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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런 ‘사례관리’ 개념 명확한 정리 : 끝까지 당신 일이게 거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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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강의와 공부 모임, 사회사업 글쓰기와 이를 엮는 일이 삶이요 일이고 재미입니다.

사회사업 현장 10년 근무 뒤 이렇게 14년을 보냈습니다. 그 사이 아주 많은 사회사업가와 공부했습니다.


‘사례관리 업무’ 하지 않는 기관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많은 사례관리 담당 사회사업가 가운데 ‘사례관리’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는 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모든 일의 시작은 정명(正名, Definition)인데,

자기 일을 말로 할 수 없다면 지금 하는 일이 사례관리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개념이 없다면 그 일을 잘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지금도 사례관리 실천 현장에는 여전히 이런 혼란이 있습니다.

‘사례관리’를 지도하는 교수님들조차 여전히 각자 주장이 다르고 개념이 상이합니다.

정명에는 본디 그러한 게 없고, 이름 붙이기 나름입니다.

많은 이가 사용하는 개념을 가져와 쓸 수도 있습니다.

교수님들의 주장이 각기 다르고 이해도 어렵다면, 자기 현장에 알맞게 만들어 사용하면 됩니다.


중요한 건, 개념을 정리하지 않고는 사회사업 현장에서는 한 발도 시작할 수 없다는 겁니다.

자기 현장에 알맞은 사례관리 개념을 교수나 연구자가 대신 해줄 리 없고,

그렇게 해준다 하여도 이는 사회사업가로서 자존심이 상합니다.

그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이는 그 사회사업가입니다.

그는 당사자와 마주 앉아 함께 이뤄가야 할 사람입니다.


@구슬꿰는실


 

사례관리자와 사례관리 업무 지원자사례관리와 사례관리 지원 업무

‘사례관리case management’에서 ‘사례case’는 ‘당사자의 어떤 일’을 뜻합니다.

‘관리management’는 그 일을 관리한다, 다룬다, 해결한다는 뜻입니다.

‘사례관리’는 당사자가 마주한 어떤 일을 관리하며 해결해 나아간다는 뜻입니다.


① 사례관리는 당사자의 일당사자가 사례관리자

여느 사람은 문제나 어려움을 만나면 스스로 이를 관리하며 해결합니다.

자기 ‘사례(욕구)’를 직접 ‘관리’하며 이루어 갑니다. 그렇다면 ‘사례관리’는 ‘당사자의 일’입니다.

따라서 사례관리를 이루어 가는 이를 ‘사례관리자’라 하고, 이는 ‘당사자’입니다.

사례관리의 주체는 당사자입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입니다.

복지관의 사례관리 업무는 당사자가 자기 인생을 살아가게 거드는 일입니다.

당신의 ‘그 일(사례)’을 당신이 주체가 되어 ‘관리’해 나아가게 돕는 일입니다.

사례를 관리하는 일은 마땅히 당사자가 합니다. 내 삶이기에 내가 내 일의 관리자가 됩니다.

그렇기에 ‘사례관리자’는 바로 ‘당사자’이고, ‘사례관리’는 ‘당사자의 일’입니다.


② 사례관리 업무는 사회사업가의 일사회사업가는 사례관리 업무 지원자

때때로 어떤 일은 혼자 감당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은 스스로 이뤄가기 어려워 상당 기간 도움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이것저것 살펴보고 두루 만나야 할 사람이 많은 일을

사회사업가가 당사자에게 부탁·위임 받아 당사자의 그때 그 일을 한시적으로 거듭니다.

그때 그 일에 한하여 당사자가 여러 자원을 활용하여 욕구를 해결해가게 거들고 지원하는 일이 ‘사례관리 업무’입니다.

이때 사회사업가는 당사자에게 어떤 자원이 있고 이를 어떻게, 어떤 순서로 활용하면 좋을지 거들어 주는 ‘사례관리 업무 지원자’가 됩니다.

‘사례관리 업무 지원자’는 ‘당사자(사례관리자)’를 도와 자기 삶에서 마주한 어려움을 스스로 이런저런 자원을 찾아 풀어가고

부족한 만큼 둘레 사람의 도움으로 해결해 가게 거들며 지원하는 업무를 맡은 사회사업가입니다.



사례관리 업무 지원자는 매니저

사례관리 업무 지원자case manager는 ‘매니저’입니다. 유명인의 ‘매니저manager’는 주인공인 그 사람이 무대에 오를 수 있게 일정을 관리합니다.

사례관리 업무 지원자도 당사자가 살아있는 한 끝까지 자기 삶이란 무대의 주인공이게 세워주는 사람입니다.

매니저는 결코 스타의 무대에 대신 오를 수 없습니다. 주제넘은 일입니다. 사례관리 업무는 결코 ‘사람관리’가 아닙니다.

