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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관리] 사례회의 - 당사자와 함께하는 회의

‘사례회의’는 욕구에 관해 의논하는 일입니다.


사례회의는 당사자와 사회복지사, 그리고 당사자의 어떤 욕구에 대하여

그 일을 도울 수 있거나 적절한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하는 회의입니다.

회의에 모인 사람이 함께 의논하고 계획하고 점검하고 조정합니다.

당사자를 격려하고 칭찬·감사하는 자리입니다.


회의를 계획할 때는 당사자가 잘 나눌 수 있는 ‘때와 곳’도 생각합니다.

복지관 현장 사례회의 진행 모습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당사자를 만나고 돌아와 초기면접지를 작성합니다.

초기면접지를 바탕으로 사례관리 팀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합니다.

회의에서 우리가 도울 일인지 아닌지 결정합니다.

돕는다면 무엇을(어떤 욕구를 선정하여) 어떻게 도울지(어떤 자원을 활용할지) 논의합니다.

때로는 '단순, 일반, 집중…' 이렇게 도움 몰입 정도를 구분하기도 합니다.

이런 구분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사례관리는 복지 당사자가 이런저런 자원을 활용하여 욕구를 해결하게 돕는 일입니다.

그렇게 욕구를 하나씩 해결하거나 이루게 도우면 될 일입니다.

이런 구분이 어떤 유익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긴급하게 도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그는 ‘지원 사업’, 혹은 ‘긴급지원 서비스’의 대상자입니다.

이 일조차 사례관리라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밑반찬, 나들이와 같은 복지서비스 대상자까지

사례관리 대상자로 포함하여 벌어진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례회의가 아닙니다. 그 삶의 주인공인 ‘당사자’가 빠져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당사자의 강점과 자원을 파악하고 정리하여

최적의 지점을 제시하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당신 삶을 당신과 그 가족과 상의하지 않고 사회복지사끼리, 전문가라는

이들끼리 모여 논의하고 결정한 뒤 이를 따르라 말하는 건 무리입니다. 무례입니다.

살아 있는 한 끝까지 자기 삶을 살게 돕는 이가 사회복지사입니다.

사례관리는 당사자와 함께하는 일이고, 사례관리자는 당사자와 나란히 서는,

때로는 한 발 뒤에 자리하는 동행자입니다

사례회의는 ‘당사자와 함께하는 회의’입니다.



사례관리 업무 지원 회의

당사자 없이 사례관리자와 동료, 관련 전문가와 회의하기도 합니다.

이는 사례관리자의 업무를 지원하는 회의, ‘사례관리 업무 지원 회의’입니다.

(‘개별 지원 계획 워크숍’이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사례관리자를 돕기 위한 회의입니다.

당사자를 만나 도움계획을 세운 뒤 ‘사례관리 업무지원 회의’ 시간에

이를 동료들과 나눕니다.

혹은 사례회의 후 당사자와 세운 계획을 동료와 논의하기도 합니다.

당사자와 계획을 세우기 위하여 초기면접 한 이야기를 먼저 동료들과 나눌 수도 있습니다.

내가 세운 계획이 당사자의 생태·강점·관계를 잘 살려 돕는 계획인지 동료들과 함께 살핍니다.

때에 따라 관리자나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에도 여러 사람이 보태준 이야기를 정리하여 일을 진행하는 게 아닙니다.

당사자에게 복지관 동료들과 초기면접지와 함께

오늘 나눈 이야기를 회의하는 과정이 있음을 안내합니다.

동료들과 회의를 통해 정리한 내용도 다시 당사자와 의논합니다.

(내가 당사자라면, 작은 일도 나에게 안내하고 설명하고 허락을 구하는

사회복지사가 고맙습니다. 잠깐 만났어도 깊이 신뢰합니다.)

사례관리 업무 지원 회의에서 사례관리자의 일을 의논할 때는

그의 처지와 역량과 성향을 헤아려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실용적인 지혜와 지식과 경험을 보탭니다.

사례관리자의 일을 평가할 때는 실리 평가, 감사 평가를 합니다.


사례회의는 자주 할 일이 아닙니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욕구를 이루게 도울 때 당사자는 어떻게 해 왔고

어떻게 도우면 좋을지 묻고 의논하고 부탁합니다.

사회복지사의 생각도 나눕니다. 여기에 동료의 생각을 보태기도 합니다.

