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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고립의 실천적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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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현장에서 새로운 실천을 시작하면 이해에 힘을 쏟는다. 정의가 무엇인지 탐구하고 ‘내재화’라는 평소에 쓰지 않는 단어까지 사용하면서 집중한다.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는 태도는 칭찬받을 일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아직 정의가 무엇인지 모르는데 사업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의 생각과 이해 정도에 상관 없이 사업을 맡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의를 묻는 것은 아직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항변이기도 하다. 아니 억지로라도 해야 한다면 최소한의 동기부여라도 하겠다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마을지향 복지관, 지역밀착 복지관, 사회적고립 지원 사업이 시작되면 질문이 쇄도한다. 마을지향이란 무엇인가? 지역밀착은 무엇인가? 사회적 고립의 정의는 무엇인가? 답을 찾기 위한 비슷한 취지의 교육, 팀학습, 자문이 이어진다. 그래도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한다. 정답은 없고 현장의 실천이 답이라는 모호한 답만 쌓인다. 정의가 없는 건 아니다. 정책 자료와 전문가의 논문, 칼럼에 글자로 정리된 정의가 있다. 읽을 때는 이해가 되는데 사업에 적용하려니 뭔가 추상적인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정보량이 적고 변화 속도가 느리던 시대에는 충분한 시간 동안 정의를 고민하고 그렇게 내려진 정의를 적용해도 문제가 없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정의를 내리는 시간 동안 상수로 생각했던 요소와 환경이 변수가 된다. IT 계열에서는 한 주에도 생각을 바꿀만한 중요한 논문이 몇 편이 쏟아진다고 한다. 사회복지 현장은 IT 계열만큼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변화에 직면했다. 방법을 바꿔서 다른 시도를 해봐야 한다. 정의를 내리고 매뉴얼에 따라서 실천하는 방식에서 실천하며 정의를 내리고 계속 보완하는 방식이다. 정책 자료와 논문보다는 실천에서 정의를 찾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실천에서 찾은 정의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실천에서 찾은 정의를 정책 자료와 이론으로 보완하여 더 실천적이고 풍성한 정의로 만드는 방식이다.


사회적 고립이 이슈다. 1인 가구의 증가, 가족의 해체, 고립을 만드는 사회구조, 개인화 등 다양한 요소의 집합체가 사회적 고립이다. 다양한 방식과 사업명으로 사회적 고립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면 당연히 사회적 고립은 무엇인가에 대한 탐색이 뒤따른다. 기존의 이론적 정의는 넘치니 반대로 현장의 실천에서 찾은 정의를 소개한다. 물론 정답은 아니다. 실천적 정의를 찾는 과정을 공유하고 정의가 진화하는 과정을 나누기 위함이다. 사회복지관에 근무하는 중간 관리자의 스터디 모임에서 ‘사회적 고립’을 올해의 주제로 잡았다. 전체 구성은 사회적 고립의 정의, 찾는 방법과 사례, 대응방법과 사례 등으로 잡았는데 처음이 난관이었다. 모임이 선택한 방법은 현장의 경험에서 정의를 찾는 것이었다.



[사회적고립 실천적 정의 수립 과정]


1단계, 사회적 고립을 경험적으로 정의한다. 

2단계, 경험적 정의의 의미를 나눈다.

3단계, 숙의의 시간을 가진다

4단계, 경험적 정의의 공통점을 찾는다.

5단계, 공통된 경험적 정의를 쉬운 말로 바꾼다.

6단계, 우선순위를 고려한 10가지의 정의를 정한다.

7단계, 합의한 10가지 실천정의를 실천사례로 구체화한다. 

8단계, 사회적 고립의 실천적 정의를 확정한다.

9단계, 확정된 실천적 정의를 공유하고 현장의 검증을 받는다.

10단계, 검증을 완료한 실천적 정의를 활용한 실천사례를 모은다.


현재는 6단계로 실천적 정의를 완성하고 실천사례로 구체화하는 단계에 있다. 현재까지 진행된 사회적고립의 실천적 정의는 ‘아는 척을 못 한다’로 시작해서 ‘최소한의 가사활동을 하지 않는다’의 10가지이다. 



