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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풀 - 6%가 가진 다르게 보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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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풀 - 6%가 가진 다르게 보는 능력

 

"인간은 하나의 색만을 가진 게 아니고, 여러 가지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짜 색, 자신의 색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컬러풀(colorful)이라서 좋은 겁니다. 컬러풀로 살아가세요.

앞으로도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깨닫는 겁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것을,

당신이 다른 사람의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당신이 이 세계에 없으면 안됩니다." - 애니메이션 colorful 중에서

 

  사람이 하나의 색으로만 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더욱 절감하며 느끼는 요즘이다. 지금보다 조금 더 젊었던 시기엔 피아구분이 명확했다면 요즘은 더 다양하고 다채롭게 보인다. 세상살이에 대한 절박한 심정이나 이를 대하는 방식이 전과 크게 달라졌다 볼 수는 없지만, 시각적 변화가 생긴 건 분명하다. 물론 선호하는 색은 있다. 어떠한 가치든 중립적인 것은 없으니까. 그러나 색과 선을 명확하게 구분하지는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정한 기준은 있지만 차이 그 자체를 틀렸다고 전제하지 않으려 한다. 세상의 색은 하나가 아니고 보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하나의 문제에 하나의 해석과 해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시각적 변화는 실제 선천적 적녹색약인 나의 생물학적 특성과도 일치한다. 다수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척도는 다름과 차이에 대해 편향적 기준을 제시한다. 적녹색약을 갖고 있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적녹색약인 사람은 기준에서 벗어난, 이상한 사람이 된다. 중학생 때 신체검사를 받고 양호실에 따로 불려갔었는데 색맹이냐며 놀림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빨간 볼펜과 파란 볼펜을 구별해보라는 같은 반 학우의 말에 왜 위축이 되었던 건지.. 최근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3를 보며 적녹색약도 외과의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며 약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선천적으로 적녹색약인 나로서는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적색과 녹색이 섞여 있을 때 녹색을 두드러지게 잘 본다. 그걸 다수의 시선에서는 색을 잘 구분 못 한다고 표현하고, 내 시선에서는 특정 색을 두드러지게 잘 본다고 말하는 것이다

 

  캠프리지와 뉴캐슬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약 6%의 남자와 훨씬 작은 비율의 여자가 적녹색약으로 알려진 제2 색약(deuteranomaly)이다. 이들은 비적녹색약자에 비해 녹색과 카키색의 미묘한 색조 차이를 훨씬 잘 구별한다. 캠브리지대 존 몰론 교수가 주도한 연구에서는 색맹인 사람이 정상인보다 색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본다는 연구 결과를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12월 최신호에 발표했다. 적녹색약인 사람들은 녹색을 인지하는 원추세포가 적색과 가까운 파장의 빛을 인지하도록 변형돼 적색과 녹색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들 연구팀은 변형된 원추세포가 인식하는 빛의 파장을 계산해서 적록색약인 사람에게는 구별되지만 정상인에게는 같게 보이는 녹색계통의 색을 보여주고 색을 구별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예상대로 적록색약인 사람들은 이 색의 차이를 쉽게 식별하는 반면 정상인은 똑같은 녹색으로 보았다. 존 몰론 교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군을 피해 살아남은 이들 중 유독 적녹색약을 가진 이들의 비율이 높았던 이유를 이번 연구가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적녹색약은 적색과 녹색이 섞여 있을 때 그것들을 각각 구분하기는 힘들지만 같은 녹색계열의 색들이 섞여 있을 때는 오히려 일반인보다도 민감하게 색의 차이를 알아차리기 때문에 숲 속에 위장하고 있던 적들을 더 잘 발견했기 때문이란다. 색맹 또한 강점이 있다. 색 구별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색상보다 패턴과 모양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세상은 시선에 따라 달라지고, 가치는 몰입적이다. 누군가의 가치와 관점이 사람을 해하거나 다치게 하는 게 아니라면 각각의 개인이 갖는 차이 그 자체는 존중되어야 한다. , 내 방식으로 보는 세상이 반드시 보편적이라는 전제는 버려야 한다. 사회복지사가 사람을 개별화한다는 건, 이 특별한 직업군이 갖는 축복이다.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은 다채롭게 세상을 인식한다는 말과 같다. 개별화와 다양성은 인과적으로 연결된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세상에서는 개별화된 존재는 그 자체로 버팀목이 된다컬러풀 애니메이션을 보고인간이라는 존재를 '버팀목'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획과 획이 기대어 있기에 존재하는 글자이듯, 사람 또한 그렇다. 서로에게 기대어 버티는 거다. 내 버팀이 누군가에게는 내력보다 센 외력이 될 수 있다. 또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균형을 맞추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색깔을 지녔지만, 서로에게 버팀목 같은 관계-존재들이 내가 살아가는 세계에 더 많아지길 소망 한다. 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다소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모난 적녹색약이 세상을 살아낼 수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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