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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관리] 초기면접 1 - 당사자와 인연의 시작


초기면접



‘초기면접’은 당사자를 처음 만나 욕구에 관해 나누는 일입니다.

당사자의 기본적인 정보를 파악하여 작성하면서도

그 처지를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애쓰는 인연의 시작입니다.

초기면접은 사람과 상황과 사안에 따라

만남 횟수나 만나는 시간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초기면접지 작성을 위해 처음 얼마간은 자주 만날 수 있고,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도울지 계획을 세우려면 객관적 정보를 어느 정도 알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서로 신뢰해야 합니다. 신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당사자와 사회복지사의 관계 정도에 따라 대화 내용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초기면접에서 사용하는 서식은 각 복지관에서 사용하는 기존 서식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이론서에서 제시하는 걸 사용하면 됩니다.

따로 만들 게 없습니다. 중요한 건 서식이 아니라 그 서식의 활용입니다.

서식에 맞춰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정성껏 도우려는 마음이 먼저입니다.

이런 마음을 적절히 초기면접 서식에 끼워 맞춥니다.

합의된 새로운 서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책마다 방식이 다르고, 학자마다 주장이 다릅니다.

복지관 사례관리팀 팀장이 새로 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서식 개편 작업이랍니다.


사례관리 실천에서 서식은 생각처럼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서식을 지나치게 세분화하고 복잡하게 만들면 오히려 자유롭게 일하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당사자와 인격적 만남을 어렵게 합니다.

초기면접지 외에 이런저런 서식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따로 만들지 말고 이미 있는 양식을 사용해도 충분합니다.

* 한국사례관리학회 같은곳 에서 만든 것을 사용하면 어떨까요?

학회가 만들었고 두루 쓰이는 서식이니 이를 사용하면 평가받을 때도 부담이 없습니다.


신체검사 같은 초기면접 복지관에서 사용하는 초기면접지를 보면

‘신체검사’가 생각납니다.

양식의 빈칸을 메우려고 첫 만남에 이것저것 묻는 게 조심스럽습니다.

답하는 사람도 부담스럽습니다.

적절한 도움을 드리려고 여쭙고 기록하는 일은 당연한 절차이겠지만,

때론 그 질문이 무례하기 짝이 없습니다.

반찬 정도 도움받기를 원하는 분에게도 한 달 수입과 지출을

항목으로 나눠서 조목조목 밝혀야 합니다.

직계 방계가 족이 왜 도울 수 없는지 그들의 직업이나 수입 따위를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첫 만남인데도 수많은 초기면접지의 빈칸을 채워야 하는

사회복지사의 집요한 물음에 복지관을 찾은 우리 이웃은 진땀을 흘리곤 합니다.

찾아온 분 처지에서는 불쾌해도 따지기 쉽지 않습니다.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려고 쉽게 정리한 기록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항상 그렇게 많이 물어야 할 게 있을까 싶습니다.

또한, 구차한 질문이 이어지면 당사자는 질문한 내용을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질문도 가려서 합니다. 사회복지사가 당장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면

신중히 묻거나 때를 보아 묻습니다.


초기면접지 서식을 좀 더 간결하게 바꾸고,

그 대신 찾아오신 분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충분히 들으려 애쓰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내용은 이후에 서로 조금씩 알아가면서 채울 수 있습니다.

그동안 잘 살아오셨고 여기까지 걸음 했을 때는

그만한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찾아와 부탁하는 어려움은 무엇이고 그 어려움이 생기게 된 배경은

어떻게 되는지, 평소 그런 어려움을 누구와 상의하는지,

혹은 그와 관련한 경 험이 있는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거들면 좋을지 정도만 초기면접에서 물어도 됩니다.

대신, 첫 만남 대부분을 서로 인사하고 공감하는 시간으로 채워갑니다.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그저 짜인 서식을 단시간에 완성하려 한다면,

그런 조급함이 상황을 잘못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 처지에서도 처음 만난 사람에게 다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서로 모를 때는 할 말 못할 말 가립니다.

오히려 충분한 정보를 얻지도 못하고 상황 파악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상태로

일을 시작하기 쉽습니다.

복지관을 찾아가 사회복지사와 30분 상담했는데,

그 시간에 사회복지사 와 딱 두 번 눈 마주쳤다는 어떤 분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처음 인사할 때 한 번, 상담실 나오기 전에 한 번.

30분 내내 그 사회복지사는 초기면접지를 채워 넣기 위해 고개 숙여

서류를 보면서 질문만 했답니다.


누군가가 나를 분석하는 일이 유쾌하지 않습니다.

어려움이 있어 찾아갔더니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데

지나치게 문제를 확대하거나 단정하면서 가족 관 계나 어린 시절

여러 일을 추적하여 지금의 상황을 분석하려 한다면, 그때 기분이 어떨까요?


독거노인 설문 조사

- 박남준

우울증은 없는가요

너무 행복해서 탈이네요

충치, 틀니를 하셨는지

잘 씹어 먹어요

담배는 하루 몇 개비 피워요

갑으로 물어보세요

갑으로는 문항이 없는데요 그럼 열 개비 이상

약주는 하셔요 술은 몇 잔 정도

몇 병으로 물어봐요

최근에 병원에 가신 적이 있는가

생활은 어떻게 하시나 생활보호 대상자는 아니신가

시인이에요 시인

인기척에 나가보니 웬 아주머니 하는 말

군 보건소에서 나왔는데 독거라는 말끝을 자르며 독거노인 조사요

아니 옆집도 있고 아랫집도 있는데 그랬더니 그분들은 함께 사시잖아요

우리 나이 쉰넷 사고로 다친 무릎이 쑤시고 절뚝거리며

거동이 자주 양수쌍쌍겹장으로

관자놀이 편두통을 쨉 훅 어퍼컷 카운트 펀치로 휘두른다

온갖 잡문을 써서 꾹꾹 눌러담은, 월수 삼사십,

한 시인의 경제가 싹 벗겨져 들통나는 설문 조사당하는 날.


2012년 6월 인천 어느 구청 희망복지지원과 선생님들과 공부했습니다.

그 곳에서 자료집 한 권을 얻어왔는데,

그 자료집 뒷면에 실린 ‘독거노인 설 문 조사,

한 시인의 경제가 싹 벗겨져 들통 나는 설문 조사당하는 날’이란 글이 마음을 찌릅니다.

혹시 초기면접도 이렇지 않을까요?

어렵게 용기 내어 찾아가 도와 달라고 부탁했는데 조사 ‘당하는’ 기분이라면…

자존심과 염치 있는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저항하겠지만,

곧 순응하고 길들 겁니다.


초기면접은 당사자와 신뢰를 쌓는 첫 단추입니다.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누군가 시인은 제일 먼저 우는 사람이고,

마지막까지 우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사회복지사도 함께 울어주는 시인이면 좋겠습니다.



<복지관 사례관리 공부노트_완전개정판>, 김세진, 푸른복지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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