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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약한 복지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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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물종에서 인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행동이 있는데 바로 ‘직립보행’이다. 직립보행은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게 했다. 문명은 곧 손에서 나왔으니 결국 직립보행이 문명을 만들었다고 말해도 과하지 않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있다. 직립보행의 대가는 척추를 아프게 한다는 사실이다. 골반과 척추가 중력을 거스르며 몸무게를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직립보행은 척추의 고된 노동으로 얻은 선물이다. 그래서 허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허리가 아프면 몸속의 내장을 포함하여 온몸이 아프고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건강 강좌도 아닌데 허리를 말하는 이유는 조직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몸에서 허리가 중요하듯이 조직에도 허리가 중요하다. 조직의 허리는 중간 관리자이다. 중간 관리자가 튼튼하면 조직 전체가 건강하고 힘을 발휘한다. 반대로 중간 관리자가 허술하면 힘을 발휘하기는커녕 아파서 누워 있어야 한다. 중간 관리자가 꼭 나이로 설명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연령과 비례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입사하고 다음 해에 중간관리자가 되기는 어렵다. 경험이 쌓여야 하고 그런 시간이 자연히 나이와 비례하게 되는 법이다.


조직의 중간 관리자, 연령으로 유추하면 30~40대가 결국 조직의 허리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인류 최고속의 저출산과 고령화로 허리가 줄어들었다. 과거에는 신입 직원부터 최고 관리자까지 피라미드 구조로 안정적이었다. 물론 인구 구성만이 아니라 관리에 유리한 수직적 조직 구조를 선호한 이유도 있다. 지금은 반대다. 신입직원과 경험이 적은 선임자 위에 바로 나이 많은 관리자가 있다. 허리가 없으니 바로 머리다. 사회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동일한 현상이지만 복지 조직은 더욱 심한 경향이 있다. 원인은 인사 제도와 예산 때문이다.


복지 기관은 온전한 인사권이 없다. 최고 관리자의 권한으로 조직 규모를 바꾸지 못한다. 조직 규모가 외부의 제도로 정해져 있다. 조직 규모만이 아니라 예산도 그렇다. 예산 규모는 더욱 심하면 심했지 절대로 덜하지 않다. 결국 외부에 의해서 예산과 조직 규모가 정해지다 보니 예산에 맞춰서 조직 인사관리를 실행한다. 급여가 낮고 경력이 적은 직원을 먼저 채용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사회의 다른 분야는 인재 영입에 조직의 사활을 건다고 하는 데 복지 조직은 반대다. 할 수만 있다면 인재 영입을 피한다. 인재 영입에 쓸 재원이 없거나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력 있는 직원의 빈자리를 신입 직원으로 채우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최근에 복지기관을 방문하면서 적잖게 놀랄 때가 있다. 직원들의 연령이 매우 젊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나이 먹은 이유도 있다. 젊은 직원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니다. 젊다고 열정이 넘치고 나이가 있다고 현명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직 측면에서 살피면 예상되는 문제가 있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다. 부장님이 아무리 친절해도 신입 직원에게는 아직 어려운 상사이다. 부장님보다는 과장님이, 과장님보다는 선임이 편한 법이다. 또한 부장님이 전할 말이 있고 선임이 전할 말이 다르다. 부장님이 공문 작성법을 가르칠 수는 없는 법이다. 꼭 내용이 아니어도 쓰는 언어가 다르고 좋아했던 음악이 다르고 경험과 환경이 다르다.


자연에만 다양성이 필요한 게 아니다. 조직의 다양성은 중요한 자원이다. 다양한 성격, 생각, 연령의 사람이 있어야 사회 변화와 지역의 다양한 사람에 대응한다. 그런데 지금은 연령의 연속성이 너무 심하게 단절되었다. 지역과의 소통은 너무 먼 이상이다. 왜냐면 기관 내 직원끼리의 소통도 어렵기 때문이다. 소통이 어려운데 미션과 비전 수립은 너무 공허한 일이다. 일을 설명하기도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과감하게 믿고 맡긴다.

