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사유(思惟) By 이두진
- 20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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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장애인을 볼모로 잡았다"
문명 사회에서 최우선 되어야 할 정책과 사회제도의 기조는 비문명 사회에서는 다수를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할 소수를 볼모 삼아 퇴행한다.
다수는 배제되어 있는데 배제된 줄도 모르고 '다수 안의 소수'를 배제한다. 배제의 배제가 심화될수록 다수는 더욱 더 배제되어 간다.
"선량한 시민을 볼모로 잡았다" "비문명적이다“
몸은 사회적 위치성과 당파성을 오롯이 드러낸다. 정신과 신체를 분리하여 사고하는 이분법적 삶의 방식이 자연스러운 듯 하지만 실제로는 몸과 의식은 하나이다. 장애를 가진 몸, 노동하는 몸, 산업재해 당한 몸, 성폭력을 겪은 몸 등 사건과 사태를 접하는 것은 몸이다. 그러므로 몸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지 않다. 그렇기에 ‘인식’은 몸이 갖는 사회적 위치성을 자각하는 일이다. 균형 감각, 중도, 균형 등 중립적 언어로 표현되거나 입장을 보류하는 태도 또한 당파성을 갖는다. 다만 그것은 균형이 아닌 분명한 회색빛 당파성일 뿐이다.
대략 지구에 70억 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면 당파성은 70억 개가 된다. 푸코가 언급했던 ‘다수가 소수를 지배하는 사회’는 신자유주의 이후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사회’로 전환되었다. 소수에게 지배받는 다수는 '강자로 여겨지는 소수'의 당파성을 객관적으로 여기고 동일시하며 살아간다. 배제의 당파성이 주류가 되었을 때 배제 안의 배제는 더욱 심화된다. 원래 당파성은 수많은 처지에서 비롯되는 상호 당파성을 가지나, 강자와 동일시된 배제된 다수는 '다수안의 소수'를 배제함으로 집단적이고 대립적인 당파성을 갖게 된다.
지배적 소수는 큰 정치와 작은 정치, 구조와 개인, 사회의 안과 밖을 분리 시킨다. 그래서 '장애를 가진 몸, 노동하는 몸, 산업재해 당한 몸, 성폭력을 겪은 몸' 등 소수자로 불리는 사람들의 문제를 사소하게 만들고, 전체가 번영하면 소수의 문제도 해결해준다며 끊임없는 정치적 테제를 생산한다. 정작 소수자인 다수의 사람들은 이분법과 고통의 서열화에 동참하며 배제 안의 배제를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선량한 장애인을 볼모로 잡았다" "비문명적이다“
문명적 사회는 소수자의 관점에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간다. 오히려 그 덕을 보는 것은 '소수자인 다수'이다. 예를 들어 '유니버셜 디자인 공중화장실'을 늘려나가면 그 덕은 누가 보게 될까? '장애 친화적 공중목욕탕'을 만들면 그 덕은 누가 보게 될까? '장애인 중심의 교통수단과 제도'의 덕은 정작 누가 보게 될까?
조선시대 사료(史料)를 살펴보면 장애인은 문제의 대상이 아니었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우리사회에 장착된 자본주의는 경쟁과 속도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만들고, 뒤처지는 사람은 죄인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사회에서 장애인은 죄인이 된다. 문명 사회에서 최우선 되어야 할 정책과 사회제도의 기조는 비문명 사회에서는 다수를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할 소수를 볼모 삼아 퇴행한다. 다수는 배제되어 있는데 배제된 줄도 모르고 '다수 안의 소수'를 배제한다. 배제의 배제가 심화될수록 다수는 더욱 더 배제되어 간다.
"어설프게 다쳐 장애인이 되느니 차라리 한방에 가는 게 낫다" 예전 복지관의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던 오토바이를 즐겨 타던 청소년에게 들었던 얘기였다. 당시 이 말은 생명과 삶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요즘 아이들에 대한 심리적 단상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청소년들이 갖는 인식의 문제는 결국 당파성의 문제임을 깨닫게 되었다. ‘한방 인생’보다 못한 ‘장애인의 삶’, 어쩌면 사물과 대타자에 대한 인식은 극단적 상황에서 더욱 명확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의 설익은 인식 속에서 세상의 단면은 날 것 그대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출근길 직장인들에게 ‘그 날’은 비상사태일 수도 있었겠다. 그러나 비상사태가 상례인 사람에게 ‘그 날’은 일상의 한 단면일 뿐이다. 장애인의 삶이 별로 특별하지 않게 여겨지는 세상이 오게 되면, 어쩌면 세상의 평등과 정의는 일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존재가 부정되는 비유의 대상에서. 그 세상의 도래에 사회복지사가 그 일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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