복지관 사례관리 업무는 상담기법이 아닙니다. 당사자가 사례를 관리하고 지역사회가 부족한 만큼 도와가며 더불어 살게 돕는 일입니다. 사회사업입니다.

복지관 사례관리 업무는 그 현장이 상담실이 아닙니다. 복지관 사례관리 업무는 당사자의 삶터와 지역사회에서 이뤄집니다.



사례관리 업무 맥락

사례관리 업무는 복지 당사자와 복지 자원 사이에서, 복지 당사자가 여러 복지 자원으로 욕구를 해결해가게 돕는 일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복지 당사자’가 욕구를 ‘해결해가게’ 돕는 일이지, 욕구를 ‘해결해주는’ 일이 아닙니다.

사례관리 업무는 당사자가 끝까지 자기 삶을 선택하고 통제하게 돕는 실천입니다.


어느 동네 맛집을 찾아가고 싶을 때, 그곳이 어디인지 아는 방법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거나, 맛집 정보를 모은 책을 봅니다. 그 동네 맛집을 잘 아는 사람에게 묻습니다.

그 동네 음식점을 전부 찾아가 먹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상황을 사례관리 맥락으로 이야기한다면

“나에게 맛집 가고 싶은 ‘욕구’가 있었는데, 이를 인터넷 검색이란 ‘자원’으로 해결했다.” 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이 상황에서 당황하기도 하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기도 합니다.

이때 스마트폰을 찾아보거나 지도를 먼저 꺼내보라며 옆에서 거드는 이가 ‘사례관리 업무 지원자(사회사업가)’이고, 그런 일이 ‘사례관리 업무’입니다.


‘사례관리 업무’는 당사자의 욕구를 적절한 복지 자원을 활용하여 해결해가게 돕는 일입니다.

그렇게 지원함으로써 당사자가 스스로 자기 일을 ‘사례관리’ 할 수 있게 거드는 일입니다.

이렇게 거들고 나면 이제 이번 식당도 잘 찾아가지만,

다음에 다른 식당이나 다른 일도 무엇을 어떻게 어떤 순서로 해야 할지 알게 됩니다. 자주하는 삶이 됩니다.


사례관리 업무는 ‘당사자 욕구’, 그리고 ‘복지 자원’, 이 두 가지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배가 고파서 가까운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이를 사례관리 맥락으로 설명하면, ‘배가 고픈 욕구를 식당이라는 자원으로 해결했다.’ 이런 식으로 말합니다.

이렇게 사례관리 업무는 당사자와 복지 자원 사이에서, 당사자가 이런저런 복지 자원으로써 욕구를 해결해 가게 돕는, 혹은 주선하는 중개서비스입니다.



끝까지 자기 삶이게 하는 일

욕구를 자원으로 돕는다는 지극히 상식적으로 보이는 이런 일을 왜 사례관리 업무로 도와야 할까요?

당사자의 한 가지 욕구라도 이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이것저것 살펴보고 두루 만나야 할 사람이 많은 때가 있습니다.

즉, 당사자의 욕구를 해결하려면 활용해야 하는 ‘복지 자원’이 많을 때, 이런 자원의 활용을 안내하고,

당사자가 이를 적절히 찾아 활용하게 돕는 일이 (복지관의) ‘사례관리 업무’입니다. ‘당사자가 여러 복지 자원을 관리하게’ 거드는 일입니다.


만약 운전 중 접촉사고가 났다고 합시다.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앞차 운전자 상태를 확인한다, 보험회사에 전화 한다…. 정말 사고가 나면 이런 순서가 생각나지 않을 겁니다. 당황해서 머리가 하얗게 될지 모릅니다.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이 복잡한 위기 상황을 스스로 관리해 나가기 쉽지 않습니다.

그때 어떤 광고 영상처럼 쫄쫄이를 입은 사람이 등장해 지금 어떻게 하라고 차근차근 귀에다 말해준다면 수월하게 수습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현장에서 만나는 분들의 상황도 이와 비슷합니다.

어떤 문제를 만났는데,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릅니다. 심지어 그런 일을 예전에 경험해 보았고,

또 잘 이겨냈음에도 이를 떠올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이겨낼 힘이 있음에도 적절히 그런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때 그에게도 누군가 차근차근 상황을 설명하고, 어떻게 어떤 순서로 알아보고 살펴보면 좋을지 안내하고,

그 일에 관한 그 사람의 강점을 알아주고 세워주고 응원해 주면 좋겠습니다.

자기 삶을 지혜롭게 관리하여 나아가기를 바라며 함께합니다.



사례관리 사회사업

사회사업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일’입니다.

사례관리 업무는 당사자를 개인이나 가구 단위로 개별화하는 ‘개별성’, 상당 기간 함께하는 ‘지속성’,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여러 자원을 활용하는 ‘다양성’, 이렇게 세 가지 속성으로 이뤄집니다.

