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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관리] 기록, 사례관리를 바르게 하고 있는지 살피는 도구

‘기록’은 사례관리 진행 과정을 의도와 근거와 성찰을 담아 글로 남기는 일입니다.
이런 기록은 당사자와 정보를 나누고, 의사소통하고, 때로는 당사자를 응원하는 도구입니다.

사회사업을 바르게 하고 있는지 살피는 도구요, 당사자를 향한 내 마음을 바로잡고 다듬는 성찰의 도구입니다.
당사자의 사람다움과 사회다움을 생각하며 거들어 왔다는 증거입니다.

사례관리 기록은 당사자를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게 돕고, 둘레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게 도우려고 어떻게 했는지 밝히는 이야기입니다.
그 의도와 그에 따른 결과의 해석을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적이고 이념적인 글쓰기 행위입니다.

사회사업 실천의 자기 철학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당사자와 만나 나눌 때는 당사자를 바라보며 귀 기울여 듣습니다.

전화번호, 주소, 금액처럼 잊기 쉬운 숫자 정도만 양해를 구하고 수첩에 메모합니다.

오래 나누는 가운데 기록해야 할 것이 있다면 핵심 단어 정도만 메모합니다.

당사자와 나누는 시간 대부분을 수첩에 기록하는 데 쓴다면, 당사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쉽지 않습니다.

당사자도 조사받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공감이 없고 조사가 남았다면, 서로 신뢰가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신뢰가 없다면 이어지는 사례관리 진행도 쉽지 않습니다.

만남 뒤 사무실로 돌아와 수첩에 적은 열쇳말들을 참고하여 기록합니다.

이야기체로 씁니다. 전문용어를 삼가고, 쉬운 말로 풀어 씁니다. 바르게 씁니다.

이 기록을 당사자에게 꼭 보여주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당사자와 그 둘레 사람이 읽을 수 있음을 생각하며 기록합니다.

당사자와 만나 나누는 가운데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했거나 사회복지사가 찾은 강점과 역량을 씁니다.

이를 어떻게 생동할지 궁리하며 함께 나눈 이야기, 그렇게 하고 싶은 사회복지사의 바람과 구상 따위를 기록합니다.

이런저런 질문의 의도와 근거를 씁니다.


첫 만남에서 공감하려 애쓰는 마음 : 초기면담

아저씨와 대화하며 내내 ‘아저씨 강점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저씨는 늘 아들을 잘 키우려는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로서 이만한 강점이 어디 있겠는가 싶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알아주고 지지하고 격려하며 아저씨와 동근이 생각을 함께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저씨를 잘 돕고 싶지만 당장은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또 제가 얼마나 잘 도울 수 있을지, 제 도움이 아저씨 상황을 나아지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저씨와 의논하고, 아저씨 둘레 사람들을 만나 함께 이야기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아저씨가 가슴 뛰며 하실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이를 이루고 누리게 돕고 싶었습니다.

아저씨가 향하는 삶에 잠시 동행하고 싶었습니다.

-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 임장현 선생님 글 '가운데.


임장현 팀장님은 동근이 아버님을 잘 거들고 싶었습니다.

초시면담을 인연의 시작으로 보았습니다. 그런 의도를 글의 시작에서 드러냈습니다.

이어지는 글 속에서 사회사업가로서 공감하려 애쓰는 의도를 곳곳에 밝혔습니다.


아래는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박유진 선생님의 글입니다.

사례관리 업무는 아니지만, 반찬 사업을 준비하며 계획서에 이 사업의 의도를 담았습니다.

이야기체로 쉽게 풀어 설명했습니다.



오해 : 이야기체 기록에 관한 오해, 이야기체 기록이 없어서 빚어지는 오해

종종 이야기체 기록을 장황하게 늘어 쓴 글로 오해합니다.

수필처럼 세세하게 모든 순간을 기록하는 글로 생각합니다.

이야기체로 기록하면 소설을 쓰게 된다고 합니다. 미담 사례를 쓰는 게 아닙니다.

당사자가 여러 자원을 활용하여 욕구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당사자와 함께 이것저것 알아보며 욕구를 해결할 만한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와

그렇게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욕구를 해결해 가도록 거든 이야기를 씁니다.

그 과정 속 사회복지사의 고뇌와 성찰을 씁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도우려고, 어떻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했는지를 쓰는 겁니다.

질문의 의도와 근거를 밝혀 씁니다. 당사자의 이야기를 해석합니다.

당사자가 어떻게 되기를 기대하며 매 순간 어떤 마음으로 실천하였는지 밝히려면 정해진 빈칸을 채우는 기록 방식은 한계가 많습니다.

작은 칸 안에 채워 넣는 요약한 기록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그 가정을 어떻게 도왔는지 평가할 때 이야기체의 글이 있으면 사회복지사의 의도와 당사자가 이뤄가는 과정을 오해 없이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보여줄 수 없는 짧은 요약 글은 한계가 많습니다.

선배나 동료 사회복지사도 이런 기록을 읽으면 이해와 공감이 없으니 따로 보태줄 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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