관리자는 직원에게 일을 맡긴다. 직원은 정해진 업무분장과 관리자의 지시에 따라서 일한다. 조직이 돌아가는 기본적인 원리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서 수평적 조직이 되고 과업을 합의하여 정해도 위계 구조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친구 같은 상사가 있을 수는 있지만 친구만 있는 조직은 없다. 다만 사회의 빠른 속도에 맞춰서 수평적 조직이 많아졌다. 수평적 조직을 생각하면 청바지를 입고 자유롭게 출퇴근하면서 이름 대신 별칭을 부르는 조직을 생각한다. 그것은 겉모습이고 업무처리 방식에서 결재 단계가 적고 위임전결이 많은 기관이 수평적 조직이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관리자 입장에서 직원을 신뢰하고 주어진 과제를 실행할 역량이 검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작정 알아서 잘해보라고 맡길 수는 없다. 기관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성장하는 배움의 학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와 변화의 시점에는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과감하게 믿고 맡기는 방식이다. 물론 예상되는 부정적인 결과가 있다. 지금은 나쁜 결과 세 개보다 좋은 결과 한 개를 생각해야 한다. 성장해서 독립하는 게 아니라 독립해야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같은 논리로 조직도 일을 잘해야 맡기는 게 아니라 일을 맡기면 잘하게 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가 임파워먼트를 설명한 논리다. 권한을 주고 지원해 줄 때 직원은 성장한다는 뜻이다. 오랜 시간 가르칠 여유가 없고 그럴 조직 구조도 아니라면 먼저 과감히 믿고 맡겨보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더라도 말이다. 찍힐 각오로 쇠를 두른 발 한족을 내놓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

모든 것을 잘해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뭘 할지를 모르니 우선은 다 잘해서 선택의 폭을 넓혔던 시절이다. 지금은 그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어느 정도 잘해서 선택하려고 하면 이미 그 분야에 오랜 시간을 투자한 전문가들이 즐비하다. 그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비교 우위가 있는 잘하는 것 하나를 선택해서 시간을 투자하는 게 더욱더 효과적이다.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은 선택과 집중의 시대다. 선택해야 집중하고 집중해야 목표한 성과를 얻는다. 사실 선택하고 집중해도 성과를 얻을지 장담하지 못하는 데 선택과 집중마저 없다면 결과는 처참하다. 직원이 주민을 잘 만나는 관계력, 일의 경과를 잘 기록하는 문서력, 생각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표현력, 일의 핵심을 전하는 보고력을 모두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런 직원 없다. 사실 그런 직원을 원하는 관리자도 이런 역량을 모두 가졌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모두를 잘하게 만들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소비된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 

신입 직원 글쓰기 교육을 맡으면서 갈수록 어려움을 느낀다. 이유는 교육 투입 대비 성과가 생각만큼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mz세대는 글보다는 말과 영상의 시대여서 그렇다. 우리 윗세대는 엽서에 글을 써서 라디오에 사연을 보냈다. 연애편지를 쓰고 심지어 국군장병에게 위로 편지라도 썼다. 지금은 편지가 사라졌다. SNS가 편지를 대신하지만, 호흡이 짧다. 공적 글쓰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 글쓰기다. 그런데 영상에는 강하다.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방식에 익숙하다. 코로나19 시기에 비대면 프로그램에 젊은 세대가 강점을 보인 이유다. 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안 되는 것에 시간 쓰지 말고 그래도 될 것을 찾아 집중하자. 안 되는 아홉 개로 답답해하지 말고 되는 한 개에 승부를 걸자.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한다.



중간관리자를 기른다.

중간 관리자는 조직의 허리다. 허리에 척추가 없다면 심어야 하고 약하다면 운동으로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기관마다 상황이 너무 다르다. A 기관은 마지막으로 입사한 직원이 7년 차고, B 기관은 7년 차가 팀장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팀장이 아니어도 5년 차 이상은 중간관리자로 성장시켜야 한다. 월급과 직위는 팀장이 아니어도 중간 관리자 대우를 해줘야 한다. 마음으로만은 부족하다. 그에 맞는 업무분장과 권한을 줘야 한다. 그런 역할을 해 낼 수 있도록 격려하고 슈퍼비전을 줘야 한다. 내부 슈퍼비전과 동기부여가 부족하다면 외부에서 찾아 지원해야 한다. 어쩔 수 없다고 7년차를 막내 취급한다면 조직의 손해다. 막내 역할을 7년한 직원도 발전이 없으니 만족이 없고 이직을 고민하는 게 당연하다.



과감하게 믿고 맡기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중간관리자를 기르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꼭 이래야 지금처럼 허리가 빈약한 조직 구조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꼭 위의 방법이 아니라도 기관마다 지금의 조직 구조를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문제는 분명하니 뭐라도 시도하면 좋겠다. 기관을 방문할 때마다 젊은 직원과의 소통이 어렵다고 말하는 관리자와 개인의 발전이 없고 동기를 유발하는 슈퍼비전이 없다는 직원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런데 외부에 있는 사람으로 안타깝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답답한 마음을 글로 대신하게 된 이유다. 직원과 관리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선순위를 정하자면 관리자가 먼저 움직여 줘야 한다. 물론 관리자에게도 관리자만의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직원이 아니고 관리자인 것을 어찌하겠는가? 이 또한 리더의 숙명이 아니겠는가? 100세 시대에는 100년 허리가 필요하듯이 조직의 지속에도 허리가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허리 운동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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