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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만들어가는 주민조직화

주민이 만들어가는 주민조직화


김승수(똑똑도서관 관장)



주민조직화(Community Organizing)에 대한 정의는 매우 다양한데, 마을공동체 안에서의 주민조직화는 특정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지역사회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인력 혹은 자원(물적, 인적)을 연결, 확장해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즉 공동체의 의미에 대한 이해와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기반으로 주민 개개인의 관심을 높이고 직접적인 참여를 높여는 실천과정인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주민 스스로의 역량이 강화되며, 이런 개개인들의 연결과 참여가 지역사회를 포함한 전체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 궁극적으로 주민조직화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공익성보다 개인의 문제와 관심이 우리의 문제와 관심으로 확장되는 과정 속에서 작은 변화와 그 의미를 경험하게 된다. 

사회복지에서 말하고 있는 ‘주민조직화’에 대한 개념 또한 위와 같은 관점이기에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된다. 유창복(2014)의 글에서도 “주민들이 생활상의 필요와 욕구에 관해 함께 하소연하고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함께 궁리하고, 함께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이웃들의 협력적 생활관계망”이라 말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이해도 쉽고, 말하기에도 쉽다. 

그러나 전문적 교육을 받았거나, 오랜 시간 급여를 받고 일하는 상근 활동가가 아닌 생활권역에서 일상을 살고 있는 주민스스로 동네 주민들과의 주민조직화를 실천하기엔 말처럼 만만하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주민들의 꺼져있던 공동체에 대한 의식과 공감력을 자발적 참여와 실천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것 자체가 많은 공이 드는 일이다.  


사회복지사 또는 관련 전문가를 중심의 주민조직화가 아닌 자연스로운 관계를 이어가며 주민활동을 마음먹은 주민들 스스로의 자발적인 활동을 해나가도록 다음과 같은 이해가 선행되었으면 한다. 



지역사회의 욕구에서부터 시작 

공동체에서의 주민조직화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추상적인 공동체의 선이라기보다는 개개인의 이해와 이익과 관련되어 있는 내용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나와 관심 있는 이슈일 경우 사람들의 동질감은 높아질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의무적인 참여 또는 아주 작은 관심에 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입시를 앞둔 고3 부모의 경우 TV에서 연일 나오는 교육정책, 입시정책에 있어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으며, 이들의 관심은 행동으로 연결되기 쉽다. 즉 공동체 안 모두가 공감하지 않더라도 이슈에 따라 작은 관심에 따라 자연스러운 주민조직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작은 관심’이란 표현은 규모와 이슈가 작다는 말이 아니다.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관심과 실천이 가능한 정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해야 하는지는 알지만 깊게 공감되지 않는 제안은 지역의 이슈는 될 수 있지만 주민조직화로 이어지는데는 한계가 있다. 살고 있는 지역 안의 관심사와 이슈에 대해 민감해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말이 씨가 되도록

개개인의 관심사가 때론 비난과 비판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 허사이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동네 어른들의 잦은 안주꺼리가 아이들 교육, 놀이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서로의 고민과 관심사가 표출되기 시작하고,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서로의 격한 공감에 이야기는 더욱 풍부해지며 주제 또한 다양해진다. 공교육의 문제점, 사교육시장, 아이의 놀 권리, 교육정책, 심지어 아이들이 직접 겪어보지도 못한 취업, 결혼, 그러다 부모의 문제 그리고 부모님세대와 정치에 대한 논쟁까지. 

각자 입장에 대한 이야기는 중요한 이슈이고, 재미있는 안주거리는 되지만 그러한 많은 말들이 씨가 될 수 있는 대안에 대한 실천이 필요하다. 주민조직화에서 중요한 화두는 그렇게 다들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그럼 우리가 한번 해볼까?’라는 동기부여를 시킬 수 있는 구체적 이슈와 사람이 필요하다. 말이 씨가 되도록 일상의 작은 실천을 약속한 사람들의 모임이 조직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물론 혈서를 쓰며 대단한 각오를 할 필요는 없다.  



양보다는 질, 결과보다는 과정을

튼실한 주민조직화는 보통 소수정예로 시작하게 된다. 이 말은 소수에서 소수로 끝날 수도 있고, 소수에서 점점 더 확대되어 다수가 될 수도 있다. 튼실한 주민조직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규모의 수를 늘리기보다 모일 이유와 이슈가 명확하고, 이슈에 따른 활동이 구체적일 때 주변인들의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이슈와 활동이 부담이 덜하고 매력적일 때 관심 갖게 된다. 의무적인 동참이 아니라 참여하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안달이 나는 그런 모임. 

부담이 적다는 말은 참여를 적게 하고, 대충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슈와 활동에 대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 그리고 그에 따른 스스로의 책임을 다하므로 할 수 있는 만큼의 자율성과 그에 따른 책임은 동반하게 된다. 그러므로 진행되는 활동에 대해 구성원간 ‘쿵’하면 ‘짝’할 수 있는 정도의 공감력은 늘 유지하게 되며 이 바탕이 튼실한 주민조직화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또한 활동에 대한 결정 또한 목적과 수단이 전치되지 않도록 과정중심의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일을 하기 위한 과정 속에서 잦은 실패와 우여곡절을 경험할 수도 있으나, 그 과정 또한 (스스로 눈치 못 채겠지만)구성원의 역량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주민조직화를 조금 더 내실 있게 오래가려면 멀리 볼 필요가 있다. 