이렇게 한두 번 정도 회의한 후에는 이를 당사자와 함께 진행합니다.

사례회의를 몇 번 해야 한다는 실적 부담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당사자와 이뤄가는 과정에서 그 문제나 욕구를 도와줄 만한 사람과 함께

논의한 것을 ‘사례회의’ 실적으로 잡으면 됩니다.

현장에서는 상담과 회의의 구분이 모호합니다.

당사자와 처음 만났을 때 한두 번, 계획을 수정할 일이 있을 때 한두 번 정도 회의할 뿐입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과정입니다.



통합 사례관리 업무 지원 회의

대체로 복지관 현장에서는 지역을 기반으로 관련 기관들이 모여

특정 당사자의 일에 관하여 회의합니다. 이를 ‘통합사례회의’라 부릅니다.

이 회의도 엄밀히 따지면, 당사자를 도울 수 있는 관련 기관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통합하여) 사례관리 담당자의 업무를 지원하는 회의입니다.

즉, ‘통합 사례관리 업무 지원 회의’입니다.

이 회의에 참여할 때도 되도록 당사자와 상의합니다.

당신 일에 관하여 담당 사회복지사의 한계가 있음을 밝힙니다.

지역 내 관련 기관 전문가들과 모여 회의해도 좋을지 의논합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주제로 회의하는지 설명합니다.

당사자 정보에 관해서도 가명으로 나눌지, 내용을 각색할지도 의논합니다.

통합 사례관리 업무 지원 회의에 당사자를 초대할 때는 신중합니다.

‘당사자 참여’라는 형식을 갖추기 위함이라면 삼갑니다.

낯선 이들이 모인 공식적인 자리에서 당신의 어려움을 드러내고

질문에 답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부서지기 쉬울 당사자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배움·소망·감사가 있는 여섯 복지관 사례관리 팀 단위 학습 자료집> 가운데,

광장복지관 김철영 선생님 글. 

*자료집 내려받기 cafe.daum.net/coolwelfare/RPAu/14


(…) 상담 전에 어머님을 만나며 그동안 작성한 사례관리 기록을 보여드렸습니다.

덧붙여 기록의 목적과 의미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드렸습니다.

혹시 불편한 단어와 내용은 없는지 천천히 읽어보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린 후,

좀 더 편안하게 글을 읽어보실 수 있도록 잠시 자리를 피해드렸습니다.

20분가량 흘렀을 무렵, 어머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제가 드린 사례관리 기록지에 줄을 쳐 가며 읽어보신 듯 검은색 줄이

글마다 가득했습니다. 글을 읽어보시고, 어떠셨는지 조심스럽게 여쭈어보니

어머님은 궁금한 게 있다며 질문을 하셨습니다.

“통합사례회의가 진행되었다고 적혀있었는데,

제 개인기록이 어떤 식으로 적혀 있었나요?

저는 통합사례회의가 진행됐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어요.”

어머님의 질문에 ‘아차!’ 싶었습니다. 그동안 통합사례회의가

복지 당사자 없이 진행되었기에 사례회의의 개념을 까맣게 잊은 채

복지 당사자 없는 통합사례회의를 당연시하고 있었던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상식적인 일인데… 최소한 결과만이라도 알려드렸어야 했는데…

저도 모르게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늦었지만 회의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간략히 설명하고,

앞으로는 어떤 회의라도 어머님과 함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괜찮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이 글을 보면서 솔직히 고마운 마음이 더 커요.

다른 기관에서도 상담을 받아봤지만, 한 번도 그 기록을 보여준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인지 선생님이 쓴 글을 저에게 보여줬을 때 조금은 어색했어요.

하지만 글 속에 담긴 선생님의 생각과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고,

정성도 묻어나 기분이 좋았어요. 이 글 제가 가져가도 되죠?”

당연히 가져가셔도 된다는 말과 다음 만남 때도 오늘의 실천 기록을

글로 적어 보여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진심이 담긴 고마움에 기록의 중요성과 사례관리자로서 역할, 가치, 보람 등

여러 마음을 느꼈습니다.

“선생님을 만나면서 신뢰감이 더 쌓이는 것 같아요.

저는 단지 제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고, 저를 도와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

좌절하기보다 지금 상황을 이겨내야겠다는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었어요.

이번 달에 병원 진료도 예약되어 있는데 빠지지 않고, 잘 받아보려고 해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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