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 속 삶 이야기 By 안순태
- 2021-07-19
- 1360
- 3
- 2
델타 변이로 인한 확진자 급증으로 전 세계가 움츠러들고 있다. 얼마 전까지 인도 변이로 불리던 변종 바이러스가 델타 변이로 명명되는 상황은 감염병과의 긴 싸움에서 이겨내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사회적 낙인임을 잘 보여준다. 영국 변이, 남아공 변이 등 바이러스가 처음 보고된 장소에 따라 부르던 방식이 특정 국가에 대한 낙인을 유발한다는 점이 지적되었고, WHO는 그리스 문자를 활용한 명칭체계를 권고하고 있다.
우리의 인식과 태도는 어떻게 부르고 전달하느냐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예전에 생각 없이 사용하던 ‘불우 이웃’ ‘정신지체’ ‘장애우’ 등의 차별 언어가 이제는 ‘어려운 이웃’ ‘지적장애’ ‘장애인’으로 대체되었다. 장애우의 경우 장애를 가진 친구라는 말로 풀어 해석할 수 있지만, 장애를 갖고 있지 않은 관점에서 바라보는 타자화된 언어이다. 이는 우리와 그들이라는 이분화된 사고로 이어지고 다양성과 차이에 대한 존중 없이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구분을 통해 사회적 낙인을 낳는다. 장애인이 아닌 사람은 ‘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다.
사회적 낙인은 건강 불평등을 초래하는 근본 원인이다. 감염병·정신질환·비만 등 낙인화된 질병을 앓고 있거나 성 소수자·이주민·노인 등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로 구분되면 건강할 권리를 침해받고 도움을 구하고 받는 것을 주저하며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궁극적으로 건강 격차가 심화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소비하는 문화 콘텐츠 속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짓는 타자화된 언어나 묘사를 주시해야 하는 이유이다.
집단주의 문화 특성이 강한 한국 사회에는 다양한 낙인이 존재한다. 우리와 그들이라는 이분화된 사고방식에 익숙한 한국 사회는 강한 결속력과 유대감으로 연결되어있지만, 동시에 외집단에 대한 배타성이 강하다. 내집단(in-group)이 아닌 외집단(out-group)에 대한 선 긋기와 편견은 차별행위로 연결되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대한 위해와 위험으로 표면화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다양한 낙인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 복지 정책의 실효성을 낮춘다. 낙인 해소, 인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사회적 낙인에 대한 논의는 낙인화 대상 보호에 치중되어 있다. 인식과 태도의 개선 없이 이루어지는 법과 정책은 사회적 낙인을 오히려 심화시킨다는 점이 쉽게 간과되고 있다.
체면과 눈치로 특징지어진 한국 문화 속에서 법과 정책의 보호 대상으로 한정 되면, 체면이 깎이고 눈치가 보이는 상황 속의 존재로 인식되어 오히려 사회적 낙인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식과 태도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사회적 낙인에 대한 우리 모두의 역할과 책임을 짚어봐야 한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낙인을 살펴보고 낙인찍기에 동참한 적은 없는지, 동조하고, 또는 묵인한 적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낙인이란 특정 집단을 비정상으로 구분 짓고 우리와는 다른 그들로 타자화시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누구를 타자화시키고 있는지, 미디어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 속에서는 어떤 타자화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은 건강한 사회 담론을 위해 필수적이다. 특히 미디어를 통한 간접경험은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의 인식과 태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정의와 규범이 미디어를 통해 재현되는 세상 속에서 형성, 강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모든 문화 콘텐츠가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극화된 감동과 울림을 주는 경우도 있다. 몇 해 전 방송되었던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노인을 향한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 노인은 말 그대로 나이가 든 사람, 老人일 뿐 생각과 마음은 젊은 세대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지 걷다가 자주 앉아 쉬어야 하고, 좀 더 일찍 잠이 들고, 좀 더 일찍 잠이 깨어 하루를 시작하는, 그러나 아직도 젊은 꿈을 꾸는 나이 든 모습”으로 전달된다. 무능력하고 편협하며 짐이 되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노인을 볼 때 우리 모두는 언젠가 노인이 되어야 함에도 노인이 된다는 것을 피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우리가 피해야 할 것은 노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노인을 흠이 있는 부족한 존재로 인식하는 사회적 낙인이다.” 우리 일상 속 문화 콘텐츠의 중요성을 <눈이 부시게>는 잘 보여준다.
미디어 연구자로서 사회적 낙인의 문제를 미디어 속에 투영된 가치와 인식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드라마, 영화 속에서 재현되는 우리의 모습들, 전통미디어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우리의 인식을 바탕으로 낙인찍기와 낙인찍힘 현상을 논하고자 한다. 흠이 있고 부족한 존재로 타자화된 내용뿐만 아니라 온전한 한 사람으로 그 차이와 다양성을 잘 전달하여 울림을 주는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지침으로 그 어느 때 보다 힘들고 외로운 이 시점에 건강 불평등이 사라지고 모두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면서 칼럼을 시작한다.
사진 출처 : unsflah, JTBC
댓글
댓글
댓글 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