넓혀야 할 때입니다. 경제적 불확실성, 빠른 기술 전환, 주거 불안, 기후위기와 같은 변화가 사람들의 심리와 일상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사회 전체에서 발생한 변화가 개인의 수면과 관계, 소비와 투자 행동, 불안과 우울로 나타난다면 그것은 개인상담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적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투자 손실이나 경제적 어려움이 곧바로 정신질환이나 자살로 이어진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자살은 정신건강 문제와 신체질환, 경제적 어려움, 관계의 단절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상입니다. 다만 큰 손실을 경험한 사람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더 위험한 거래를 반복하며, 가족이나 주변 사람과의 관계까지 끊어지는 상황은 충분히 주목해야 합니다. 문제는 손실액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사람이 얼마나 고립되고 절망하고 있는지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정신건강과 자살예방은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까요.
지금까지는 어려움이 심해진 사람이 상담기관이나 의료기관을 찾아오면 지원하는 방식이 중심이었습니다. 이러한 체계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불안을 실제로 경험하는 공간으로 예방의 범위를 넓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식거래 플랫폼에는 투자 위험을 알리는 문구가 있지만, 투자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심리적 위험에 대한 안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일정한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거나 단시간에 지나치게 많은 거래가 반복될 때, 곧바로 이용자를 위험한 사람으로 판단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최근 투자로 인해 잠을 이루기 어렵거나 불안이 지속되고 있지는 않으십니까?”라고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게 하고, 이용자가 원할 경우 전문상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는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증권사와 거래소가 정신건강기관이나 비영리단체와 협력하여 투자 스트레스 상담을 지원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입니다.
주식거래 화면 안에 마음건강 정보를 제공하거나, 투자자의 선택에 따라 상담기관으로 연결되는 기능을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거래를 제한하거나 투자자를 감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금융서비스가 만들어 내거나 증폭시킬 수 있는 심리적 부담까지 함께 살피자는 제안입니다. 당연히 개인정보 보호와 이용자의 동의, 자기결정권을 전제로 신중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이미지 출처: 생성형 AI(GPT>
이는 기업의 사회공헌을 바라보는 관점과도 연결됩니다.
지금까지의 사회공헌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이 중심이었습니다. 장학사업이나 취약계층 지원, 기부와 봉사활동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사회공헌은 기업의 본래 사업과 분리된 활동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 안에서 사람들이 어떤 새로운 위험을 경험하는지 살피고, 그 위험을 줄이는 것 역시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 될 수 있습니다.
금융회사는 금융불안과 과도한 부채가 사람의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고, 플랫폼 기업은 끊임없는 비교와 반복적인 사용이 고립과 불안을 키우지는 않는지 살펴야 합니다. 인공지능 기업도 기술의 성능과 생산성뿐 아니라 기술 전환 과정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일자리 상실의 두려움과 소외를 함께 다루어야 합니다. 사회공헌은 사업 밖에서 좋은 일을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이 이루어지는 바로 그 자리에서 사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새로운 정신건강 접근입니다.
정신건강을 병원과 공공에서 제공하는 상담만으로 한정짓지 않고, 금융과 기술, 노동과 주거, 플랫폼과 기업 경영의 문제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이미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발견해 돕는 것과 함께, 사람들이 어려움을 경험하는 환경에 먼저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숫자에 흔들리는 이유는 욕심이 많거나 마음이 약해서만은 아닙니다. 미래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과 다른 사람보다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압박이 숫자를 통해 매일 확인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인에게 화면을 덜 보라거나 마음을 강하게 먹으라고 조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숫자가 사람의 불안과 절망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구조는 없는지 사회도 함께 돌아봐야 합니다.
숫자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숫자는 앞으로도 우리의 경제와 건강, 일과 생활을 설명하는 중요한 도구로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숫자가 흔들릴 때 사람까지 함께 무너지지 않도록 돕는 장치는 만들 수 있습니다.
사회적 위험이 달라지고 있다면 정신건강과 자살예방, 그리고 기업의 사회공헌도 그 변화가 일어나는 현장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제는 사람에게 도움을 찾아오라고 기다리는 것을 넘어, 사람의 일상 속에 도움의 길을 미리 만들어 놓는 사회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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