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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에서 아이 함께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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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에서 아이 함께 키우기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마을전체가 필요하다.」


김승수(똑똑도서관)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It takes a whole village to raise a child).'는 나이지리아 속담이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이미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고, 그 말의 의미 또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됩니다. 어른으로 그리고 아이의 부모로 성장하면서 공동체 안에서 겪어온 모든 직·간접적 경험들이 몸으로 체화되었기에 더 빠른 이해가 가능할 것입니다. 과거 우리가 살았던 공동체에선 비공식적 관계만으로도 서로 돌봄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큰 문제꺼리가 아니었습니다. 특별히 신경 쓸 것도 없이 서로 챙겨주고, 서로 돌봐주는 것이 가능한 사회였기 때문에. 

지금 시대에 육아를 하면서 나이지리아의 속담이 더욱더 간절한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와 같은 마을과 공동체의 개념이 모호하고, 비공식적 관계로 함께 아이를 키워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와 기대가 과거보다 약해졌기 때문이다. 어디 아이뿐일까요? 아이뿐 아니라 노인, 장애인을 포함한 돌봄의 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과거와 같이 비공식적이고 인간적인 돌봄, 가정에서의 돌봄만으로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한 상태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도적 차원에서의 노력만으로도 돌봄의 문제는 온전히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제도적 노력과 더불어 가정에서 부모를 비롯해 지역사회에서 아이를 둘러싼 모두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온전하게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과거보다 더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뻔해 보이는 답처럼 보이지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의 ‘잘 큼’, 부모와 사회의 ‘잘 키움’ 

한 아이가 온전하게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집에서부터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사회구성원들이 서로 약속하지 않았지만 부모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이 사회화의 과정에 동참하게 됩니다. 인사하기, 주위사람 돕기, 지하철에서 자리 비켜주기, 쓰레기 줍기 등. 


사회화란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사회생활에 필요한 가치, 기술, 지식, 규범 들을 학습하는 것을 말합니다. 인간은 사회화를 통해 인간다운 품성과 자질을 획득해 나가며 사회적 존재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즉, 사회화를 통해 개인은 사회에 적응할 수 있으며 동시에 사회를 존속시킬 수 있게 됩니다. 사회화는 특정 시기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유아기나 아동기, 청소년기 등에 특히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사회화는 평생에 걸쳐서 이루어집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잘 크기 위해선 부모의 적극적 참여와 노력이 필수적 입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성장할 때까지 사회화를 시키기 위해선 부모의 절대시간이 필요한데, 정서적 교감 뿐 아니라 인간적 품성과 자질을 훈련시킬 수 있는 자연스러운 학습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차적으로 아이들은 부모의 일상적 행동을 관찰, 모방 그리고 학습하며 자신의 인지와 행동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인성이 부족해 보이는 아이를 볼 때 아이를 욕하거나, 아이를 의심하기 전 부모의 행동, 그리고 아이를 둘러싼 환경을 먼저 살펴봐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부모와 학교, 사회구성원의 꾸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되고 있고, 이로 인해 새롭게 등장한 지식과 가치 등을 학습하는 것은 변화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회 변화에 맞추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규범과 가치, 지식 등을 내면화하는 것을 재사회화라고 합니다. 결국 아이의 사회화와 동시에 부모와 사회구성원 또한 새로운 규범과 가치, 지식을 내면화하기 위한 학습, 아이를 잘 키워내기 위한 학습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교육을 통해 육아, 돌봄과 관련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뿐 아니라 알고 있지 못한, 꼭 알아야 할 것들까지 폭 넓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아이교육에 있어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관점과 실천을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꼰대의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변화 대한 수용적 태도의 차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정 안에서의 좋은 돌봄과 나쁜 돌봄

맞벌이, 저소득층, 한 부모 가정 등 사회적 돌봄이 꼭 필요한 가족이 있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도울 수 있는 가족과 친척, 이웃이 없을 경우에는 이 또한 어떤 이에게는 꼭 필요한 돌봄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 돌봄의 경우 부모와 가족이 해야 할 모든 것을 학교 또는 지역사회에서 해 줄 수는 없습니다. 공적인 외부의 돌봄과 더불어 사적인 가정 내의 돌봄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공적인 돌봄, 사회적 돌봄은 부모가 해결하지 못한 모든 문제를 모두 감당해주기는 어렵습니다. 부모가 해야 할 돌봄까지 사회가 책임 질 경우 부모의 사회적 의존이 심화되기도 합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한 좋은 돌봄과 나쁜 돌봄을 구분해야 합니다. 나쁜 돌봄은 '돌봄을 받는 가족이 공적 돌봄에 점점 의지, 의존하게 되는 돌봄'을 말합니다. 그에 비해 좋은 돌봄은 '돌봄을 받는 가족이 스스로 돌봄의 주체가 되도록 도와주는 돌봄'을 말합니다. 즉, 좋은 돌봄은 궁극적으로 가족의 돌봄을 강화시키지만 나쁜 돌봄은 가족의 돌봄을 약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서비스의 시혜자가 아닌 서비스를 통한 주체자가 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실천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공공의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돌봄은 일회성 프로그램이 되면 안 됩니다. 한 번의 교육과 체험으로 끝나는 일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당연히 아이의 돌봄과 사회화 과정에 부모와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의 꾸준한 관심과 능동적 참여를 연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족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족한 부분을 돕기도 하고, 가족 간, 가족과 지역사회가 일상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상호 호혜적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부모와 학교, 지역사회의 자발적 참여와 실천을 통해 지금시대에 적합한 좋은 돌봄의 문화가 생겨날 것입니다. 


“상추를 심는데 잘 자라지 않는다면 상추를 탓하지 마세요. 비료가 부족할 수도 있고, 물이 더 필요하거나 햇빛을 줄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결코 상추를 비난하지 마세요.”  라고 말한 틱낫한 스님의 말씀을 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의 건강한 성장과 사회화 과정에서 부모만이 아닌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짐을 나누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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