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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미래사회와 사회복지 : 외로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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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회와 사회복지




미래 사회에는 드론이 반찬을 배달합니다. 서둘러 코딩을 배우세요.”
당사자와 상담 내용이 그 자리에서 그대로 활자화 되면 좋겠어요.”
집에서 꼼짝 않고 얼마간 있으면 우리 로봇이 자동으로 복지관에 전화해요.”


GPT 등장 이후, 다가올 미래 사회 속 사회사업 현장이 어떻게 변할지를 이야기하는 사회복지사를 종종 만납니다.

첨단 기술을 발 빠르게 익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가 있습니다.

반면, 이럴수록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인 공감하는 일로 정체성을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미래 사회를 상상하며 대화하면 빠짐없이 인공지능과 로봇이 등장하지만, 이뿐 만은 아닐 겁니다.

날로 현실로 다가오는 기후 위기, 빠르게 증가하는 1인 가구와 그로써 심화되는 외로움.


서울시복지재단 공유복지플랫폼(WISH)이 올해로 10년이 되었습니다.

WISH 기획·준비회의부터 참여하여 첫해 WISH 지식공유활동가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10년 동안 매달 격주로 꾸준히 기고했습니다. 궁리하며 기록했고, 기록하며 다듬었습니다.

그 덕에 세월만큼 사회사업 애정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다양한 현장 이야기를 10년 간 글로 남긴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사업을 아끼는 마음으로,

달라질 사회복지social work 현장의 앞으로 10년을 나누고 싶습니다.


외로움과 사회복지, 기후 위기와 사회복지, 인공지능과 사회복지.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세 주제에 관하여 사회사업 현장의 자리에서 어떻게 전망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제 변화하는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사회복지사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끄는 전문가에서 함께하는 동행자로, 제시하는 기술에서 공감하는 마음으로,

우리 현장만 보던 세상에서 둘레 뭇 생명까지 살펴야 하는 때로 접어들었습니다.

코로나19로 더욱 약자들에게는 금품 중심의 지원망에서 관계 중심의 안전망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외로움과 사회복지, 기후 위기와 사회복지, 인공지능과 사회복지.

세 주제를 사회복지사로서 생각이 나아간 데까지 정리하여 나눠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회복지 전체를 다루기에는 지혜와 경험의 한계가 있습니다.

당사자를 지원하는 사회복지 기관에서 직접 실무를 맡아 일하는 사회사업가를 주 독자로 생각하며 이야기합니다.









1부 :

외로움 - 1 <관계 상실의 시대>



영국 레가툼 연구소2023년 세계번영지수(The Legatum Prosperity Index)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경제는 세계 9위입니다.

보건과 교육 수준은 모두 3위로 놀라운 성장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공동체 지수(social capital)107위로 조사 대상 167개국 가운데 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국민 서로 신뢰하지 않고, 각자도생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2021년 통계청 자료에서는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10만 명 당 24.6명으로,

하루 평균 36.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습니다. 이는 OECD 평균 자살률의 두 배입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한 번을 제외하고 20년 넘게 매년 자살률이 OECD 가운데 1위입니다.


한국 사회 청년 고립도 사회 문제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홀로 고립되어 지내는 청년 수가 전체 청년 인구의 3.4%, 37만 명으로 추정합니다.*

이런 청년이 서울에만 13만 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년 남성의 고립사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어르신들의 외로움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타났습니다.


청소년의 자살률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외로울 때 마음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둘레 사람이 없다는데,

이런 취약한 관계망이 극단적 선택을 쉽게 하는 이유일 겁니다.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전 국민 10명 중 1명이 고독사 고위험군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올 정도로

외로움이 우리 사회 큰 문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관계가 깨어지는 시대입니다. 사막처럼 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느 시인은 사막이 되어버린 도시 살이에 낙타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둘레 사람과 관계·소통이 사라지며 삶의 윤기를 잃어갑니다.

삶을 살아가는게 아니라 살아내는지도 모릅니다


(<인간관계 버리고 쓰레기 모으고..방안에 숨은 '청춘'> (MBC 뉴스, 2022.5.24.)

**<방 밖에도 안 나가, 서울판 은둔형 외톨이 13만 명> (MBC 뉴스, 2023.1.18.)

***<18년째 OECD 국가 중 자살률 1, 아동, 청소년의 삶 만족도 OECD '최하위'> (EBS뉴스, 2023.4.25.)

****전체 국민의 최소 6.1%, 최대 11.3%가 고독사 고위험군으로 분류’ (세계일보, 2023.3.20.)



사회복지사라면 2018년 영국에서 외로움을 담당하는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

처음으로 임명된 이야기를 모르지 않을 겁니다.*

영국은 외로움을 질병 수준의 문제로 심각하게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부터 국가 차원에서 이를 해결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이런 외로움은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고 합니다.