[사회적고립 실천적 정의(1차안)]


  1. 아는 척을 못 한다.

    1. 눈을 못 마주친다

    2. 인사를 못 나눈다

    3.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다

  2. 늘 언제나 만사가 귀찮다.

    1. 움직임이 매우 적다

    2. 참석하는 모임이 없다

    3. 취미활동이 없다

    4. 좋은 게 별로 없다

  3.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하다.

    1. 옆집 사람이 말 거는 게 불편하다

    2. 상처받을까 두렵다

    3. 이야깃거리가 되는 게 싫다

  4. 지금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아픈 기억이 있다.

    1. 사별, 사기, 배신의 기억

    2. 따돌림, 퇴직, 이혼의 기억

    3. 가정사, 사회생활의 기억

  5. 생활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다.

    1.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다

    2. 자신에 대한 기대, 희망이 없다

  6.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

    1. 뉴스, 드라마, 예능, TV

    2. 경조사, 건강 이야기

    3. 반려견 이야기

    4. 생활정보, 동네소식 등

  7. 외모를 돌보지 않는다.

    1. 외모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2. 외모, 옷 등에 매우 소홀하다

  8. 표정이 없다.

    1. 매우 어둡거나 무표정하다

    2. 표정에 생기가 없다

  9. 생활 반경이 좁아진다.

    1. 신체적 이동 제약이 많다(어르신)

    2. 나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3. 좀처럼 집을 벗어나지 않는다

  10. 최소한의 가사활동도 하지 않는다.

    1. 우편물, 음식물 쓰레기가 쌓인다

    2. 설거지, 빨래를 하지 않는다

    3. 옷정리, 물건정리가 안 된다

    4. 기본적 청소가 되지 않는다


현장에 답이 있다고 말한다. 정확히 표현하면 현장에는 숨겨진 답이 있다. 그냥 가만히 있다고 열매가 나는 게 아니다. 땅을 일구고 물을 주고 땀을 흘려야 한다. 현장의 답도 현장에만 있으면 자동으로 나오지 않는다. 탐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그동안은 인터넷 검색과 이론 학습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현장의 경험과 지역 사례에서 찾는 노력의 균형이 필요하다. 찾아준 정보를 습득하면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정보를 찾고 고민하는 과정이 공부다. 남이 내려준 정의를 습득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나마 그런 정의가 유효하지도 않은 시대다. 스스로 정의를 찾고 전문가 이론, 다른 사람의 생각, 다른 지역의 사례와 부단히 비교하는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


사회적고립 스터디 모임의 실천적 정의를 찾는 과정은 비단 고립을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만나게 되는 정의가 없는, 정의 내리기 어려운 지역의 이슈, 문제, 욕구에 대응하는 힘을 길러준다. 이런 경험을 쌓는 것이 역량의 본질이다. 전문가 자문과 교육으로 얻을 수 없는 살아 숨 쉬는 힘이다. 저녁 퇴근 후에 만나서도 열띤 토의를 하고 늦은 밤 돌아가는 길에 힘이 나는 건 문제에 끌려가지 않고 문제에 주체적으로 대면했기 때문이다. 사회적고립 스터디 모임은 하반기에 사회적고립 심포지움도 계획하고 있다. 우리의 경험적 편견이 현장의 검증으로 보완되고 현장 동료들의 생각을 담아 진화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현장이 만드는 사회적고립 실천 척도, 정의별 대응방안과 실천사례, 사회적고립 액션플랜, 사회적고립 정의별 실천 Tip처럼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기를 소망하면서 말이다.



덧붙임 ;

사회적고립의 실천적 정의는 우리나라의 모든 사회적고립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사회복지관이 현재의 여건에서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고립을 대상으로 한다.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뜻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부터라도 제대로 한다는 뜻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사회적고립 단어가 주는 중압감에 부담만 쌓지 말자는 생각도 담았다.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현장 동료들의 고민과 몸부림으로 이해해 주시길.



지역복지 공부모임 ‘지동설’

성수복지관 강웅식, 반포복지관 명순빈, 대청복지관 서희정, 홍은복지관 신양희, 중계복지관 원동민, 원흥복지관 이찬혁, 하계복지관 김자연, 번동3단지복지관 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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