탄력적 주민조직화

많은 사람들은 지역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시간을 갖고 있지만 적재적소에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주민조직화는 참여 주민 누구나 스스로의 능력과 자질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으레’껏 했던 일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실천이 필요하다. 필요에 따라 모이게 되며 행동하는 방식 또 정해지고, 설정된 것이 없으므로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 가면 된다. 조직이 탄력적이란 말은 누구나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에서부터 출발하게 된다.  



기획은 주민스스로

자치(自治)란 말은 말 그대로 ‘스스로 다스린다.’는 말이다. 주민조직화의 중요한 화두는 조직하는 주체가 누구냐인데, 외부의 기관이나 전문가가 아닌 주민이 주체가 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주민조직화의 기획과 실행 이 행위의 주체 또한 주민이 될 수 밖에 없다.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 지나친 겸손을 할 필요 없다. 아주 작은 생일파티도 기획이 될 수 있으며, 본인의 결혼식, 친구들과의 여행 또한 우리가 경험한 기획이 될 수 있다. 작은 것의 무한한 반복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큰 일 또한 작은일 처럼 대응할 수 있다. 어떤 일을 행함에 있어 머릿속에 그려지는 상상과 도식이 기획의 시작이 된다. 

해결하고 싶은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고 논의하다보면 해야 할 일들에 대한 구체적 상이 마련될 것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주민스스로 할 수 있어야 내실 있는 주민조직화가 라 말할 수 있다. 주민이 주인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러한 긍정적 주인노릇의 경험이 지역사회의 관심과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민조직화는 멀리 봐야한다. 

일부의 사람들은 조직화를 동원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를 본 적 있다. 아주 큰 강당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플랜카드에 사진을 찍어놓으면 조직화가 된 줄 아나보다. 일회적인 이벤트로는 아주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행사에 참여한 사람은 이후 모임의 지속적 참여에 대한 불편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참여에 대한 의미도 중요하지만 구성원 스스로의 동기부여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유희가 아닌 재미를 느낀 사람은 지속적 참여를 하게 되며, 그 지속적 참여가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주민조직화는 지역의 이슈보다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먼저 봐야 한다. 



의식전환을 위한 최소한의 교육 

의식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간접적 방법 중 하나가 교육이다. 물론 일회적인 교육을 통해서 사람의 의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살아온 지역성, 남녀에 대한 인식의 차, 정치적 견해 등. 그러나 교육을 통해 생각해내는 다양한 질문 속에서 많은 혼란을 겪을 수도 있으며,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자체가 훌륭한 교육이 될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하게 하는 교육이 견고하게 쌓인 사람의 틈바구니 속에 자리하고 있다 어느 순간 의식을 변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의식없이 주민에게  ‘해야한다.’를 강조하며 동참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것구나’를 스스로 의식할 수 있게 교육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한 번의 긍정적 변화를 경험한 사람은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뀔 수도 있다.   



주민조직화는 곧 주민독립을 말한다.

청소년들의 성장을 지켜보면 많은 수가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원한다. 독립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독립을 의미한다. 즉, 부모의 도움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상태를 독립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의 해결해야 할 이슈에 따라 모인 사람들의 모임 또한 궁극적으로 주민독립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삶을 변화하기위한 스스로의 결정, 유사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연대, 그리고 실천까지. 누구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의 의식변화를 시작으로 다양한 실천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민조직화는 주민독립이라 말할 수 있다. 대신 독립은 자율이 주어지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에 대한 이해

공동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함께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방식이 지금에도 유효한 것은 아니란 말이다. 간혹 공동체에 참여와 관심 없는 이들에 대한 원망과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지금시대에 맞는 조직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개인주의에 대한 편견을 깰 필요가 있는데, 개인주의는 이기주의라 볼 수 없다. 먼저 이기주의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도덕적 태도를 이기주의라 한다. 남에 대한 배려, 남에 대란 고려가 없고 사회에 관한 책임이 없는 것 이것이 이기주의라 말할 수 있다. 반면 개인주의라는 것은 모든 것을 평가하는 기준에 나 자신을 놓는 태도, 나 자신이 도덕적 주체가 되는 태도를 개인주의라 한다. 개인은 오히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리와 사회 하나의 성원으로 살아가는 시민의 의무의 주체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므로 지역에 살고 있는 구성원들이 개인주의적인 삶을 살다 공동의 관심사와 이슈가 합의 될 때 자연스레 조직화에 참여가능 할 것이다. 즉, 함께 하지 않는 다수의 사람을 비판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목적을 다하면 해산할 수도 있다.  

간혹 주민조직화를 이뤄낸 사람들이 모임의 해산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목적을 다해 모일 구심점이 약해진다면 그 모임의 지속여부에 대해서도 흔쾌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유치원 아이들 부모들이 아이들의 놀이, 교육에 대한 관심이슈로 모였다가 아이들이 성장해가며 주제에 대한 관심이 확장될 수도 있고, 소멸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서로에 대한 관심사가 다했거나, 서로에 대한 배려와 노력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 않는 모습이 노출될 경우 모임에 대한 동력이 없음에 대한 인지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주민조직화의 해산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참고문헌]

유창복(2014), 도시에서 행복한 마을은 가능한가, 휴머니스트. 

한국주민운동교육원(2010), 주민운동의 힘, 조직화CO방법론, 플러스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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