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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 반찬 배달 서비스, 더 늦기전에 공동체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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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시작


어느 사회복지사의 강의를 우연히 들었습니다.

코로나 뒤 세상이 달라지는데, 우리 현장에서도 반찬 배달을 드론이 할 거라 했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드론이 배달할 수도 있고, 여전히 사람이 전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문제는 누가 배달하는가가 아닙니다.

여전히 '배달 서비스'로 이웃의 식사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복지관은 복지 서비스를 전달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복지관은 복지관에 맡겨진 복지 서비스를 구실로 '이웃과 인정'을 만드는 곳입니다.


조금 더 생각이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시절이 달라져도 우리다움을 잃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붙잡아야 할 것과 변해야 할 것을 요구합니다.

정체성은 더욱 생각하여 붙잡고,

이를 이루는 방법은 유연하게 합니다.

문제는 이를 거꾸로 생각하는 겁니다.

서비스는 그대로 진행하려고 하고, 그래서 정체성을 잃어갑니다.


1998년, 처음 어느 복지관 청소년 담당 인턴 사회복지사로 일했습니다.

*당시에는 '인턴'이란 말을 우리 현장에서도 사용했습니다.

대학 졸업 전, 1년간 청소년 사업을 맡아 일했습니다.

지금은 '계약직'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그때에도 복지관은 식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분께 밥이나 반찬을 만들어 직접 전달했습니다.

2001년(12월)에 복지관에 입사한 뒤에도, 복지관은 여전히 식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분께

밥이나 반찬을 만들어 전달합니다. 저도 입사 뒤 얼마간은 그렇게 일했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전달하는 이가 사회복지사에서 사회복무요원이나 자원봉사자로 바뀌었습니다.



복지관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기관'입니다.

지역사회에 이웃과 인정이 생동하게 거드는 지원 기관입니다.


복지관 업무는 크게

사회복지사들이 궁리하여 진행하는 일이 있고,

지역사회가 부탁했기에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반찬 배달, 도시락 배달과 같은 복지 서비스는 지역사회가 복지관에 맡기는 사업입니다.

복지관이라면 이 맡겨진 일을 그대로 서비스할 게 아니라 이 일도 '복지관답게' 합니다.

반찬과 도시락 사업을 이웃과 인정이 생동하게 하는 구실로 삼습니다.


즉, 복지관 업무는

어떤 일을 하는 가도 생각하지만

어떤 일이든 어떻게 하는가가 중요합니다.


그래야 복지관답고 사회복지사답게 당당할 수 있습니다.

맡겨진 일로 사회사업하려고 대학에서 공부했을 겁니다.

이론과 현장은 다르지 않습니다.

맡은 일이 무엇이든 이를 배운 대로 실천하려 애씁니다.


▲ 반찬 서비스를 반찬 공동체로 훌륭하게 이룬 풍경. <신입 사회복지사의 좌충우돌 실천 이야기> (권대익, 푸른복지) 속 반찬 마실 모습.



반찬 사업 풍경


최근 여러 복지관이 지역 중심 혹은 동 중심으로 복지관 조직 구조를 설계하는 모습은 반갑습니다.

반면, 그렇게 이뤄가는 가운데 정작 복지관이 우리 지역사회에서 세심하게 살펴 하는 이웃을 위한

복지 서비스 업무 같은 일들이 운영팀이나 총무팀에게 떠넘기듯 넘어간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안타깝습니다.


사회복지사사무소 '구슬'을 만들어 처음 시작했던 일이

복지관 복지서비스 사업 담당자 모임이었습니다.

10년 전, 그 당시 나눴던 이야기를 다시 꺼내서 다듬습니다.

그사이 진보한 모습도 있으나, 여전하기도 합니다.



복지관 반찬 사업 풍경 반찬 드리는 날,

복지관과 계약한 반찬 업체에서 음식재료를 가져옵니다.

조리 봉사자들이 반찬을 만듭니다.

이어서 배달 봉사자가 반찬을 각 집에 배달합니다.

반찬 받는 분이 집에 계시면 직접 전하고,

없으면 집 앞 약속한 통에 두거나 문고리에 걸어 놓고 옵니다.


이 모습도 옛날 풍경이랍니다.

요즘은 반찬 회사에 맡기고, 배달도 복지관 사회복무요원이 합니다.

배달까지 직접 해주는 반찬 업체도 있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관 반찬 사업 담당 사회복지사의 일은 단순합니다.

반찬 업체와 계약하고, 자원봉사자 모집하고, 진행 상황 점검하고,

매월 사업 끝나면 적절히 서류 만들어 구청이나 시청에 실적 보고하면 끝입니다.


이런 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아니어도 됩니다.




제안


복지관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기관'입니다.

지역사회에 이웃과 인정이 생동하게 거드는 지원 기관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복지관에 맡겨진 반찬 사업을 복지관답게 한다면, 

(반찬 서비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반찬 복지를 이루게 돕고,

반찬 사업을 구실로 더불어 살게 거듭니다.


반찬 사업은 당사자의 반찬 생활을 돕는 일입니다.

부족한 만큼 거들어 먹고 싶은 반찬을 당신이 직접 만들고,

함께 만들고, 또 만든 반찬 나눠 먹게 돕는 일입니다.


처음부터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당사자의 반찬 생활이 되고,

지역사회 이웃 관계 만드는 구실이 되게 돕습니다.

반찬 만들고 나누는 일이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가 되게 합니다.

당사자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함께 만들어 먹고

먹을 만큼 가져가는 ‘반찬 마실’ 따위를 이루게 돕습니다.

지역사회에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반찬 이웃’으로, 평범한 일상에서 조금 더 만들어 나누게 돕습니다.


이렇게 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식사나 반찬을 내가 만들어 먹고, 부족한 만큼 둘레 사람이 거들게 될 겁니다.

처음 얼마간은 복지관과 같은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서비스를 받겠지만,

차츰 이런 서비스는 줄고 내 힘과 둘레 인정으로 이뤄가게 됩니다.

여느 사람처럼 사는 삶이 되고,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가 됩니다.

얼마 지나면 복지 서비스 종결.

이렇게 하면 종결을 향하여 나아가는 겁니다.


*실제 현장에서 도시락이나 반찬 서비스 종결 모습.

"어르신, 2년이면 많이 받으신 거예요."

"어르신, 어르신보다 더 어려운 분이 계셔요."

...




어쩔 수 없는 현실?


복지관이 단체로 반찬을 만들고 배달하는 상황.

이를 바꿀 수 없다고 해도 방법이 있습니다.


반찬 사회사업을 먼저 생각하고 현실을 봅니다.

개념을 세우고 각자 처한 현실에 맞게 변통합니다.


복지관이 만들어 배달할 수밖에 없어도

부족한 만큼만 거들어 당사자가 반찬 복지를 이루게 거듭니다.

부족한 만큼 거드는 일도 되도록 지역사회가 하게 주선합니다.

봉사자가 하는 일을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하게 합니다. 사람 사이 관계를 놓지 않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현실을 보면 길이 보입니다.




사례


몇몇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예전 이야기도 있고, 얼마 전 이룬 이야기도 있습니다.

여러 사례를 살펴보면서 우리 복지관에서 해볼 만한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이라도 적용하면 좋겠습니다.

한 번에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이뤄갈 때 실천이 단순해지고 단단해집니다.



다음 글부터 사례를 나누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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