출처 : <외로움은 개인만의 문제 아닌 사회적 질병, 사회적 관계 고려 공동체 지원 다각화 필요>, 서울연구원, 신인철 최지원, 2019

영국 외로움 대응 부서의 핵심 활동활동들을 구명튜브 그림 위에 써 넣었습니다. 가운데는 친구, 가족,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영국 외로움 대응 부서의 구체적 내용이 궁금하여 조금 더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그 활동의 핵심은 친구나 가족과 같은 공동체를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정책과 서비스의 결과로 개개인의 사회적 관계가 튼튼해지는 데 뜻을 두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도 이와 동일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비베크 머시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에 따르면, 고립됐다는 느낌이 불안감, 우울증, 치매와 연관되고,

바이러스 감염이나 호흡기 질환에 더 취약한 상태를 만든다고 합니다.

미국도 외로움을 질병으로 보기 시작한 했습니다.

외로움은 조기 사망 가능성을 2629% 높이고, 역시 이는 매일 담배 15개비씩을 피우는 것만큼 해롭다는 뜻입니다.

심장병 위험도 29%, 뇌졸중 위험도 32% 커집니다. 이제 국가 차원의 대책을 궁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외로움 지원 대책의 핵심은 예상대로 자원봉사 조직이나 스포츠·종교 모임 같은 프로그램과 대중교통***·주거·교육정책,

도서관·공원·운동장 같은 물리적 바탕을 마련하는 지역 공동체 활성화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며 사람들의 외로움이 깊어졌습니다.

전체 국민 가운데 우울증 고위험군이 무려 24%나 된다****고 합니다.

국민 네 명 중 한 명은 질병으로까지 이어지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수치입니다.


우리 복지기관이 담당하는 지역사회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지역 주민이 느끼는 여러 어려움 가운데 관계의 상실로 인한 질병 수준의 외로움이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취약한 관계망이 여러 문제의 바탕에 있음을 알았습니다.



*‘외로움과의 처절한 싸움’ 英 990만 명 고통 속에서…

외로움과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는 영국에서는 6400만 명 인구 중 약 14%인 990만 명이

외로움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고령화와 빈부격차로 인해 사회 및 가족과 단절,

외로움을 느끼는 독거노인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에서는 지난해 ‘외로움 대응 부서’설립 등 구체적인 대응전략을 마련, 눈길을 끈다. (매일경제, 2019.2.17.)

**"하루 15번 흡연만큼 해롭다" 몰랐던 외로움의 위험성 - 중앙일보, 2023.5.3.

***따라서 어르신 지하철 무료 승차는 다른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르신 지하철 이용에 비용을 부과하면 분명 어르신의 외출은 줄어들 테고,

이는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겁니다. 사회적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겁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 20213월 기준.



어느 예능프로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집을 정리하는 전문 청소 업체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수년 간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수많은 이의 마지막을 보면서 느낀 바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쓸쓸하게 떠나간 분들 집을 정리하다보면 술병 밖에 없어요. 취미 하나 정도 있었다면 삶이 달랐을 겁니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 ‘특수청소전문가 김새별’ (유튜브 디글화면 갈무리)



하지만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해도 선뜻 뜻 맞는 사람을 혼자 찾아 만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 다양한 만남을 주선하고 거들어줄 존재가 필요합니다.

대가 없이 오직 우정과 인정이 넘치는 사회를 열망하며 적극 나서줄 중개인이 절실합니다.

사회복지사와 복지기관이 그런 일을 맡아주면 좋겠습니다.


이제 외로움은 다양한 삶의 개인적 선택이 아닌 사회적 질병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감옥으로 보내집니다. 사회에서 떼어 놓는 벌을 주는 겁니다.

감옥 안에서 또 죄를 저지르면 이때는 독방에 있어야 합니다. 인간에게 주는 최고의 형벌이 바로 혼자이게 하는 겁니다.

한국 사회 적지 않은 사람이 형벌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모임 사회가 건강할 리 없습니다. ‘악의 평범성이란 말로 알려진 한나 아렌트는

외로움이 깊어진 대중이 결국 나치와 같은 전체주의를 만들어 낸다고 했습니다.

외로움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 상태로,

사회에 소속되지 못한 개인은 쉽게 이용당할 수 있는 맹목적 군중으로 길러진다고 했습니다.**


외로움이 깊어가는 시대, 사람은 마음을 열고 대화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살더라도 때때로 기댈 공동체가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모임을 생각합니다. 들고 나기 어렵지 않은 모임, 사람을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모임이 절실한 때입니다.

함께하고 싶은 주제를,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만큼 참여하는 만남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습니다.


외로움이 하루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해롭다는 말도 있지만,

좋은 사람과 대화는 하루 사과 한 개를 먹는 것 이상으로 건강에 좋다는 말도 있습니다



*유퀴즈온더블럭 특수청소전문가 김새별’ - tvN, 2020.9.

**<전체주의의 기원> (한나 아렌트, 한길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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