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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업 글쓰기] 말에 담긴 철학, '장애인'이란 단어 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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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우리 현장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한 이 단어도 돌아봅니다.


사회사업에서 장애는 어느 한쪽의 문제가 아닙니다.

당사자의 능력이 뛰어나도 그 이상을 요구하는 환경과 만났을 때 경험하는 약함이 장애입니다.


시각적으로 약한 이가 그런 그를 배려하지 않는 상황 속에 놓였을 때 경험하는 게 시각 장애입니다.

시각에 한정하여 그 상황에서 약자가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시각 장애인이 아니라 시각 약자라 함이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는 시각에서만 어려움을 경험하지만 그를 부를 때 시각 장애인이라 부릅니다.

아니, 그냥 장애인이라 부르는 일이 더 많습니다.


그는 시각을 요구하는 환경 속에서만 장애를 경험하지만,

그의 다양한 모습 가운데 하나인 부족함으로 그를 규정하는 용어인 겁니다.


김구슬 씨는 앞을 보지 못하는 불리한 신체적 조건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며 이런저런 장애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항상 모든 일에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이라 불리는 건 억울합니다.

그때 그 일에서 상황적 약자일 뿐입니다.


늘 장애인이라 불리면 그의 다른 것들 또한 문제가 있어 보이는 선입견이 생겨납니다.

시각적 약자인 구슬 씨를 시각 장애인이라 부르기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호칭이 그냥 장애인으로 굳어집니다.


그 사람의 약점으로 만든 명칭 속에서 어떻게 그의 강점 따위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약점이란 상자에 가두어 부르는 말이 무섭습니다.


어떤 사람의 호칭이 그의 부족함에서 만들어낸 것이라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그 마음에 편견이 자라납니다.


구슬 씨를 그저 구슬 씨라 부르면 좋겠습니다.

구슬 씨는 그 사회에서, 그 상황에서 어떤 장애를 경험할 뿐이지 항상 무언가 부족한 장애인이 아닙니다.


당장은 이 용어를 아예 다르게 쓰거나 전혀 사용하지 않기 어려워 보입니다.

적절한 때와 알맞은 말을 궁리하지만, 가능한 상황에서는 바르게 쓰고 싶습니다.

사람을 끝까지 사람으로 돕고 싶다면, 그 사람을 바르게 불러야 합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호칭이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결정합니다.

말이 그에 대한 의식을 만듭니다.


용어가 사람 사이 장벽과 고정관념을 만들어 낸다면 이를 다듬어 사용합니다.

사회사업가는 약자 곁에서 일하는 사람이기에 더욱 바른 말을 씁니다.

약자를 혐오하거나 차별하는 말을 가려 씁니다.


말이 의식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생각대로 실천합니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집니다. 말과 글은 당사자를 향한 주문呪文이 됩니다.

사회사업가의 말과 글에 사람을 살리는 온기를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장애인 전용 화장실 안내문.

장애인은 보호자와 함께 이용하세요.’

장애인 곁에 있는 사람은 보호자? 장애가 있으면 나이나 장애 유형에 상관없이 보호자가 필요하다는 건,

장애인을 미숙하고 덜 성장한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바탕에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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