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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나는 요즘 것들의 공동체Ⅱ

  • 복지인문학
  • 이두진
  • 공동체

차이나는 요즘 것들의 공동체

 

새마을운동은 주민을 동원했고,찾동은 주민에게 돈을줬다.’그런데 최근 공동체에 대한새로운 생태계가 생겨나고 있다.한 마디로, ‘요즘 것들은 돈을 내며 공동체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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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것들의 공동체

 

앞서 언급한 4번의 변동과정에서 발전해온 공동체에 대한 논의들은 기본적으로 목표, 자원, 의식에 대한 동질성의 형성을 전제했다. 그러나 동질성에 기반한 공동체 사유는 기본적으로 차별을 만들 수밖에 없다. 공동체의 결사성이 강조될수록 개인은 소멸한다. 사회복지학에서는 다양성의 존중과 차이의 인정을 강조한다. 개별화는 그러한 가치의 적극적 이론화이다.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고 차별과 배제는 안 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동체 회복 활동은, 특히 공동체 사업은 동질성을 중심으로 기획되는 경향이 강했고, 단계와 절차에 있어 획일성을 강요받았다.

 

행정이 주도했던 공동체 사업을 거칠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새마을운동은 주민을 동원했고, ‘찾동은 주민에게 돈을 줬다.’ 그런데 최근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생태계가 생겨나고 있다. 한 마디로, ‘요즘 것들은 돈을 내며 공동체를 찾는다.’ 이러한 관계망은 순전히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딱 한 번만 만나거나, 온라인에서만 만나기도 한다. 익명으로 소통하고 모임의 주제, 성격, 내용도 매우 다양하다. 소위, 요즘 것들의 사람 만나는 방식이다. 이들에게 기존의 긴밀한 공동체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 느슨하고 유연하다. 또한 차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출처 : https://naamezip.com/(남의집)


 

분명한 건 이러한 모임이 시나브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러한 사람들을 위한 상업적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런 모임에서는 기존 정책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젊은 세대가 모여든다. 한 마디로 이러한 소모임의 특징을 정리하긴 어렵지만, 이들 모임이 갖는 특징은 지리적 범위 탈피와 느슨하고 유연한 관계이다.

기존 행정이 접근성 높은 공동체 공간을 확보해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과 달리 이들은 로컬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모인다. 지근거리가 아니더라도, 심지어 도시와 도시를 넘나들며 만난다.

또한 매체의 발달은 이러한 모임의 공간성을 파괴했다. 오픈 채팅방,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의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익명성을 갖고 대화를 나눈다. 이들의 만남은 정기적이지 않다. 필요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모임을 하면서 정기성과 지속성을 갖는 경우도 생겨나지만, 처음부터 그러한 모임을 전제로 시작하지는 않는다.

모임의 즉시성과 유연함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멤버십이라는 전통적 공동체의 상을 탈피시켰다. 맛집 세트 메뉴를 같이 먹는 모임, 반려견 산책 모임, 여행 이야기를 나눔모임, 요가모임 등등 소소한 일상에서 친구나 이웃들과 함께했던 활동들이 이러한 모임에서 가볍게 이루어진다. 뭔가를 같이 하는데 있어 형식과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최자와 참여자가 서로 가볍게 만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정기적인 출석이 요구되는 모임으로 전환되어도 규칙의 제정으로 주최자와 참여자의 부담을 줄인다. 사람들이 관계 맺는 수준은 매우 다양하다.

모임을 주최하는 사람도, 참여하는 사람도 서로 부담 없이 가볍게 제안하고 받아들인다. 지속적이고 엄격한 출석이 요구되는 모임에서도 리더가 이를 유지하기 위해 희생적으로 고군분투하지 않는다. 불참자는 사전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참여를 일부 제한하거나, 새로운 사람으로 대체할 수 있다.

 

 

행정은 공동체 생태계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실,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행정은 막대한 예산과 인력,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다. 참여했던 수많은 사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정은 다소 미지근했고 결과는 지속가능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소모임이 자발적으로 생기고 심지어 돈을 지불하면서 참여한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그렇다고 기존 행정의 공동체 정책이 실효성이 없다거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행정은 여전히 주민을 지역 주체로 세워 정책과 연결해 가야 한다. 주민 개인의 관심사가 이웃 관계로 이어져 지역사회로 확장되어야 한다. 행정의 공동체 정책은 주민 한 명의 문제가 곧 지역사회의 문제라는 인식으로 연결·확장성을 가져야 한다.

공동체 생태계의 변화는 행정이 지역 기반의 마을 공동체 정책과 더불어 새로운 형식의 소모임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를 제시한다. 이는 새로운 생태계에 정책으로 개입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여러 토양에서 생겨나는 공동체의 씨앗과 활동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그들의 에너지를 지역사회와 연결하는 것이다. 생태계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과 관련 정책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로 충분하다. 당장 행정의 필요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공적 활동과 접점을 계속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동체에 대한 행정의 역할 


기존의 지역기반 마을공동체 형성을 촉진하는 것도 여전히 필요하다. 정주의식을 갖추기도 전에 빈번히 주거지를 옮겨야 하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할 때, 고정된 관계망이 아닌 열린 관계망으로, 형식과 내용이 지역의 토양과 특성에 따라 운영될 수 있도록 사람들의 필요와 욕구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정의 역할은 연결의 문화가 곧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촉진하는 것이다. 요즘 것들은 공동체의 형식과 내용을 일상 세계에서 스스로 만들어간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은 어쩌면 너무 당연하게 들릴 수도 있다.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차이를 인정하고,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공동체 회복을 위한 활동은 동질성을 중심으로 기획되는 경향이 강하며, 전통 공동체를 상정하고 기획되는 경우가 많았다. 공동체를 사유할 때 최근의 공동체 생태계 변화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도 접근할 필요에 대한 시그널을 준다.

이제까지의 공동체가 동질성의 요소(공동의 목표, 자원, 의식)를 지키고 강화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우리와 차이 나는 요소와 우리가 결합하여 만들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시기가 온 건 아닐까.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 제도 정책과 결합한 광범위한 변화의 시도였을까? 아니면 우리 사회를 공동체적 사회로 만들기 위해, 즉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전제된, 각자의 시작과 연결이었을까. 요즘 것들의 공동체에서 정답은 아니더라도 새로운 방향에 대한 모색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참고문헌]

요즘 것들의 공동체(희망제작소, 2022.04)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성과평가와 정책과제(서울연구원, 2017)

현대 시대에서의 공동체란 무엇일까(https://hochiriranalysis.tistory.com/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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