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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에 대한 두번째 이야기 – 기획자의 시선과 기준

  • 기획
  • 문제정의
  • 당사자성
  • 통찰
  • 집착
  • 대화
  • 통섭
  • 모방
  • 실현가능성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 – 기획자의 시선과 기준

 


문제는 주어지지 않는다

사회복지 실천의 출발점은 무엇일까?

익숙하게 '주어진 문제'를 따라가기보다는보이는 문제를 다시 의심하고해석하고재구성하는 힘.

바로 그것이 기획자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이다.

문제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구성되고해석되며선택된다.

기획자는 문제를 "다시 보는 사람", 그리고 "새롭게 정의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문제정의는 실천의 방향을 결정짓는 첫 번째 작업이 된다.

이번 칼럼은 문제를 정의하는 기획자의 시선과 기준에 대한 이야기이다.

핵심은 당사자성통찰실현가능성이다.


 

1. 당사자성 – 문제는 삶에서 드러난다

문제는 숫자나 데이터로 존재하지 않는다문제는 사람의 삶에서 드러난다.

삶을 살아가는 당사자의 경험과 맥락을 통과하지 않고는문제를 정의할 수 없다이 내용은 김세진 선생님의 칼럼 [슈퍼비전] '욕구'에 관한 질문과 답을 참조해도 좋겠다.

 

예시 1: "참여율"이라는 착시

어떤 복지관은 "참여율이 높다"는 것을 좋은 성과로 여기며 매일 어르신 프로그램을 운영했다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일부 어르신들은 집에 혼자 있는 것이 외로워서 복지관을 찾은 것이었다정작 원했던 것은 조용히 머물 공간과 일상 속 자연스러운 관계였다참여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존재를 존중받는 경험이 필요했던 것이다만약 이 상황을 단순 실적으로만 평가했다면진짜 욕구를 놓쳤을 것이다.

 

예시 2: "서비스 부족"이라는 오해

또 다른 복지관은 "청년 고독사 예방"을 목표로 고립청년 지원 프로그램을 기획했다외부 조사를 근거로 "청년 고립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지만실제 프로그램 참여는 저조했다심층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것은청년들이 원했던 것은 상담이나 멘토링이 아니라공감할 수 있는 친구느슨한 관계망이었다문제를 '서비스 부족'으로만 정의하면고립이라는 본질을 놓치게 된다.

 

아마르티야 센(Amartya Sen)은 Capability Approach에서 복지를 "사람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가능성의 확장"이라고 설명했다복지의 성과는 단순히 '좋은 것'을 제공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당사자가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었는가에 달려 있다.

 

 

2. 통찰 – 문제는 현상 너머에서 찾아야 한다

드러난 현상만으로 문제를 정의하면 안 된다진짜 문제는 겉으로 보이는 현상 뒤에 있는 구조맥락패턴에서 찾아야 한다제갈현열과 김도윤의 책 기획에서 기획을 덜어내라에서는 통찰을 기르는 방법으로 집착대화통섭모방을 제시한다이를 복지현장에 적용해 본다.

 

집착문제를 끈질기게 바라보라

민원이 반복될 때 단순 대응하지 말고, 6개월 이상 유형별로 기록해보자민원 유형발생 시점장소 등을 분석하다 보면숨은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다.

때로는 사업 실천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성과가 나온다계획했던 성과가 아닌 의도하지 않은 성과를 주목해야 한다피터 드러커 또한 의도하지 않은 성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한 지역아동센터가 야간 방임아동 지원사업을 실시하면서 방임문제와 학업수행 능력이 향상되는 성과가 나왔다이 과정에 동네가 조용해졌고 주민들이 지역아동센터가 일을 잘한다며 후원금을 내고동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자원봉사 활동을 참여하기 시작했다후원금과 자원봉사 활동은 의도하지 않은 성과이지만동네가 갖고 있었던 참여의 강점이 드러난 것이다이러한 과정이 어떤 패턴으로 이뤄졌는지의도하지 않았지만 드러난 성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대화다른 관점과 계속 부딪혀라

동료와만 회의하지 말고지역주민협력기관상인학교 등 다양한 사람과 문제를 이야기해보자타인의 언어로 들을 때 다른 층위의 원인이 보인다.

동일한 문제에 대해 각각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해석하는 시각은 다르다이를 시좌(position of view)라 한다. ‘보는 지점[관점]’(point of view)이 달라지면 동일한 대상의 다른 면을 보게 된다반면 보는 자리[시좌]’(position of view)가 달라지면 풍경 자체가 달라진다예를 들어 맨 앞줄에 앉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것과 맨 뒷줄에 앉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것은 다르다관점은 그 자리에서 대상(의 다른 면)을 보는 방법이고시좌는 다른 자리에서 배경을 포함한 대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다동일한 문제에 대해 지역주민과 협력기관 상인 학교 구성원 등 다양한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언어를 통해 이해해는 대화가 중요하다가끔은 회의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다른 이들의 시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통섭다른 분야의 언어로 문제를 설명해보라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를 적용해 문제를 다시 그려보거나생태학적 관점에서 지역사회의 흐름을 분석해 보자부동산 업체에서 내놓은 주거현황 블로그의 자료가 주거복지에 더 실효적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복지의 언어가 아닌 다른 분야의 언어로 볼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모방성공한 모델을 '내 방식'으로 재구성하라

유명한 사례를 단순 복제하지 말고지역 특성에 맞게 변형하고 재구성해 적용해보자복지는 '카피'가 아니라 '번안(飜案)'이다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자유주의자의 말은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힐 확률이 높다는 사회주의자의 언어로 모방될 수 있다새로운 사업이 아닌 기존 사업도 주민의 관계에서지역의 특성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는 지점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실현가능성 – 기획은 실행을 위해 존재한다

문제를 아무리 잘 정의하더라도실천할 수 없다면 그것은 선언에 불과하다.

기획자는 시인이 아니라 실천 설계자여야 한다사회복지는 사회적 문제를 사회적 방법으로 해결하는 실천과정이기 때문에 당사자성과 지역사회 연결이 중요하다따라서 사회복지 기획은 문제를 정의하는 기획자의 관점에서 문제의 범위를 좁히고(타겟팅)연결과 재구성을 통해 문제의 해법을 찾고(체계 연결)작은 퍼즐을 맞추듯 작게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대하며(연대성)문제 해결의 주체를 당사자성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당사자 주도성)

 

■ 문제의 범위를 좁혀라

'지역아동의 건강증진'이라는 막연한 목표 대신, '초등학교 3학년 아동의 아침 결식률 10% 감소'처럼 구체적으로 설정한다.

■ 기존 자원을 적극 연결하라

새롭게 뭔가를 만들려 애쓰기보다이미 있는 주민모임교회소상공인 네트워크를 연결하라.

■ 작게 시작하고 점진적으로 확장하라

한 번에 큰 성과를 기대하지 말고작은 성공을 설계하여 점진적으로 넓혀간다기획은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기획은 마치 퍼즐과 유사하다퍼즐의 일부분을 해결하는 것이지 전체 퍼즐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다.

■ 이해관계자를 초기부터 참여시켜라

대상자협력기관지역주민 모두를 초기에 연결하고 함께 설계하는 구조를 만든다.

 

 

마무리하며


문제정의는 문제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문제정의는 복잡한 현실을 통과해 본질만 남기는 행위이다사회복지 현장에 단순히 '무엇이 문제인가'를 넘어서, '어떻게 문제를 정의할 것인가'를 묻는 실천적 기획자가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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