사회사업 하는 사회사업가가 사례관리 업무를 맡는다면,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사례관리를 이루고, 이 일로써 더불어 살게 돕습니다.

사회사업가가 일하는 복지관에서 이루는 사례관리는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일’이란 사회사업 개념과

‘개별성, 지속성, 다양성’이란 사례관리 세 가지 속성을 더하여 정의합니다.


“사례관리 업무는 당사자를 (개인이나 가구 단위로) 개별화하여 상당 기간 함께하면서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여러 자원을 활용하여 욕구(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일입니다.”


이 개념을 외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례관리 업무가 무엇이냐고 묻는 당사자에게도 이를 바탕으로 쉽게 설명합니다.

책마다 사람마다 사례관리 업무 개념이 다릅니다. 합의한 정의와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면 나름대로 선택하여 정리하고 적용합니다.

자기 실천에는 개념과 행위가 맞아 떨어지는 일관성이 중요합니다.

학문하여 사람을 바르게 돕는 사회사업가라면 자기 실천의 이유를, 왜 그렇게 도왔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심청이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저자 故 신영복 선생님이 감옥에서 생활하던 70·80년대

교도소 수감자들은 어떤 담배를 ‘심청이’라고 불렀답니다. 교도소에 담배가 귀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교도관이 일하는 사무실 청소를 맡은 수감자들이 교도관이 태우고 남은 담배를 몰래 가져와 피웠습니다.

이를 안 교도관들이 재떨이에 물을 부어 피고 버린 담배를 가져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수감자들은 물 고인 재떨이에는 빠졌지만 다행히 풀어지지 않은 담배를 몰래 가져와 이를 말린 뒤 피거나 팔았습니다.

물에 빠진 담배를 건져 올렸으니 이를 ‘심청이’라고 부른 거지요.


어느 자리에서 신영복 선생님에게 이 이야기를 직접 들었습니다.

‘심청이’ 하면 무엇이 떠오르느냐는 질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을 들었습니다.

사람마다 경험과 생각이 다양하니 같은 단어를 들어도 각자 다르게 생각합니다.

우리 현장에서도 ‘사례관리 업무’를 말할 때 한 기관 같은 팀 동료들도 서로 달리 이해하고, 각자 풀이한 대로 실천합니다.

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사례관리 업무 시작에 앞서 뜻을 다듬어 정의합니다. 동료와 합의합니다. 외워 말할 수 있게 합니다.





사례관리를 사람 관리로 오해하면

‘사례관리’에서 ‘사례’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당연히 ‘관리’ 는 사람을 관리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당사자를 지원하는 과정이나 처한 상황 따위를 말합니다. 사람을 뜻하지 않습니다.

‘관리management’는 당사자가 여러 자원을 활용하는 것을 안내하고 조정하는 일을 말합니다. 지휘하고 통제하고 감독한다는 뜻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사례’는 어떤 복지를 이루려고 자원을 찾아 활용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풀어가야 하는 ‘그 일’을 뜻합니다. ‘관리’는 당사자의 여러 자원 활용을 거든다는 말입니다.

한 가지 욕구라도 이를 해결하려면 찾아 활용해야 하는 자원이 많은 일이 있습니다.

이때 당사자를 거들어 그가 여러 자원을 찾아 활용하여 욕구를 이뤄가게, 문제를 해결하게 돕습니다.


그런데 이를 ‘사람 관리’로 해석하면,


① 당사자가 불쾌해할지 모릅니다.

어떤 일을 도와달라고 사회사업가에게 부탁했는데, 사회사업가는 그를 전인격적 약자로 보고 그의 인생을 관리하려고 하니 불쾌합니다.

단지 이일을 조금 거들어달라고 한 것뿐인데, 내 인생을 맡겨야 합니다.


② 당사자가 모든 걸 의존하려 할지 모릅니다.

이런 어려움을 도와달라고 사회사업가에게 부탁했는데, 사회사업가는 그의 부탁을 넘어서서 모든 걸 대신해주겠다고 합니다. 그의 인생을 관리해주겠다고 합니다.

‘사람 관리’로 해석하여 도우면 당사자의 자존심과 염치가 사라집니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사람 마음입니다.

이것도 도와주고 저것도 도와주고, 말하지 않은 일도 대신 다 해주니 당사자는 아예 모든 걸 사회사업가에게 맡겨버리려 합니다.

‘사람 관리’로 해석하여 도우면 사회사업가의 부담이 날로 늘어납니다.

다 해주겠다고 했으니 이제 욕망으로 변해버린 당사자의 욕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사회사업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주저앉고 말 겁니다.




참고문헌

<복지관 사례관리 공부노트> (구슬꿰는실, 2021)

<복지요결> (한덕연,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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