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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라는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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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부심 : 자기 자신 또는 자기와 관련된 것에 대하여 스스로 그 가치나 능력을 믿고 당당히 여기는 마음.



자부심이 사라진 시대입니다. 이렇게 사전에서나 찾아보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주위에서 자부심이란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가짜 자신감과 패배감은 어디서나 쉽게 보이는데 자부심은 좀처럼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김우성 사회복지사와 차동원 사회복지사는 귀한 사람들입니다.


오랜만에 저녁을 같이 먹었습니다. 고기 한 점에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김우성 사회복지사가 자신은 사회복지가 즐겁다고 말합니다. 엄청난 기쁨은 아니지만 작은 즐거움이 계속 있다고 말합니다. 원래 사람들의 말은 진짜와 가짜가 구별되는데 이렇게 사석에서 고기와 함께 나누면 진짜와 가짜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이건 진짜입니다. 아내에게도 그렇게 말한다니 확실합니다.


차동원 사회복지사는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복지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서 새로운 곳에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경험을 쌓아서 단체를 만들 생각을 전하는데 생기가 느껴집니다. 똑같이 힘들어도 내가 주도하면 생기가 흐르고 억지로 해나가면 독기만 나옵니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생기입니다.



두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흐뭇합니다. 대견하고 고맙습니다. 고기는 몸을 살찌우지만,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마음이 건강해집니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제일 많이 듣는 단어가 지쳤다는 말입니다. 퇴사와 이직, 고민과 갈등의 말이 넘칩니다. 그나마 말이라도 하면 다행입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표정으로 전해집니다. 사실 사회복지 동료들만 그런 건 아닙니다. 한국 사회 전체가 생기를 잃고 있습니다. 자기 일에 만족하는 직장인이 0.7%라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굳이 표시하자니 0.7%라고 했지만, 이 정도 수치면 없다는 말입니다.


사회복지사라고 꼭 특별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회복지사 이전에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직장인이죠. 그러나 우리에게는 자부심이라 부를 수 있는 독특함이 있습니다. 만족할 수 있는 직장은 있어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직종이 얼마나 될까요? 개인적인 만족을 넘어서 누군가의 도움이 되고 사회를 이롭게 한다는 자부심을 가진 직업 말입니다.


한쪽 집단의 목소리가 커지고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면 한국 사회에 해당 집단이 가득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자신의 자리에서 상식을 지키며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사회복지 현장도 그렇지 않을까요? 제도와 기관의 문제점, 현장의 고민을 다루다 보니 사회복지 현장이 온통 그렇게만 보입니다. 뇌는 반복해서 보고 들은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그것이 전부라고 믿기까지 합니다. 숲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우린 벚나무, 소나무, 느티나무 정도만 알고 있지만 우리가 이름 모르는 나무가 가득합니다.


사회복지 숲도 그렇습니다. 이직과 퇴직을 준비하는 사람만 있지 않습니다. 기쁨은 사라지고 하루하루 겨우 버텨내는 사람만 있지 않습니다. 기관의 운영 방식과 리더십에 실망한 사람만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겸손히 인정하면서도 주민들 곁에서 누구도 대신하지 못하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작은 변화에 승진보다 더 큰 기쁨을 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이 감사의 마음으로 전하는 커피 한잔에도 귀한 선물을 받은 것처럼 깊이 감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기쁨과 고마움이 쌓여서 자부심의 집이 됩니다.


자부심의 집이 있는 사람은 단단합니다. 작은 파도에도 사라지는 모래성과 다릅니다. 여전히 불합리한 제도와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관행적인 행정, 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조직운영, 끝없이 부족한 자원의 벽에 부딪혀 아프고 지치고 자신의 나약함을 마주하지만 그래도 꿋꿋이 자리를 지킵니다. 가지 몇 개쯤 잘려도 오늘을 살아내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요.


자부심의 뿌리를 내리는 김우성, 차동원 사회복지로 인해 즐거운 과제 하나가 생겼습니다. 사회복지 숲 여기저기서 자신의 방식으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야겠습니다. 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민들레 홀씨처럼 멀리멀리 퍼트려야겠습니다. 사회복지 숲에 자부심의 씨앗을 부지런히 날라야겠습니다. 사회복지 숲에 다시,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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