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리상담 By 윤호순(2019) By 윤호순
-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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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와 “그러나”로 나타나는 속마음
청소년을 상담하다보면, 자발적과 비자발적으로 구분된다.
학습, 진로, 진학, 친구관계 등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상담테이블에 앉는 경우가 많고,
학교부적응, 가출, 자살생각, 가족갈등 등은 보호자(교사, 담당자, 부모 등)로부터 의뢰되어 오는 비자발적인 경우가 많다.
두 경우 모두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몰라요”, “그냥요”, 등이다.
어느날부터 “그런데”와 “그러나“로 대화가 이어지게 되면, 상담은 깊이 있게 접촉이 된다.
청소년초기에 접어들고 있는 초등학교 4학년과의 상담을 공유하고자 한다.
2년 전 초등2학년에 갑자기 닥쳐온 아버지의 식물인간 사건,
엄마는 아버지 병수발을 위해 병원에서 숙식을 할 수 밖에 없었고,
형제들은 외조부모의 돌봄을 받았다고 한다.
다행히 아버지는 9개월 후 통원치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되었고,
운동을 좋아하던 아버지는 집에서 운동경기를 시청하는 취미를 갖게 되었고,
두 형제도 자연스럽게 함께 TV를 시청하는 편이라고 한다.
여러 회기동안 주로 했던 말은 ”몰라요“ ”좋아요“ ”잘 지내요“ 등이었다.
언어적 상담은 한계가 있었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 중 놀잇감을 선택했고,
놀이로 하는 상담이 이루어졌다.
앉은 자리에서 눈에 잘 띄는 피규어들을 매만지는 수준에서, 차츰 부수기도 하고,
대포나 총을 쏘기도 하는 등으로 놀이가 이어졌다.
상담실에 비치된 다양한 매체들을 살피는 데도 몇 주가 소요되었다.
글라스데코로 자유화를 그려보기도 하고 왜 이렇게 했는지 아느냐고 묻기도 하는 등
놀이만이 아니라 질문을 하기도 하는 등 언어로 조금씩 표현하기 시작했다.
말을 주로 많이 하기 보다는 액션이 많았고, 보드게임을 하며, 캐릭터 묘사나 주제 정하기 등을 통해 표현했다.
인물 캐릭터 중에서는 운동선수, 소방관, 경찰관, 해적 등을 주로 선택했고,
도구 중에서는 대포, 총, 건물, 명품, 튼튼해 보이는 차 등을 주로 선택했다.
이러한 선택에 대한 질문에서도 주로 ”몰라요“ 혹은 ”그냥요“라고 했다.
이 모두가 아직은 상상 속에 머무르고 있으며, 사고(思考)하기 수준 이전의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진전없는 혼돈 중에 머무르는 듯 했고, 상담사는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중이었다.
자료들이 모여, 관찰이 이루어지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흘러야 했다.
한참이 지난 후 즉, 충분한 탐색과 놀이가 진행된 후
놀이를 할 때나 게임을 할 때, ”그런데“ 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회기가 끝난 후 느낌을 말할 때에 나오기도 하고, 재미있게 놀았어요. ”그런데, ....를 못했어요. ....를 할 걸 그랬어요“ 혹은
승패를 가르는 게임을 한고 난 후에 나오기도 한다. 제가 이긴 것 같아요. ”그런데, .......를 하면 어떨까요?“
점차 "그러나"도 나오기 시작했다.
서서히 자신의 욕구와 희망, 그리고 할 말을 꺼내기 시작한 것이다.
어머니의 염려로 어머니의 권유로 상담실에 온 초기청소년인 초등학생이 서서히 자신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고,
학생이 겪어내지 못한 ”애도“와 ”상실“이 학생의 속마음에 머무르고 있음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떨어진 (절대자)어머니와 아버지 없는 생활,
어느 날 (갑자기) (전능적일 것 같은) 존경하는 분이 환자로 나타난 아버지 모습,
돌봐주시던 할아버지의 사망 등을 말하기 시작했다.
꽤 오랜 회기동안 어색했을 수 있던 놀이 속으로 함께 들어갈 수 있었고,
대화의 내용이 일상의 일에 머무르지 않고, 마음 속 깊은 울림과 관련된
보이지 않는 상상과 환상의 이야기로 변하고 있었다.
이러한 청소년에 대해 상담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에게 속삭였던 말이 언어화 되어 나타나는 순간을 잘 포착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건강하게 표현할 수 없었던 숨겨진 공격성을 발달시키고,
가까이 있는 사람이 떠나는 감각을 일깨우고,
자신이 느끼는 불안을 언제 어디서나 표현해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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